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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CLAMP

오디오 입문가이드

[스크랩] 오디오 가이드 - 룸 어쿠스틱, 스피커의 배치

minjpm 2010. 5. 8. 08:55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공연장에 등장하는 사람이 PA(Public Address) 엔지니어이다. PA 엔지니어는 음향환경을 파악하고 조절하는 사람이다. 해외에서 아티스트가 올 경우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 엔지니어가 비행기를 먼저 타고 올 정도로 공연에서 음향환경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음향환경을 조절하는 것을 ‘룸 어쿠스틱(Room acoustics)’을 조절한다, 혹은 ‘룸을 튜닝한다’고 하는데, 개인공간에서의 룸 튜닝 또한 이런 음향 조절 기술의 축소판이다. 음향 환경을 마련하는 일은 어쩌면 홈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사용자 스스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장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으며, 큰 비용 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으니까.

 

 

 

음향환경을 조절하는 것 중요하다

일반적인 홈오디오에서 공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은 아마 ‘간접음’일 것이다. 이 간접음이란 것이 묘한 것이어서 기기의 가격이나 품질과는 별도로 천의 마술을 부린다. 그 원리는 간접음이 전달되는 시간차에 따라 시청자는 머리 속에 조금씩 다른 크기의 공간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리 자체의 품질 이외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실제 연주공간의 모습을 또렷하게 재현시켜 주기도 한다. 오디오기기, 특히 스피커의 기술은 어떻게 하면 (실제의 상황처럼) 여러 방향으로 서로 다른 음향을 보내느냐에 그 핵심이 있다. 그래서 스피커가 하나가 되었든 여럿을 동원하든 사방으로 음을 효과적으로 방사하는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이 모든 노력은 직접음과 간접음의 배합에 근거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오디오 세팅을 보면 좌우대칭 구조인 경우가 드물다. 대한민국 일반적인 거실, 특히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시청공간은 흔히 ‘슈박스’(신발상자)라고 표현하는 직육면체가 된다. 이 공간에 원래의 시공구조에 따라 오디오를 배치하면 어쩔 수 없이 한쪽이 트여있는 불균형이 된다. 가구의 배치나 배선 등이 그렇게 설치되어 있다. 그렇게 해도 음악 듣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느끼는 사용자에겐 룸 튜닝 기술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겠지만, 지금부터의 얘기는 녹음된 음반에 들어있는 정보를 적극 시청하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음반에 따라서는 이런 공간표현이 연주 이상의 비중으로 담겨져 있기도 하는데, 이런 녹음을 연주만을 감상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라 할 수 있다.

 

 

 

스피커의 배치

위와 같이 스피커의 배치방식은 실제음향을 재현하는 열쇠라고 했다. 더불어 좌우대칭 구조를 갖추기 위해, 혹은 동일한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부문에는 수많은 실험과 그에 따른 방식들이 소개되어 왔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요하임 방식의 스피커 설치 방법

카다스 방식의 스피커 설치 방법

 

 

요아힘 방식

독일의 스피커전문 브랜드 ‘오디오피직’의 요아힘 게르하르트 대표가 제안하는 방식으로서, 가장 보편적인 세팅 방식이기도 하지만 특히 권장 거리 등이 국내 사용자들의 시청 공간에 적당히 들어맞는다고 알려지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세팅법을 살펴보면, 우선 스피커를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저역이 나오는 지점까지 뒷벽에서 떨어뜨린다. 대략 1.3미터를 권장하고 있다. 측면벽에서는 약 50cm정도 떨어뜨린다. 이 상태에서 스피커간의 거리와 시청자와 스피커의 거리에 1.2배가 되도록 시청 위치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스피커간의 거리를 2.4미터, 스피커와 시청자와의 거리는 2미터가 되게 한다. 스피커 사이에 이 간격이 나오지 않는다면 스피커간 거리를 줄이도록 하지만, 위에 설명한 1.2배의 비율은 유지시킨다.

 

이렇게 스피커의 위치가 정해진 상태에서 솔로가수의 음반(가급적 자신에게 익숙한 음원으로)을 틀어놓고 가수의 연주위치와 모습이 정확히 느껴지는 지점을 찾아 조금씩 스피커의 각도를 조정한다. 각도를 안쪽으로 많이 틀면(토우인(toe-in)을 많이 주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감상하기에 적당하고, 혼자서 들을 경우에는 두 스피커의 초점이 자신의 양쪽 귀 각각을 향해 지나가도록 가상의 선을 그려 각도를 조정한다.

 

이 방식의 요점은 스피커간 거리가 스피커와 시청자간 거리의 1.2배가 되도록 배치하는 데 있다. 이 위치를 확인한 후에 미세하게 각도를 조정해서 최적의 자리에 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여럿이 함께 들을 경우에 맞는 배치 방법 등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는 세팅법을 소개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오디오피직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기 바란다.

 

 

카다스 방식

미국의 케이블 제조사로 유명한 ‘카다스’의 사장인 조지 카다스의 추천방식으로서, 지정된 거리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시청실 벽의 길이에 비례하는 황금비율에 따라 스피커를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뒷벽의 길이가 13이라면, 스피커의 유닛 전면부 기준으로 측면벽까지의 거리가 5, 뒷벽까지의 거리가 8이 카다스가 권장하는 비율이다. 스피커의 모양이나 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세팅하기에 적당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공간의 크기가 클수록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팅을 완료하기까지는 아래 그림 이외의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데 관심이 있다면 카다스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길 바란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룸 튜닝


홈 오디오에도 돈을 들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집을 하나 짓는 것이 오디오의 완결편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니, 주변에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맨손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먼저 스피커의 음이 반사되는 곳은 최대한 정반사를 줄여서 디퓨징(diffusing, 산란)을 시킨다.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스피커의 측면 벽에 책장을 놓는 일이다. 천으로 된 걸개그림을 거는 것도 방법이다. 과다한 간접음을 감소시켜 직접음의 선명도를 높이고 적당한 무대형성을 돕는다.

 

흡음재의 활용은 과도하게 반사되는 낮은 대역의 울림을 줄여서 저역 자체도 분명하게 들리지만 고역을 선명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집안에 있는 푹신푹신한 소재는 모두 효과가 있다. 시각적인 선호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소재를 스피커의 저역 유닛 부근에 배치시켜 준다. 스피커의 전면 바닥에는 부풀부풀한 소재를 깔아두면 훌륭하다.

 

가정에서 제일 처치 곤란한 곳은 천정의 코너 구석이다. 이곳은 음이 집결해서 난반사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곳으로서 딱히 부착할 만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삼각형으로 된 천을 보기 좋게 붙여놓으면 효과만점일 것이지만,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약간의 비용을 들여서 모서리용 튜닝재를 붙이는 것 정도는 괜찮을 듯하다. 이 모서리 지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런 튜닝재의 배치 전후에 손뼉을 쳐보면 알 수 있다. 소리의 울림이 달라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앉아서 음악을 듣는 곳의 주변에도 가능한 한 쿠션이라 두터운 천 소재의 소품들을 두어서 음의 반사와 확산을 막아줄수록 좋다. 원래 벽 전체가 천으로 덮여 있어서 너무 데드(dead)한 공간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해볼수록 좋다.

 

 

 

룸 튜닝의 정석

정리 차원에서 간단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몇 가지 튜닝의 원칙들을 정리해본다. 일반적인 오디오 세팅법이 아니라, 룸 어쿠스틱을 위한 방법들이다.

 

카다스 방식을 참고하여 스피커를 배치한 모습. 좌우 대칭을 위해 확장된 발코니에 오디오를 설치했다.

 

 

1. 스피커는 좌우 같은 높이로 약간 안쪽으로 틀어서 놓는다.
무대를 정확히 그려내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이다. 스피커를 틀어놓는 각도는 사용자가 청취 위치를 오가며 조금씩 각도를 조정해서 최적의 각도를 찾아내야 한다.

 

2. 스피커는 과감하게 뒷벽에서 떨어뜨린다.
의외로 잘 어려운 일이다. 스피커를 방의 어중간한 곳에 놓는 일이 처음엔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실제로 놓아보면 꽤나 그럴 듯한 모양이 나온다. 그 음향적 효과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3. 스피커나 시청자나 방 중앙으로 모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모든 가재도구를 구석에 배치를 하고 자신도 반대쪽에 자리를 잡는 등 방의 외곽에 늘어놓는 게 익숙해져 있는데, 오디오는 의식적으로 방의 중앙으로 나아갈 때 발전이 있다. 울림이 많은 벽에서 벗어나 보자. 공간도 더 멋진 곳이 되어있을 것이다.

 

4. 벽에 뭔가를 붙여보자.
이 또한 한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겠지만, 벽을 밍숭밍숭하게 비워놓은 것보다는 뭔가를 채워보자. 영 체질에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공간에 활기가 넘치고 상상력도 풍부해질 것이다.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느낌은 오히려 차분해질 것이다. 

 

 

 

룸 어쿠스틱 개선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해

룸 어쿠스틱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것은 음악감상의 차원을 넘어 문화개변의 작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나 오디오의 배치도 항상 반듯반듯한 각을 잡기에 익숙해 있는, 네모난 세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때 음향적인 개선 또한 이루어진다. 오디오라는 물건이, 애초부터 서양의 음악공간의 산물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그다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총은 쏘기 위해 뽑아진 것이라는 말대로라면 음악 듣겠다는 사람 앞에 무서울 게 무엇이 있겠는가? 주말 오후 낮잠 잘 시간에 음악감상실을 내 손으로 한 번 만들어 보자. 음악감상실이 별게 아니라는 생각, 그만한 보람도 없을 것이다.

 

 

 

이석민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
SAE(School of Audio Engineering)를 졸업하고 블루캡 녹음실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로 일했다. 영화 [쉬리], [유령], [텔미썸딩] 등의 음향효과를 담당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이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udioguide/2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