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보고 휴지로 닦는데 피가 묻는다. 큰 병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혹시 대장암 아냐?” 하지만 휴지에 빨간 피가 비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치질이다. 피가 비치는 정도야 그냥 참고 살 수 있지만, 항문 밖으로 뭔가가 삐져나오면 그땐 좀 고민이 된다. 다른 병과 달리 치질은 예민한 부위에 생기는지라 주위 사람과 상의하기도 쑥스럽다. 괜히 상의했다가 “쟤 치질이래!”라고 소문이라도 나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항문 쪽 질환에 대한 편견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말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치핵은 정맥총에 피가 몰려서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 흔히 치질로 알려졌지만, 의학용어로는 이 병을 ‘치핵’이라 부른다. 치핵(hemorrhoid)은 ‘피가 흐른다’는 뜻의 haimarhoos에서 비롯된 단어로, 정맥총에 피가 몰려서 생기는 일종의 정맥류(varicose vein)이다. 우리는 배에 힘을 주면 그냥 변이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게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딱딱한 변이 옆으로 누운 채 항문관을 지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아프지 않은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혈관조직으로 된 풍부한 쿠션이 마련되어 있다. 누운 사람의 항문을 아래쪽에서 바라본다고 가정할 때 이 쿠션은 크게 오른쪽 앞 오른쪽 뒤, 왼쪽 옆 이렇게 3개가 있고, 이 쿠션들은 평상시 항문 압력의 15~20%를 담당하고, 여기에 더해 항문관을 완벽하게 닫는 마개 구실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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