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건강한 생활을 위해

[펌]인체의 신비 - 작은창자(소장)에 대하여..

minjpm 2009. 8. 10. 14:42

위를 통과한 음식은 창자로 들어간다. 위벽의 수축작용을 통해 음식물이 물리적으로 부서지기도 하고, 위에서 여러 가지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화학적으로 분해되기도 하지만 위를 통과할 때까지 일어나는 소화는 전체 소화의 반이 채 되지 않는다. 즉 위보다는 창자에서 소화되는 정도가 더 크다는 뜻이다. 창자는 작은창자(소장)와 큰창자(대장)로 나뉘어진다. 작은창자의 길이는 약 6m이지만 큰창자의 길이는 불과(?) 1.5m 정도다. 그러므로 크고 작은 구분이 길이에 의한 것이 아님은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름에서 크고 작음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답은 굵기이다. 작은창자의 굵기는 약 2.5~4cm 정도지만 큰창자는 약 7.5cm로 작은 창자보다 훨씬 굵다. 흔히 볼 수 있는 인체 내부 그림에서 배쪽에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장기가 바로 작은창자다. “산길이 아주 꼬불꼬불하고 험하다”, 또는 “세상일이 험하고 복잡하여 살아가기가 힘들다”를 의미하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아홉 번 굽어진 양의 창자를 가리킨다. 포유동물의 창자는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꼬불꼬불하므로 서로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

 

 

작은창자를 한문으로 옮기면 소장(小腸)이 된다. 소장은 십이지장(샘창자), 공장(빈창자), 회장(돌창자) 등 세 부위로 나눌 수 있다. 아직까지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와 같은 한글용어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과거에 많이 사용한 한문식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기야 한글식 용어가 익숙지 않다 해도 공장이나 회장 같은 한문식 용어도 익숙지 않은 것이 문제이긴 하다.


용어가 익숙하다, 아니다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기회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20세기 초, 서양의학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던 시기에는 적합한 용어를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 후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일본식 한자 용어를 빌려다 쓰다 보니 소장, 십이지장, 공장, 회장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당장은 익숙지 않겠지만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라는 이름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샘창자란 특정 물질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다는 뜻이고, 빈창자는 평소에 비어 있다는 뜻이며, 돌창자는 돌기모양을 하고 있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작은창자 맨 앞쪽에 위치한 십이지장(十二指腸)의 길이는 약 25cm이다. 십이지장이라는 이름은 손가락 12개를 옆으로 늘어놓았다는 뜻이지만 손가락 하나의 굵기가 (25/12=)2.0833cm이나 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므로 실제 십이지장의 길이는 손가락 12개를 늘어놓은 것보다 긴 셈이다. 그런데 샘창자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샘창자는 분비샘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위에서 아무리 열심히 소화를 한다 해도 위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가 다양하지 못하므로 음식물이 아주 작은 크기까지 소화되지는 않는다. 샘창자 중간쯤에는 쓸개즙과 이자액이 흘러나오는 구멍이 있어서 지질과 단백질의 소화에 필요한 물질을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장기에서 분비된 물질을 얻는 것이 샘창자의 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샘창자의 샘에서 분비하는 물질은 소화효소가 아니라 알칼리성 점액과 호르몬이다. 위에서 음식물이 위액과 혼합된 상태의 물질을 미즙(糜汁)이라 한다. 미즙은 위에서 분비된 염산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강한 산성을 띠고 있다. 이 액이 식도로 역류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듯이 작은창자로 들어가면 작은창자 벽에 있는 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은창자 입장에서는 강한 산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필요하므로 알칼리성의 점액을 분비하는 샘이 발달되어 있다. 샘창자의 샘에서 알칼리성 점액이 분비되어 미즙과 혼합하면 중성이 되는 것이다

 

 

샘창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면 위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 음식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과 이렇게 소화된 음식으로부터 생겨난 영양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샘창자는 쓸개즙과 이자액의 도움을 받아 화학적 소화를 담당한다. 지질 소화를 위한 쓸개즙의 역할은 7월 20일자 오늘의 과학(쓸개)에서 기술한 바 있다.


이자(췌장)는 탄수화물 분해효소(carbohydrase), 지질 분해효소(lipase), 핵산 분해효소(nuclease),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등을 모두 분비한다. 아밀라아제(amylase)는 탄수화물 분해효소, 리파아제(lipase)는 지질 분해효소, 트립신(trypsin), 키모트립신(chymotrypsin), 카르복시펩티다아제(carboxypeptidase) 등이 단백질 분해효소에 해당한다. 효소에 의한 소화가 화학적 소화라면 물리적 소화는 음식물을 혼합하고 기계적으로 잘게 부수는 행위를 가리킨다. 샘창자에서는 미즙과 소화효소, 점액을 혼합하기 위해 분절운동을 한다. 또 음식물을 더 잘게 부수기 위해 계속 꿈틀거리는데 이를 연동운동(蠕動運動) 또는 꿈틀운동이라 한다.

 

 

샘창자, 빈창자, 돌창자의 길이는 각각 약 25cm, 2.5m, 3.5m 정도이다. 샘창자의 길이가 아주 짧은 데다 연동운동이 잘 일어나므로 음식물은 쉽게 샘창자를 빠져나간다. 그러므로 흡수가 일어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창자벽의 모양도 흡수에  유리하지 않다.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흡수과정의 약 90%는 작은창자에서 일어나고, 약 10%만이 큰창자에서 일어난다. 작은창자에서 일어나는 흡수의 대부분은 빈창자에서 일어나므로 빈창자는 흡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왕 입으로 들어온 음식을 열심히 소화시켜 놓았으니 몸에서 흡수하지 않고, 그냥 대변을 통해 밖으로 내보내게 되면 아주 아까울 것이다. 소화시키느라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작은창자의 벽에는 미세융모라 하여 흡수를 잘 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물이 발달되어 있다. 미세융모는 아주 작은 털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흡수를 위한 첫 단계는 소장벽이 영양소와 접촉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포내로 영양소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융모는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의 면적을 아주 크게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숨쉴 때 들어온 공기로부터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는 폐포(허파꽈리)와 마찬가지로 미세융모도 주어진 공간에서 최대한 표면적을 넓게 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해 준다.


앞에서 작은창자의 길이가 약 6m 라 했으니 키보다 훨씬 길다. 그러니 음식물을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도 아주 넓어서 약 3,300cm2에 이른다. 그런데 이 수치는 표면이 평평할 때의 이야기이다. 실제로는 약 1mm 정도의 길이를 한 융모가 돋아 있고, 이 융모 하나당 수십개씩 미세융모가 나 있으므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노출된 면적은 200,000 cm2나 된다. 즉 융모와 미세융모가 없을 때와 비교하여 약 60배나 표면적을 넓혀 놓았으니 흡수가 잘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인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수백만 년간 먹을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온 인류는 언제 먹을 것이 생기고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있을 때 먹고 나면 없을 때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도록 저장능력을 발전시켜야만 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가 득세하면서 영양분이 과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영양과다의 시대가 도래하자 수백만 년간 진화시켜 온 몸에 무리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필요 이상으로 영양분을 축적하게 되어 비만,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질병이 대유행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의 식생활 환경은 영양분을 알맞게 섭취하는 것보다 과다섭취하기 쉽게 변했으므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더라도 흡수를 하지 않고 그냥 내보내는 식으로 몸의 기능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몸이 알아서 그렇게 해 주면 좋으련만 수백만 년간 진화에 의해 발전시켜 온 저장능력을 되돌리기에는 수십 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자연선택이 일어날 틈이 없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도 어렵고, 또 심심하면 한 번씩 회식자리가 마련되어 며칠간 겨우 해 온 식이조절을 말짱 도루묵으로 만들어 놓으니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조절하기가 어려우니 흡수를 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엄청나게 체중이 많이 나가서(보통 250kg 이상인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가 사람들은 위를 잘라내는 배리애트릭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위를 잘라내니 소화가 안 되어 음식물의 흡수가 줄어들기를 기대할 수 있고, 위에서 분비되어 식욕중추를 자극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게 되어 식욕을 느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소화를 못 하게 하는 대신 흡수를 못 하게 하기 위해 빈창자를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는 아주 타당한 방법이다. 흡수를 담당하는 장기를 잘라내 버렸으니 흡수가 안 될 것이고, 그러면 체중조절이 절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빈창자를 잘라 낸다고 영양소가 하나도 흡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니 생명에도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배리애트릭 수술과 마찬가지로 과체중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되는 극심한 경우에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장기를 잘라내는 것은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원문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