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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원소의 기원

minjpm 2010. 10. 2. 11:18

화학책에 실려 있는 주기율표에는 110개 정도의 원소들이 배열되어 있다. 그 중에서 자연에서 발견되는 원소는 90가지이다. 원자번호가 93번 이상인 원소들은 입자 가속기를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만든 원소들이다. 이런 원소들은 반감기가 짧아 만들어 놓아도 오랫동안 존재하지 못하고 곧 붕괴되어 버린다. 원자번호가 92번 이하인 원소 중에서도 43번 테크네튬과 61번 프로메튬은 반감기가 지구 나이에 비해 매우 짧아 모두 붕괴되어 버렸기 때문에 지구의 자연 상태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적색거성의 대기 속에서 테크네튬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연은 90가지의 원소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 90가지의 원소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90가지의 원소의 기원은?

원자들의 기원을 찾는 일은 20세기 물리학자들과 화학자들에게 주어졌던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 20세기 과학자들은 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 결과 우리는 원소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수소 원자의 수를 10,000이라고 한다면 헬륨은 약 1,000개, 산소는 6개, 탄소는 1개 정도 존재하며, 다른 모든 원소를 합한 것은 1개 이하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소의 이러한 존재비도 설명할 수 있었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에서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수소와 헬륨이 빅뱅의 과정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조지 가모(George Anthony Gamow, 1904~1968)와 랄프 알퍼(Ralph Asher Alper, 1921~2007)였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관측을 통해 밝혀지자 가모와 그의 제자였던 알퍼는 우주의 팽창과정을 거꾸로 돌려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연구를 시작했다. 우주가 작아질수록 온도와 밀도가 올라가서 결국에는 모든 원자들이 그 구성 입자인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아주 높은 온도에서는 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입자들을 묶어 원자핵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빅뱅의 상상도. 수소와 헬륨은 빅뱅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가자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결합하여 헬륨 원자핵과 소량의 리튬과 붕소(보론) 원자핵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주의 온도가 일정한 온도 이하로 내려가자 더 이상의 원자핵이 만들어질 수 없었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들의 에너지가 너무 작아져서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강한 상호작용으로 원자핵을 구성할 수 있는 거리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뱅에 의한 원소의 제조는 여기에서 끝나게 되었다. 가모와 알퍼는 이러한 내용을 1948년 4월1일에 [화학원소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 논문이 빅뱅 우주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논문이었다. 가모와 알퍼는 이 논문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와 헬륨 원자 수의 비가 약 10:1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철까지의 원소는 별의 핵융합에서

그러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도 많은 원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빅뱅의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없었다면 이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태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별이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과학자들 중에는 별이 내는 에너지가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하는 핵융합에 의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프리츠 후터만스(Fritz Houtermans, 1903~1966)와 로버트 애트킨슨(Robert d'Escourt Atkinson)은 1929년에 별의 내부는 온도가 매우 높아 양성자들이 강한 상호작용으로 결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어 수소의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성자가 발견되기 이전이어서 중성자의 존재를 몰랐던 그들은 정확한 계산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후터만과 애트킨슨에 이어 별 내부에서의 핵융합 과정을 밝혀낸 사람은 한스 베테(Hans Albrecht Bethe, 1906~2005)였다. 베테는 1938년에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소 핵융합 반응의 자세한 과정에 대해서는 2009년 7월 24일자 오늘의 과학, 별의 물리학 핵융합 참조). 태양과 같은 별은 수소 핵융합을 통해 헬륨 원자핵을 만들어내면서 그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후터만스, 애트킨슨, 베테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별 내부에서 가벼운 수소가 헬륨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과정은 설명이 되었다. 그러나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합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헬륨 원자핵은 네 개의 핵자(양성자와 중성자)를 가지고 있다. 헬륨 원자핵이 양성자를 흡수하면 다섯 개의 핵자를 가진 원자핵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원자핵은 불안정해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헬륨 원자핵 두 개가 결합하면 여덟 개의 핵자를 가지는 원자핵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원자핵도 매우 불안정하다. 불안정한 원자핵들이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가는 통로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헬륨에서 철까지의 원소는 별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졌다. <출처: NASA>

 

이 문제를 해결하여 별의 내부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 과정을 밝혀내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은 정상 우주론을 제안했던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이었다. 호일은 헬륨 원자핵 두 개가 결합하여 불안정한 상태의 베릴륨 원자핵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헬륨 원자핵이 결합하여 들뜬 상태의 탄소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예측했고, 그의 예측은 윌리엄 파울러(William Fowler, 1911~1995)의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핵융합을 통해 탄소 원자핵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자 탄소보다 큰 원자핵의 합성은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호일과 파울러, 부부였던 마가렛 버비지(E. Margaret Burbidge, 1919~)와 제프리 버비지(Geoffrey R. Burbidge, 1925~2010)는 1957년에 [별의 원소 합성]이라는 제목의 104 페이지나 되는 긴 논문을 통해 무거운 원자핵이 합성되는 과정을 밝혔다.


별의 내부에서는 여러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별의 내부 온도와 밀도가 더 높아야 한다. 질량이 큰 별에서는 중력에 의한 응축에 의해 핵융합에 필요한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별 내부에서의 핵융합 반응으로는 철의 원자핵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 수 없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에서

초신성 폭발의 잔해인 게성운.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로 생겼다.
<출처: NASA>


원자핵이 핵융합을 통해 더 큰 원자핵이 되는 것은 더 커질수록 에너지가 낮은 상태 즉 더 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핵이 커짐에 따라 더 안정한 에너지 상태가 되는 것은 원자번호가 26인 철의 원자핵까지뿐이다. 철 원자핵보다 커지면 오히려 에너지 상태가 높은 원자핵이 된다. 철 원자핵보다 큰 원자핵들은 핵분열을 통해 더 안정한 원자핵이 되려고 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정상적인 핵융합 과정을 통해서는 철의 원자핵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우주에는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원자핵 합성 과정이 남아있다. 그것은 초신성 폭발이다. 별을 구성하는 모든 양성자가 붕괴하여 중성자가 만들어지는 초신성 폭발 시에는 별이 일생동안 핵융합을 통해 방출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에너지가 아주 짧은 순간에 방출된다. 이 넘쳐나는 에너지가 순식간에 무거운 원소를 제조해내는 것이다. 초신성 폭발은 큰 에너지로 무거운 원소를 제조할 뿐만 아니라 별의 일생을 통해 만들어낸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흩어놓아 우주가 화학적으로 풍요로운 공간이 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원소의 기원

20세기 과학자들은 원소의 기원에 대해 이만큼 밝혀냈다. 물론 이러한 과학적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학에서는 한 이론이나 주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을 칭찬한다.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주장이나 이론을 반대하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을 권장해 왔기 때문이다. 원소의 기원에 관한 이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의 기원에 대해 이만큼 많은 것을 밝혀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3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