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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양생식 - 번식의 방법

minjpm 2010. 10. 2. 11:17

[서유기] 속의 손오공만큼 사람들의 열망을 집약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캐릭터도 드물다.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손오공은 훨훨 날아서 어떤 곳이든 가고 싶다는 바램이 녹아 있으며, 선계의 복숭아를 훔쳐 먹은 일화 속에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다. 또한 위급할 때 머리카락만 뽑아 훅 불면 분신들이 팝콘 터지듯 생겨난다.

 

 

분신술을 할 수 있다면?

내게 있어 가장 부러운 능력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살림도 해야 하고, 글을 쓰면서 공부도 해야 하는 주부와 엄마와 작가와 대학원생의 일상이 겹칠 때, 나를 대신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헛된 망상이 슬금슬금 피어오른다. 나를 대신할 누군가가 있으면 꽤나 유용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손오공과 머털 도사는 머리카락을 뽑아 분신을 만들어내고, 20세기에 사는 덕 키니(마이클 키튼 분, 영화 [멀티플리시티]의 주인공)는 복제인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내어 나를 대신할 개체를 만드는 일은 현실화된 적이 없다. 물론 이것은 인간에 국한된 이야기다.

 

 

영양생식, 식물의 분신술

이 분야에 있어 절대 고수는 식물들이다. 식물들은 종자로 번식하는 방법 외에도 다양한 번식 방법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양생식은 매우 간단하고 경제적인 번식 방법이다. 이미 자라난 줄기나 뿌리에서, 그것도 위치를 크게 가리지 않고, 새로운 어린 싹과 뿌리가 생겨나서 어엿한 하나의 개체로 자라나니 말이다.

 

영양생식(營養生殖, vegetative reproduction)은 말 그대로, 생식기관이 아닌 영양기관, 즉 잎이나 줄기, 뿌리 등을 번식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유전자의 섞임이 없기 때문에 무성생식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식물체의 몸체 거의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개체수를 늘리기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클로버나 개나리 등은 대개 군락을 이루며 집단적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주로 줄기나 뿌리로 영양생식을 하므로 조건만 맞으면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군락을 이루는 개체들의 DNA를 검사해보면 유전 정보가 동일한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대나무나 연, 감자, 토란, 딸기, 잔디, 갈대, 양파, 백합, 나리 등은 번식에 줄기를 이용하고, 고구마나 달리아 등은 주로 뿌리를 번식에 이용한다.


영양생식으로 번식하고 있는 선인장.

 

 

꺾꽂이 등은 영양생식을 이용하는 것

사람들 역시 식물들의 영양생식을 십분 활용한다. 길게 늘어진 가지를 땅에 묻는 휘묻이, 가지나 잎을 꺾어 직접 땅에 심는 꺾꽂이와 잎꽂이, 식물 한 그루의 뿌리와 줄기를 여럿으로 나누어 심는 포기나누기, 다른 개체에 붙여주어 자라게 하는 접붙이기 등은 농업과 원예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가지나 뿌리 전체가 아니라 조직의 일부, 심지어는 세포 하나에서도 식물 전체를 키워낼 수 있는 조직배양도 가능해졌다. 이렇듯 사람들이 식물의 영양생식을 주목하는 것은 영양생식은 무성생식의 일종이므로 굳이 종자가 나오는 시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또한 우수한 품종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연히 정원에 유난히도 크고 색이 예쁜 색의 꽃을 피우는 장미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장미의 씨앗을 받아 심는 것보다 장미 나무의 가지를 이용해 꺾꽂이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가지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시기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또한 무성생식이기 때문에 모체가 되는 장미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똑같은 크기와 색을 지닌 꽃을 피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영양생식이 가능한 이유는 식물 세포가 전분화능을 유지하기 때문

접붙이기도 영양생식의 응용. <출처: (cc) Chris Hibbard>


거의 대부분의 식물은 영양생식이 가능하다. 잎과 줄기, 뿌리뿐 아니라 조직의 일부, 심지어 세포 하나로부터도 완전한 개체를 키워내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수정란을 제외하고는 번식은 커녕, 조직의 일부조차 재생시키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가히 놀라운 재생능력이다. 그런데 어떻게 식물에게서는 이런 마술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것은 식물세포들이 개체형성능력, 그것도 완벽한 전분화능(totipotency)을 성장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플라나리아나 불가사리 등 일부 재생 능력을 가진 개체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척추동물 이상에서는 생식세포를 제외한 개체의 일부를 통해 번식하는 것은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동물과 식물의 근본적인 세포의 차이에서 온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유성생식을 하게 되면, 초기에 수정란이라는 단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이때의 세포들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상관없이 모두 전분화능을 가진다.

 

인간의 경우, 수정 후 약 2주, 즉 배반포를 형성할 때까지 세포들이 전분화능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 시기까지의 세포들을 ‘만능’ 줄기세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때 선풍적인 관심을 일으켰던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이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이때의 세포들은 전분화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정한 조건만 맞춰준다면 이론적으로는 인체를 구성하는 200여가지 세포 중 어떤 세포로든 분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면, 난치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췌장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줄기세포를 통해 췌장 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이식해주면 완치될 수 있다.

 

 

식물 세포와 동물 세포의 전략 차이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시기 이후, 인간의 수정란은 점차로 분화되면서 전분화능을 잃어버린다. 이는 동물세포가 식물세포에 비해 더욱 특수하게 세분화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물세포는 단단한 세포벽 구조를 가지지 않는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포들로만 이루어지는 경우 물렁물렁한 신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신 동물들은 발달 과정에서 단단한 골격 구조를 형성하는 특수한 세포. 즉 뼈세포를 만들어 몸을 세운다. 하지만 식물세포는 세포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쌓는 것만으로도 몸을 세울 수 있기에 따로이 뼈세포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예는 또 있다. 인체는 남는 열량을 지방으로 바꾸어 지방세포라는 저장전담 세포를 지정해 여기에 저장해두지만, 많은 식물들은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액포’라는 세포 내 주머니에 이들을 담아두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개체가 살아가면서 특정한 필요가 있는 경우, 동물세포는 그 기능만을 전담하는 특수한 세포들에게 맡기지만, 식물세포는 여러 세포들이 이 기능을 나눠맡는 형식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도둑이 늘어나 대책이 필요하다면, 마을 사람들 중 일부가 전담 파수꾼이 되어 마을의 경비를 책임질 수도 있지만, 마을 전체 집집마다 모두 도난방지 장치를 설치할 수도 있다. 파수꾼이 되면, 오로지 경비에만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들은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도난방지 장치를 단다면 마을 사람들 각자의 일상은 전과 달라지지 않는다. 전자는 동물세포의 방식이고, 후자는 식물세포의 방식이다. 동물세포들은 대개 해당 기능에 맞게 세분화되는 과정에서 원모습을 잃고 특수하게 변모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분화능을 상실하게 된다.

 

동물세포와 식물세포의 차이. <출처: NASA>

 

 

동물세포의 전분화능은 억제될 필요가 있어

동물세포, 나아가 인간의 세포가 전분화능을 잃는 것은 사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동물세포는 식물세포에 비해 세포가 더 세분화되어 분화된다. 예를 들어 같은 혈액세포라 할지라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전달은 적혈구가, 면역 기능은 백혈구가, 혈액 응고 기능은 혈소판이 담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자신이 전담하는 기능에 맞춰 모양과 특성마저도 다르다. 적혈구는 가운데가 오목해 기체들을 품기 적합하고 모양도 동글납작해 혈관벽에 부딪쳐도 서로 상하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백혈구는 인체에 침입한 외부 물질들을 잡아내기 위해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들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인체의 모든 세포들은 각자 자신이 이렇게 맡은 일이 지정되어 세분화되어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세포로 전환이 가능한 분화능력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갑자기 신경세포가 분화되어 뼈세포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눈의 망막 세포가 분화되어 위장세포가 되어 염산을 분비한다면?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다. 세포가 분화되어 자신의 역할을 찾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기에 전분화능은 억제되는 것이다.

 

다만, 동물세포의 경우에도 전분화능은 ‘억제’될 뿐,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포유류처럼 세포 분화가 절정에 이른 동물들에게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다. 돌리는 암양의 유선세포의 핵을 난자에 이식하여 발생한 경우로, 이미 ‘유선세포’라는 특정한 기능을 부여받은 세포의 핵 역시도 적정한 조건(난자로의 이식)만 주어지게 되면, 다시 처음 발생할 때와 같은 전분화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실험이다.

 


식물 세포가 전분화능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는 달리 식물세포는 동물세포에 비해 극단적으로까지 분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전분화능 역시 계속 유지된다. 그래서 식물들은 줄기가 자라다 휘어져 흙과 만나면 거기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뿌리가 적당히 자라나 뻗어나가면 다시 싹을 틔워 땅 위로 뾰족하니 새싹을 내미는 것이 가능하다. 왜 동물세포와 식물세포의 분화가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의 경우,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좀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은 있다.

 

예를 들어 산사태로 갑자기 흙이 떠내려 온다면 동물은 움직여 피할 수 있지만, 식물은 고스란히 흙더미를 덮어쓰게 된다. 이럴 경우, 흙더미 속에 파묻힌 가지에서 새로 뿌리가 나고 새싹이 돋을 수 있다면 식물은 생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전분화능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생존에 유리한 경우, 진화적으로 선택될 확률이 높으므로 식물은 그런 상태로 진화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새순 꺾꽂이로 묘목을 키우는 모습, 꺾꽂이도 영양생식의 응용이다.
<출처: KVDP at Wikipedia>

 

 

 

이은희 / 과학저술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 많은 과학 도서를 저술하였고, 2003년에 과학 기술도서상을 수상하였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3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