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오디오 입문가이드

[스크랩] 오디오가이드 - 현장음의 이해

minjpm 2010. 5. 8. 09:05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은 대부분 실제 현장에서의 상황을 담고 있다. 악기나 목소리의 음색에서부터 공간의 크기와 모양새까지도 포함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모습들을 얼마나 충실하게 현실화시키느냐에 오디오 과학의 본분이 있다. 그래서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일을 현실에의 ‘재생(replay)’이라고 하며, 현장의 모습을 잘 그려낼수록 정보량이 뛰어난 재생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오디오 자체의 영역을 존중해서 실제의 소리에 접근하는지의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현장음을 잘 알고 있건 아니건 간에 오디오는 모사(模寫)의 수단으로 의미가 있을 뿐, 현장음과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현장음에의 접근이 과학을 매개로 한다면, 오디오 자체를 즐기는 일은 취미성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하튼, 그 어느 경우에도 연주가 행해지는 현장이라는 것은 감상자의 실질적, 개념적 기준점이 되는 곳이다.

 

 

 

음색(Timbre)의 재현

음색이라는 말은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다. 그만큼 한 단어로 정확히 의미를 옮겨놓기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념적으로는 이해하고 있는 말이다. 요컨대 음량과 주파수가 동일한 경우에도 각기 다르게 들리는 ‘특정 대상물 고유의 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만 해도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 구분할 수 있을 만큼 고유의 ‘음색’을 갖고 있다. 각기 다른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동일한 크기의 악기라 해도 재질과 제작시기, 마감 등의 이유로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렇게 다른 소리로 느끼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양한 음파로 이루어진 소리의 밀도 때문이다. 즉, 인간이 소리를 느끼는 것은 공기를 매개로 전해오는 파동 때문인데, 이 물결 같은 파동이 한 개가 아니고 여럿이며 그 주체에 따라 특유의 불규칙한 파동간격을 갖기 때문에 그 소리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 음색이 이렇게 미묘한 차이를 갖기 때문에 이를 녹음해서 재현하는 일은 고난이도의 작업이다. 오디오에서 스피커의 비중이 높은 것은 바로 이 음색의 재현에 가장 큰 관건을 쥐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스피커 자체의 음색도 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같은 바이올린이라도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고유의 ‘음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선택 또한 크게 엇갈릴 수 밖에 없다. 각자 선호하는, 혹은 기준이 되는 음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예 고유 음색을 배제한 경우도 있다. 녹음을 위해 사용되는 ‘모니터 스피커’의 경우인데, 이 또한 제작사별로 음색이 조금씩 다르다. 이에 더해서 앰프나 주변기기의 조합에 따라 그 음색은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정확한 음색재현은 특정 시스템을 초장에 판별하는 주요한 포인트가 된다. 

 

 

 

대역(Frequency Range)

‘음색’이 마이크로적인 미묘함을 다루고 있다면, ‘대역’은 매크로적인 기술력을 요하는 특성이다. 아울러 상호 연관관계를 갖는다. 스피커 시간에 언급한 바, ‘대역’이란 가장 낮은 음과 높은 음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CD를 제작하면서 메커니즘적인 한계로 인해 인간의 가청주파수라는 것을 적용시켰지만, 실은 가청주파수 바깥의 음들이 만들어내는 ‘증후군’같은 느낌은 간단히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자연계의 대역을 모두 재현시키는 일은 아직까지는 불가하다. 단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이론상의 주파수에 최대한 접근할 뿐이다. 이 또한 스피커의 실력이 가장 크게 관여한다. 스피커들의 크기가 커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대부분은 낮은 음을 효율적으로 내기 위한 것이다. 고음은 주로 소자의 특성을 이용해서 넓혀가고 있다. 물론, 작은 사이즈와 소구경의 유닛으로 낮고 강한 음을 낼 수 있는 스피커들이 끊임없이 개발되어왔지만, 대형기가 만들어내는 총체적인 대역의 뉘앙스와는 차이가 있다.

 

현장음이 갖고 있는 대역폭에 최대한 접근할수록 청취자는 ‘스케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연주자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크기와 무관하게 울림의 끝이 닿지 않는 공기의 흐름 같은 현상이 그런 느낌을 고조시켜준다.


장 기유가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
스케일을 느끼기에 좋은 음반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일반적인 대역을 가진 시스템으로 들었을 때는 특별히 아쉬움을 못 느낄 지 모르지만, 광대역 재생이 가능한 대형기를 통해서 들어보면 눈 앞에서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파들의 울림은 실로 장관처럼 펼쳐진다. 장 기유(Jean Guillou)가 연주하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Dorian)을 듣고 나면 다시는 소형시스템으로 돌아오고 싶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물론, 소형과 대형 시스템 각자의 장기와 지향점은 다른 곳에 있지만 말이다.

 

 

 

다이내믹스(Dynamics)

종종 ‘저음’, ‘저역’의 정의를 놓고 혼동하는 개념이 바로 다이내믹스다. 다이내믹스가 뛰어난 경우를 놓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저역이 좋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박진감이 좋다’고 한다면 훨씬 근접한 표현이 될 것이다. ‘다이내믹스’란 약한 음과 강한 음의 음량의 차이를 말한다.

 

즉, ‘다이내믹스가 좋다’는 말은 강약의 변화가 커서 치고 받고 정도가 충분히 호쾌하다는 의미이다. 다만 이런 현상은 주파수가 높은 대역에서는 잘 감지되지 않고 중역 이하의 대역으로 내려오면서 분명해지기 때문에 저역의 품질로 생각할 수 있다.

 
다이내믹스는 시간축의 변화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데 그 차이가 작을수록 박진감 있는 소리가 되며 강약음의 정도 차이가 클수록 트랜지언트(transient)가 좋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순발력이라는 차원에서, 주로 구경이 크고 큰 덩치의 스피커보다는 내입력이 큰 소형 스피커들이 다이나믹 특성면에서 유리하며 앰프의 여유로운 전원공급능력 또한 뒷받침되었을 때 원래 녹음의 상황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게르기에프의 베르디 [레퀴엠]. 다이내믹스를 느끼기 좋은 음반

 

게르기에프(Valery Gergiev)가 키로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베르디의 [레퀴엠 Requiem]중에서 ‘디에스이라이(Dies irae, 디에스 이레)’를 들어보면 짧은 한 소절씩 쌓아가다가 투티에 이르는 키로프 합창단의 혼성코러스에 이어지는 팀파니의 긴박한 연타, 그리고 다시 코러스가 전면에서 연속 포르테로 등장하는 동안 전후간 입체적으로 편성되는 긴박하고 역동적인 장면은 다른 작곡자 혹은 연주자의 ‘레퀴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이내믹스의 좋은 사례가 된다.

 

 

 

스테이징(Staging)과 포커싱(Focusing)

‘스테이징’이라 함은 문자 그대로 무대를 그려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얼마나 실제의 크기로 입체감있게 펼쳐주는 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sound staging, 다른 표현으로 ‘음장(音場)감’이라고도 한다. 스테이징은 실제보다 크거나 작아서는 안 되는 요소라서 음의 초점을 의미하는 ‘포커싱’과 결합시켜 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테이징이 실제보다 커지면 마치 확대복사한 이미지처럼 개별 연주자들의 크기도 부풀려지고 전후간의 거리함수가 흔들리면서 초점 또한 흐려지게 된다. 특히 성악곡의 경우 독창자의 입이 실제보다 커진 듯한 이런 현상을 두고 ‘빅 마우스(Big Mouth)’라고도 한다. 스피커의 배치, 앰프의 출력 등이 공간과 조화되지 못했을 경우에 나타난다.

 

현장을 잘 담아낸 녹음과 잘 설정된 시스템의 경우,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시청자와의 거리가 잘 감지되며 좌우 폭의 크기가 분명하게 자리잡는다. 또한 개별 연주자의 신체사이즈가 실제 크기로, 외곽선까지 그려지기도 한다. 입의 위치도 찾아낼 수 있다.


필립 헤레베헤의 바흐 [B단조 미사], 스테이징과 포커싱을 살펴보기 좋은 음반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가 콜레기움 보칼레(Collegium Vocale)를 지휘한 바흐의 [B단조 미사] 12곡 ‘쿰 상투 스피리투(Cum sancto spiritu)’는 이런 특성을 순서대로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연주가 된다. 마치 장막 속에서 반짝이고 물러나는 8성 푸가를 이토록 선열하게 보여주는 연주와 녹음은 많지 않다.

 

 

 

오디오의 음은 현장에서 출발한다

몇 가지 지표만으로 현장의 실제음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런 특성을 염두에 둔 시청습관은 어느 날 문득 찾게 된 연주회의 감동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모름지기 연주회장의 소리란 원곡의 정신과 연주자의 기량, 그리고 실연의 생동감이 더해졌을 때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연주장에서의 감명은 다시 자신의 감상실에서의 시청에 반영되어 실연과 가깝거나 먼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가는데 훌륭한 원천이 될 것이다. 오디오가 현장을 반영하든 안하든 실제 연주장의 소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스테레오뮤직>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강사이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udioguide/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