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양자 역학의 핵심 - 상보성의 원리

minjpm 2010. 7. 13. 13:45

현대물리학은 20세기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발견된 양자역학상대성이론을 두 기둥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물리학의 어떤 분야라도 그 내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려면 이 둘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과 무척 다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거나 익히기가 어렵다.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 중 하나, 난해한 양자역학

특히 양자역학의 세계는 마치 마법의 세계와도 같다. 양자역학은 과학자들이 원자 이하의 세계를 탐구하면서 발견한 물리이론으로서, 미시적인 아원자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이다.

 

그 규칙이 거시적인 물리규칙과는 너무나 달라,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지식인들은 인간의 언어가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데에는 가망이 없을 정도로 적합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양자역학이 구축된 지도 벌써 거의 한 세기가 지났으며 그동안 그에 기반한 현대물리학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이런 이유로, 양자역학을 잘 모르는 비전공자에게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그 의미를 쉽고 짧게 설명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생존을 위해 거시적인 세계에 잘 적응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에 미시 세계의 규칙들을 본능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어렵다.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대표하는 두 인물.
닐스 보어(좌)와 아인슈타인(우)

 

 

양자역학의 한가운데 있는 상보성의 원리

양자역학이라는 이 난해한 골칫덩어리의 한가운데에 상보성(complementarity)의 원리가 있다. 상보성의 원리는 핵물리학과 양자역학의 태두라 할 수 있는 덴마크의 닐스 보어가 주창하였다. 상보성의 원리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떤 물리적 계의 한 측면에 대한 지식은 그 계의 다른 측면에 대한 지식을 배제한다.”

 

 

 

상보성 원리의 예: (1) 위치-운동량의 불확정성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는 달리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양자역학에서의 불확정성은 하이젠베르크의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여기서 Δx는 위치의 불확정성을, Δp는 운동량의 불확정성을 나타낸다. 이 관계식에 의하면 어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임의의 정밀도로 정할 수가 없다. 이는 미시세계에서 입자의 위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거시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본다는 것은 그 물체에서 튕겨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다. 미시세계도 마찬가지여서 예컨대 전자의 위치를 알아내려면 그 전자에 빛을 쪼여 그 빛이 튕겨 나오는 양상을 분석하면 된다. 이때 전자의 위치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 위치의 불확정성을 낮추려면 파장이 짧은 빛을 이용해야 한다. 짧은 파장을 가진 파동은 그만큼 짧은 거리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장이 짧은 빛은 그만큼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혹은 X선의 투과력이 높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만약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짧은 파장의 빛을 쬐면 빛의 높은 에너지가 전자에 전달되어 전자의 운동량의 불확정성은 그만큼 늘어난다. 반대로 전자의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긴 파장의 빛을 쓰면 그만큼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자의 위치에 대한 불확정성은 늘어난다.

 

이때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고전역학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무제한의 정밀도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그 두 양을 모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하나의 결과가 다른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입자의 운동량에 대한 지식은 위치에 대한 지식을 배제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상보성 원리의 예: (2) 입자-파동의 이중성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 전자 회절 사진.


상보성 원리의 또 다른 중요한 예는 입자-파동의 이중성이다. 고전역학의 틀을 마련한 뉴턴은 애초에 빛을 입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호이겐스) 등에 이르러 빛이 파동임이 확실해졌고 맥스웰에 의해 빛은 전자기의 파동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1900년 막스 플랑크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흑체복사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빛이 입자처럼 덩어리진 에너지를 가진다고 생각했고 1905년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이 가설을 받아들여 광전효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이후로 빛은 에너지 덩어리를 가진 광자(photon)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빛은 거시세계에서는 엄연히 파동으로 행동한다. 똑같은 빛이라도 하나하나의 미세한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덩어리진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고전적인 전자기파일 뿐이다. 이처럼 물리적 대상이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현상을 입자-파동의 이중성이라고 한다. 입자적 성질과 파동적 성질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래서 이 둘은 서로를 배제한다. 즉, 빛이 입자처럼 행동할 때는 파동의 성질이 사라지고 파동처럼 행동할 때는 입자의 성질이 사라진다.

 

빛만 그런 것이 아니다. 드브로이(Louis Victor de Broglie, 1892~1987)는 고전적으로는 파동인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듯이, 고전적인 입자 또한 파동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입자는 자신의 운동량에 반비례하는 파장을 가지는, 일종의 물질파이다. 거시적인 물체들은 운동량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물질파의 파장이 너무나 짧아 파동으로서의 성질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는 물질파 파장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아 전자조차도 파동적인 성질을 보인다. 전자가 고전적인 빛처럼 간섭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실험적으로도 검증되었다.

 

 

상보성 원리의 예: (3) 블랙홀의 딜레마

비교적 최근에는 상보성의 원리가 블랙홀에도 적용되었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나 세기 때문에 빛조차도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이다. 블랙홀에는 지평선이 있어서 이 선을 넘어가면 그 어떤 물체도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그 지평선을 사상의 지평선(혹은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A가 블랙홀의 지평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고, B는 지평선 밖, 블랙홀에 대해 정지된 위치에서 이 현상을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A의 입장에서는 그냥 자유낙하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지평선을 지나는 것조차 느끼지도 못한다. 이는 마치 지구 중력장 속에서 자유낙하할 때는 아무런 힘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B는 전혀 다른 현상을 목격할 것이다. 우선 A가 지평선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A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이는 중력이 점차로 세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 A의 시계만 느린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 아니라 A와 관련된 모든 것이 느려진다. 마침내 A가 지평선에 도달하게 되면 B는 A의 시계가 영원히 멈춘 것으로 관측한다.

 

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지평선 근처는 무척 뜨겁다. 지평선 바로 안쪽에서는 빛을 포함해서 그 어떤 입자도 탈출할 수 없다. 반면 지평선 바로 밖에 있는 입자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져야만 블랙홀의 중력을 벗어나 지평선 안으로 빨려 들지 않을 것이다. 비록 B에 도달하는 빛의 에너지가 약하더라도 그 빛이 지평선 근처에서는 무척 높은 에너지였음에 분명하다. 블랙홀의 지평선 바로 바깥 영역은 이처럼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B가 보기에 A는 이 영역을 지날 때 온몸이 타버릴 것이다.


블랙홀에 빠지는 사람과 관찰자 사이의 딜레마도 상보성의 원리로 설명된다.
<출처: Nasa>

 

만일 A가 사람이라면 B는 A가 지평선에 도달하는 순간, 발부터 서서히 타들어가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또 B가 보기에 A의 신체 그 어떤 일부도 지평선을 넘어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A 자신에게는 지평선이 물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상의 선에 불과하다. 물론 A가 블랙홀에 가까이 도달하면 그의 몸은 발과 머리 사이의 중력의 차이로 인해 짓이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점차 일어나는 현상일 뿐, 사상의 지평선을 넘어가는 순간 극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평선을 지나가는 A는 지평선을 지나갔는지조차도 모르고 그냥 자유낙하할 뿐이다. 반면 B는 A가 지평선에 다가감에 따라 모든 현상이 느려지며 뜨거운 불기둥에 다 타버리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 모순인 이 현상을 스탠포드 대학의 물리학자 서스킨드(Leonard Susskind 1940~)는 상보성의 원리로 설명했다. 블랙홀의 지평선은 물리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지평선의 이쪽과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구라도 지평선의 이쪽에 있거나 혹은 저쪽에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 입자가 파동의 성질이나 혹은 입자의 성질 가운데 한 가지만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경우와 같다.

 

 

상보적 원리의 핵심, 물리적 양상은 OR로 구현된다

상보성 원리의 핵심은 서스킨드가 지적했듯이 물리적 양상이 AND가 아니라 OR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위치 혹은 운동량, 입자 혹은 파동, 그리고 지평선 이쪽 아니면 저쪽. 보어는 상보성의 원리를 물리세계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이나 물리화학적 현상에도 적용하려고 했었다. 한번은 누군가가 보어에게 ‘진실’의 상보적 속성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했겠는가? 보어의 답변은 ‘명료함’이었다고 한다.

 

 

 

이종필 /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입자물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의 연구원이다. 저서로는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가 있고, 역서로는 [최종이론의 꿈]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