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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오케스트라에 대한 엉뚱한 질문을 받고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전에 왜 이리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건가요?” “한 곡이 끝났는데 왜 단원들이 우르르 나가죠?” “연주하다가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고 나면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궁금한 일이 될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저도 어렸을 때 음악회에 처음 가서 연주자들이 줄을 맞추는 소리나 지휘자가 커튼콜을 받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던 것 같군요. 그래서 이번 시간엔 오케스트라와 관현악 연주회에 대해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Q&A로 풀어볼까 합니다.
Q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건가요? | |
A 오케스트라 주자들이 연주전에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게는 60명,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음을 맞추는 조율 과정 없이 좋은 연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라도 잠시만 참아주시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목관악기인 오보에가 불어주는 음에 맞춰 각자 악기를 조율하게 되는데, 이때 오보에가 부는 기준 음은 ‘도레미파솔라시’중에서 ‘라’음입니다. 이 음을 헤르츠(Hz, 초당 진동수)로 표시하면 440Hz 정도 됩니다만, 요즘은 기준 음을 조금 높게 잡는 추세라서 오케스트라에 따라선 443Hz까지 올려서 맞추기도 합니다. 기준 음을 높이면 오케스트라 음색이 좀 더 화사해지는 효과가 있거든요. 하지만 기준 음이 너무 높으면 악기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므로 대개는 440~441Hz로 맞춥니다.
옛 음악을 개량되지 않은 당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고(古)악기 연주단체의 경우엔 조율의 기준 음이 반음 정도 낮습니다. 예전에는 기준 음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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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교향곡 중에 ‘멍청이’이란 별명이 붙어있는 [교향곡 제60번] 6악장을 들어보면, 너무 멍청한 나머지 연주를 하다 말고 조율을 했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다시 조율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이 부분을 미리 들어보시고 음악회에 가신다면 연주자들이 조율하는 소리에도 당황하지 않으실 것 같군요. 들려드리는 음원은 고악기 연주단체의 연주라서 기준 음이 보통보다 반음 정도 낮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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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튜닝 소리- 하이든 [교향곡 60번] ‘멍청이’ 6악장 중 /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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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오케스트라가 조율할 때 일어나 있는 저 사람은 누군가요?
A 악장님을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콘서트 마스터’라고도 하는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대표자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파트 중 가장 앞에 앉아있는 분이 바로 악장님이시죠. 악장은 일반 단원들이 무대 위로 입장을 모두 마친 후 가장 나중에 등장합니다. 악장이 연주회 전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연주자들에게 악기 조율을 지시하고, 오케스트라를 대표해서 지휘자와 악수를 하는 일입니다. 그밖에도 악장은 제1바이올린의 리더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1바이올린과 현악기군의 음악적인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단원들은 어떤 음표를 활 끝에서 연주할 것인지 활의 중간 부분을 이용해 연주할 것인지 등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도 악장의 지시를 따릅니다. 그래서 연습 중이나 연주 중에 단원들은 수시로 악장님을 살피며 활 쓰는 위치나 연주 스타일을 따라하지요. 그리고 악장은 관현악곡 중에 바이올린 솔로가 나오는 부분에서 멋진 독주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Q 첫 곡 연주가 끝나고 퇴장하는 단원이 너무 많은 것 같군요. 그건 왜죠?
A 그건 대개 관현악 연주회의 첫 곡으로 연주되는 서곡보다 그 다음 순서로 연주되는 협주곡에 악기가 더 적게 편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협주곡에는 독주를 하는 협연자가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소리가 너무 크면 협연자의 소리가 묻히겠죠. 그래서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를 안 하는 단원들이 많아지기에 첫 곡이 끝나고 나서 무대 뒤로 퇴장하는 단원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대단히 많은 인원이 편성된 협주곡도 있으므로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Q 그럼 연주하는 곡마다 연주자 수가 정해져 있나요?
A 작곡가가 남겨놓은 관현악곡의 악보를 보면 관악기나 타악기 연주자의 필요 인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의 호른 섹션의 경우 악보에 제1호른과 제2호른 파트의 악보가 그려져 있으므로 최소한 2명의 호른 주자가 있어야 [‘운명’ 교향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호른이나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는 연주 중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보조 단원들이 더 투입되기도 합니다. 어찌 됐듯 관악기나 타악기의 경우 연주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악보를 보면 알 수 있고 현악기의 수는 관악기의 수에 따라 밸런스를 맞춰 인원을 조정합니다.
Q 연주 중에 현악기의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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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연주 중에 현악기의 줄이 끊어지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저도 한 번 겪은 적이 있습니다. 신입단원 시절의 일인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땀이 납니다. 다행이 교향곡 2악장이 끝나갈 때 쯤 시끄러운 부분에서 줄이 끊어져서 줄이 끊어진 채로 대충 연주하는 시늉을 하다가 3악장이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무대 뒤 분장실로 가서 줄을 갈고 4악장 시작 전에 무대로 들어가서 연주를 계속했지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무대 위로는 조명이 밝고 뜨겁게 비치기 때문에 악기가 건조해져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악기의 경우 열을 받으면 음이 자꾸만 올라가고 현악기의 줄은 자꾸만 내려갑니다. 어떤 때는 한창 연주하다가 현악기의 줄이 뚝 끊어지는 당황스런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만일 연주 중 줄이 끊어지면 연주에 방해되지 않게 무대 위에서 조용히 새 줄로 갈거나 한 악장이 끝난 후 무대 뒤로 퇴장해서 줄을 갈기도 합니다. 만일 오케스트라 전체를 리드해야하는 악장님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질 때는 임시로 옆이나 뒤에 있는 단원들이 자기 악기를 빌려주기도 하지요. 일단 연주를 무사히 마쳐야 하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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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악기 연주자들은 동시에 활을 올리거나 내리던데 미리 약속하는 건가요?
A 그런 셈이죠. 현악기 주자들이 보는 악보에는 어느 음에서 활을 내리고 어느 음에서 활을 올려야하는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현악 연주자들의 활 쓰기를 통일하는 것은 보기 좋게 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렇게나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올림 활과 내림 활은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음에서 활을 내릴 것인지 올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상당히 심사숙고해야하는 음악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연주할 곡이 정해지면 전체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악장과 각 파트 수석 주자들이 활 쓰는 방법을 정하고 이것을 모든 단원들에게 전달해서 미리 준비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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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가끔 관악기 쪽에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던데, 이런 실수를 가장 많이 하는 악기는 어떤 악기인가요?
A 호른 주자가 보시면 화를 내실 지도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라 연주 때 가장 실수가 많은 악기는 역시 호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른은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하고 힘이 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이지만 음을 깨끗하고 정확하게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습이나 연주 중에 약간 ‘삑’하는 소리가 나거나 이상한 잡음이 나더라도 워낙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호른이잖아” 하면서 그냥 넘어가게 되지요.
호른의 이상한 소리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어떤 때는 호른의 연주가 너무 매끄러워도 좀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호른 솔로가 나올 때마다 조금 위태로운 맛이 있어야 연주의 긴장감도 느껴지는데, 요즘에는 호른 주자들의 기량이 워낙 좋아져서 호른의 실수를 듣기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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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케스트라는 연주회 전에 몇 번이나 연습하죠?
A 연습 횟수는 오케스트라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연주할 곡이 얼마나 어려운 작품인지에 따라서도 조금 달라지지요. 하지만 대개의 프로 오케스트라는 연주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전 단원이 함께 모여서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가 연주할 부분은 악보를 가져가서 따로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 하고 전 단원이 모였을 때는 보통 네 번 내지 다섯 번 정도 연습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한 연주회를 준비할 경우에는 두세 번 정도 연습한 후에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 |
Q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는 왜 자꾸 무대 뒤로 갔다가 다시 무대로 나와서 인사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걸까요?
A 청중의 박수와 환호에 답하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이런 걸 ‘커튼콜’이라고 하는데, 커튼콜의 횟수는 그날 공연의 성패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박수를 길고 오래 쳐주세요. ‘박수는 예술가의 빵’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Q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보면 어떤 단체는 뒤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붙고 어떤 데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붙어있는데 그 차이는 뭐죠?
A 전통적으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필하모닉 협회가 있는 오케스트라를 뜻합니다. 필하모닉 협회란 쉽게 말해 오케스트라의 유료 회원들의 모임인 셈인데, 그들은 비교적 비싼 회비를 지불하는 대가로 한 시즌 동안 좋은 좌석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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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청중의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상류 계급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도 세계적인 유명 연주자들이 초청되는 경우가 많죠. 이에 비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회원제로 운영되지 않는 일반 오케스트라로 싼값의 입장료를 받고 전통적인 프로그램의 연주회를 개최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오케스트라의 정기회원제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 부를만한 오케스트라는 없다고 할 수 있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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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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