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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험관 아기

minjpm 2010. 5. 7. 13:35

“마투라의 왕 캄사는 아버지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위에 올라 공포 정치를 시행한 인물이었다. 그의 패륜과 악행에 시달린 이들은 비쉬누 신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비쉬누신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두 개 뽑아 캄사의 누이동생인 데바키의 몸 속에 넣어주었다. 이렇게 하여 태어난 이들이 데바키의 아들인 발라라마와 크리슈나였다. 데바키의 몸에서 자신을 죽일 사람이 태어나리라는 예언을 들은 캄사는 데바키가 임신 중일 때 그녀를 죽이려다가 실패하자, 전국 방방곡곡을 뒤져 갓 태어나 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캄사가 방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바키는 무사히 크리슈나를 낳았는데, 크리슈나는 훗날 캄사를 죽이고 마투라의 평화를 되찾은 영웅이 되었다. 크리슈나가 바로 비쉬누 신의 여덟번째 화신(化神, Abatara)이었다.”

- 인도 신화 중, 비쉬누의 열 가지 화신 중에서

 

인도 신화에서 영웅으로 등장하는 크리슈나는 비쉬누 신의 머리카락, 그 중에서도 검은 머리카락이 데바키의 몸 속에 심어져 탄생한 것이라는 신화가 있습니다(반면 그의 형 발라라마는 두 개의 머리카락 중 흰 머리카락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고대 신화에서는 크리슈나의 경우 외에도, 어떤 여성이 신의 계시를 받아서 성적 관계 없이 아기를 낳는 경우가 종종 등장합니다. 심지어 고구려 건국 신화인 주몽 설화에서도 유화 부인은 방 안에 비친 한 줄기 빛에 의해 회임해 주몽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영웅은 보통의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특히 성적 관계를 배제한 채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통해 영웅의 신성함을 강조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 뿐, 현실에서의 생명은 성적 관계 외에 다른 방식으로 태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성적 관계 없이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답니다. 


인도 신화의 신인 크리슈나(좌)는 비슈누가 어머니의 자궁에 머리카락을 심어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체외 수정, 엄마의 몸 밖에서 아이를 잉태하는 방법

우리가 익숙한 생명의 법칙은 아기는 엄마의 몸 속에서 잉태된 뒤, 엄마의 자궁 속에서 몸을 얻어 태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이 임신하기를 거부하면 그녀의 아이는 태어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인공 수정의 기본은 정자가 질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자를 바로 난자 앞에 가져다 놓는 것입니다. 마치 힘들게 마라톤을 해야 하는 이를 초고속 셔틀에 태워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따라서 이 방법은 여성이 약간의 이상은 있어도, 배란과 임신 유지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여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폐경이 되어 더 이상 배란이 되지 않거나, 배란이 되더라도 나팔관이 막혀 난자가 자궁으로 들어갈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여성들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바로 체외 수정에 의해서 말이죠.

 

 

체외 수정은 시험관 속에서 일어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의 장면, 이 수정이 시험관에서 일어난다고 하여
체외 수정을 ‘시험관 아기’ 등으로 부른다.


체외 수정(in vitro fertilization-embryo transfer, IVF-ET)은 영문 그대로 시험관에서(in vitro) 수정을 시켜서(fertilization),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embryo)를 여성의 자궁 속으로 이식(transfer)시키는 과정을 통해 일어납니다. 이 과정은 꽤 복잡합니다. 먼저 남녀의 몸에서 각각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야 합니다. 보통 정액은 쉽게 채취할 수 있지만,  난자는 그럴 수 없지요. 난자는 몸 안 깊숙이 자리잡은 난소에서 몸 속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이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몸 속으로 채취용 바늘을 찔러넣어야 합니다. 그 것도 아무 때나 채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난자는 월경 주기에 따라 한 주기(보통 28~35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여성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마다 1개씩의 난자가 배란되는데, 성숙되지 않은 난자는 수정 능력이 없고 배란 이후에는 24시간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난자는 배란되기 바로 직전에 채취해야 합니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다음 번 배란될 때까지 한 달 정도를 다시 기다려야 하지요. 따라서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배란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초음파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한 번에 한 개뿐. 따라서 대개의 체외 수정에서는 과배란 과정이 동반되곤 합니다.

 

 

대개의 체외 수정에서는 보통 과배란 과정이 동반된다

과배란이란 인위적으로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들을 이용해 한꺼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시키는 일입니다. 이 방법은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 배란이 되지 않는 여성들에게도 난자를 얻을 수 있고, 또한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투여하니 자연적인 배란 주기를 맞추는 것보다 주기를 조절하는 것이 더 쉽기에 대부분의 체외 수정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합니다.

 

이를 위해서 여성은 먼저 생식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onadotrophin releasing-hormone, GnRH)을 주사로 맞아야 합니다. 난자의 배란에 관여하는 난포호르몬(FSH)과 배란 이후 임신을 도와주는 황체를 형성하는 황체형성호르몬(LH)은 머리 속에 위치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데, 이 때 뇌하수체는 이들 호르몬을 분비하기 위해 GnRH의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GnRH 성분의 주사를 맞게 되면 뇌하수체가 자극되어 FSH나 LH가 많이 나오게 되고, 이것이 난소를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만들어내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인위적으로 난자를 키운 뒤, 초음파로 보았을 때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주머니인 난포가 18mm 이상으로 커지면, 난자가 충분히 성숙되었다고 판단하고 채취에 들어갑니다. 부분 마취를 하고 몸 속으로 긴 바늘을 넣어 난포 속에 들어 있는 난자를 하나씩 빼내는 것이죠.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을 실시하기도 

이렇게 채취된 난자는 배양액이 든 시험관으로 옮긴 후, 미리 채취해둔 정자와 섞어줍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보통 난자의 겉면은 투명대(zona pellucida)라고 하는 투명하고 질긴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투명대는 난자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보호막이지만, 정자에게 있어서는 뚫어야 하는 성벽입니다. 난자를 만난 정자는 머리 위의 첨체(acrosome)라는 부위에서 애크로신(acrosin)이나 히알루로니다아제(hyaluronidase) 등의 효소를 방출해서 투명대에 구멍을 뚫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애를 쓴 끝에 겨우 투명대에 제 몸 하나 비집고 들어갈 구멍을 만든 정자는 이제 쓸모가 없어진 꼬리는 떼어버리고 머리만 난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마치 두 개의 물방울이 완벽하게 하나로 합쳐지듯, 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도 완벽한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이 순간이 바로 장차 새로운 생명체로 발생할 수정란이 생겨나는 순간입니다.

 

체외 수정에서는 정자를 난자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남성의 정자가 약하거나 극히 부족한 경우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염색체 이상 가능성이 정상보다
높은 부작용이 있어, 이렇게 임신된 태아는 염색체 검사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간혹 투명대가 너무 튼튼하거나 정자가 힘이 없는 경우, 수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자가 난자의 투명대를 뚫지 못하는 경우, 인위적으로 난자의 투명대에 가느다란 유리관으로 구멍을 뚫은 뒤, 정자를 직접 넣어주는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 ICSI)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세포질 내 정자주입술은 인위적으로 투명대에 구멍을 낸 뒤, 정자를 잡아서 직접 난자에 넣어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난자 하나당 한 개의 정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자가 투명대를 뚫지 못하는 경우 외에도 정자의 수가 아주 적거나 거의 없는 경우에도 매우 요긴한 기술이지요. 난자와 정자의 핵이 만나서 하나로 합쳐지면 수정란이 탄생됩니다. 체외수정이 흔히 ‘시험관 아기’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이 수정 과정이 시험관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수정된 수정란은 3일 내지 5일 후에 여성의 자궁 속으로 이식해야 합니다.

 

 

착상을 준비하기 위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요법을 이용

사람의 경우 수정된 지 5일 정도 되면 포배기에 이르는데, 이 시기쯤 되면 배아는 난자 시절부터 지금껏 자신을 감싸주고 있던 투명대를 뚫고 나와 엄마의 자궁벽에 착상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늦어도 시험관에서 수정된 아기도 이 시기가 되면 자궁 속으로 돌려 주어야 합니다. 자연 임신의 경우에는 이때쯤이면 엄마의 자궁은 혹시나 찾아올지 모를 아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막을 폭신폭신하게 만들어 놓은 뒤 기다리고 있겠지요.

 

하지만 체외 수정의 경우에는 수정이 몸 밖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 과정 역시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주사해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체외에서 형성된 배아를 이식하고, 프로게스테론을 이용해 자궁 내 환경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체외수정의 경우, 배아를 제 3자에게 이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바로 '대리모'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수정 후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는 배아

 

 

수정란이 쉽게 부화되도록 보조부화술도 시도

어쨌든 포배기에 도달한 배아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투명대를 뚫고 나와 자궁 내벽에 착상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마치 병아리가 달걀 껍질을 뚫고 나오는 것과 비슷해서 ‘부화’라고 부릅니다. 포배기 배아는 부화 과정을 거쳐야만 자궁에 착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투명대를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아를 보호해주었던 투명대가 오히려 배아가 더 이상 자라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되는 셈이죠. 부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배아는 자궁 내벽에 착상할 수 없어 임신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체외 수정의 배아를 포배기까지 키운 뒤, 투명대에 약물 처리를 해서 수정란이 쉽게 부화되기를 도와주는 ‘보조부화술’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마치 병아리가 알 껍질을 제대로 뚫고 나오지 못하면 어미닭이 부리로 쪼아서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죠. 보고에 의하면 보조부화술을 실시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임신율이 20% 정도 상승한다고 합니다.

 


수정은 인간의 영역이나, 착상은 신의 영역?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배아를 자궁 속으로 이식해도 제대로 자궁에 착상해서 자라나는 배아는 약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궁 속으로 넣어준 배아 셋 중 하나만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왜 이렇게 착상률이 낮은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체외 수정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수정은 인간의 영역이지만, 착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을 할 정도이지요. 체외 수정은 이처럼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의 생명이 잉태되는 과정을 살펴보노라면, 그 미묘하고 정교함에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랍니다.

 

 

 

이은희 / 과학저술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 많은 과학 도서를 저술하였고, 2003년에 과학 기술도서상을 수상하였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