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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남성과 여성을 모두가진 존재, 헤르마프로디테 에 관하여...

minjpm 2009. 4. 23. 17:03

제우스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이자, 상업의 신인 헤르메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의 사이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낳았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부모를 닮아 아주 잘 생긴 미소년이었다. 오죽하면 요정 살마키스가 그에게 한눈에 반해서 그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쳤을까. 하지만 그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소년이었기에 살마키스의 뜨거운 열정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를 향한 살마키스의 외사랑은 결국 집착이 되었고, 자신 안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급기가 소년을 억지로 끌어안고 놔주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는 끝까지 자신을 거부하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보며, 신에게 빌었다. 신이시여, 이 소년과 하나가 되어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살마키스의 절절한 마음이 어떤 신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는 결국 하나의 몸이 되고 말았다.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면서, 동시에 남성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한 그런 존재,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는 한 몸에 동시에 여성과 남성을 지닌 존재, 즉 자웅동체(헤르마프로디테)가 된 것이다. - 그리스 신화,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

 

 


보편적으로 인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으로 나뉩니다. 대개 생물들은 두 개의 성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이성(異性)의 결합으로 인해 자손을 번식시킵니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반드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야 아이가 태어나며, 이 때 아이를 임신하고 낳는 것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죠.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이처럼 같은 종이면서도 확실한 구별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며, 남성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한 사람들이 태어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들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헤르마프로디토스와 살마키스의 전설을 통해 이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성과 떨어지지 않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된 인물로 그려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태어날 아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 알아봅시다.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남성의 정자에 달린 몫입니다. 인간은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를 갖는데, 성염색체가 XX면 여성, XY면 남성이 됩니다.

 

염색체 하나가 X냐 Y냐의 차이가 남녀의 성을 구별하게 되는데, 그중 Y염색체에는 개체를 남성으로 발달시키는 유전자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Y염색체가 없는 터너증후군(성염색체로 X염색체 1개만을 가집니다)인 사람들은 여성으로 태어나며, X염색체가 두 개 있는 클라인펠터 증후군(X염색체 2개에 Y염색체 1개를 가집니다)인 사람들은 남성으로 태어나지요. 그리고 이는 수정 순간에 결정되는 일입니다. 이렇듯 성별은 근본적으로 염색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염색체의 종류가 XX인지 XY인지는 육안으로는 구별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대개 육안으로 남녀를 구별하는 데는 성징(性徵)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1차 성징은 바로 생식기의 특성입니다. 남녀가 잘 구분되지 않는 갓난아기의 경우에도 생식기의 모습만은 뚜렷이 구분되니까요. 그런데 가끔, 1차 성징과 성염색체형이 맞지 않거나 두 가지 성의 성징을 모두 가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태아의 염색체적 성별이 결정되는 것은 수정 바로 그 순간이지만, 실제 성에 따른 생식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임신 약 8주경부터입니다. 처음에 수정란은 하나의 세포일 뿐이지만,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신체 각 부위를 만들어갑니다. 임신 8주 쯤 된 태아는 이제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남들에게 명확히 알려주기 위한 생식기 형성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 때 태아에게서는 그 아이가 남자아인지 여자아이인지에는 상관없이 장차 남성 생식기가 될 볼프관(Wolffian duct)과 여성 생식기가 될 뮐러관(Mullerian duct)이 모두 다 나타납니다. 이 때 남자아이라면, Y염색체 위에 놓인 SRY(Sex-Determining Region of Y) 유전자 - 우리 말로 하면 ‘성 결정 인자’ 정도 됩니다 - 가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SRY 유전자가 기지개를 펴고 제 할 일을 시작하면, 남자의 생식기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고환이 만들어지게 되고, 콩알만한 태아의 좁쌀만한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남성 생식기를 만듭니다. 물론 고환에서는 동시에 뮐러관 억제인자도 방출하여 이제는 쓸모없어진 뮐러관을 퇴화시키기도 합니다. 이 SRY 덕분에 Y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X염색체의 개수와는 상관없이 남성으로 발달하는 것이죠.

 

만약 이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이 태아는 염색체 상은 XY가 분명한 남자라 할지라도, 여성의 생식기를 갖춘 채 태어난답니다. 예를 들어 Y염색체의 SRY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태아의 염색체상은 남성이나 여성의 겉모습을 갖추고 태어납니다. SRY가 기능하지 않으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지 못하고, 테스토스테론의 자극을 받지 못하면 볼프관은 퇴화되고 여성형 생식기를 만드는 뮐러관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성별의 결정 과정에서 SRY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서, 때로는 여성형 염색체(XX)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1차 성징을 가지고 태어나 남성으로 자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 거의 대부분은 Y염색체 상에 존재하던 SRY 유전자가 떨어져나와 X염색체 속에 끼어들어갔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이라도 SRY가 기능하지 못하면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고, 여성이라도 SRY가 나타나면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SRY 유전자는 정말 ‘이름값(성 결정 인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유전자랍니다. 이들은 대개 분명한 생식기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모습이 염색체적 성과는 달라서 이런 경우를 ‘가성 반음양’이라고 합니다.

 

SRY의 이상에 의한 선천성 이상은 드문 일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이유로 인한 가성 반음양이 늘어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계 교란물질 덕이지요.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경우, 인체 내에 유입되는 경우 호르몬처럼 기능하는 물질을 말하는데, 이 중에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종류들이 존재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은 남성을 남성화시키고, 여성을 여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태아가 발생하는 과정 중에 생식기를 형성하는 순간에 이들 호르몬에 과량으로 노출되면 생식기의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번 칼럼에서 다시 자세히 소개하기로 하지요.

 

 

가성 반음양의 경우에는, 대개 어릴 때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다가, 사춘기 혹은 성인이 되어서 무월경이나 난임 등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아기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구별하기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검사를 해보면 몸 속에서 난소와 고환이 동시에 발견되거나, 두 개가 결합된 난소고환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진성 반음양이라고 하지요. 
 
앞서 헤르마프로디테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말로는 자웅동체, 혹은 반음양(半陰陽)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의 두 가지 성이 반반씩 들어 있다는 뜻이지요. 옛 사람들은 반음양이 생겨나는 이유를 이성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절절한 사랑의 원념으로 보았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생식기 발생 과정 중에 나타난 유전자의 이상이나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랍니다. 아무래도 현대 과학적인 설명은 옛사람들의 상상에 비해 낭만적인 면이 떨어지는군요. 하지만 과학적인 설명은 현상에 대한 근본 원인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응이나 치료법을 적절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설명은 특정 현상을 백안시하거나 신성화시키지 않고 사물 그대로를 보는 눈을 길러준다는 거죠. 한 몸에 두 성을 가진 것이 누군가의 저주 탓이 아니라, 유전적 오류나 독성화학물질에 의한 ‘우연한’ 사건이라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