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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반복되는 행동의 고통 - 틱장애

minjpm 2009. 10. 23. 08:35

일곱 살 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계속되는 기침에 시달렸는데,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의 상태를 걱정스레 바라보던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시내에 있는 용하다는 병원에 데려갔다. 나이가 지긋한 그 의사는 그가 기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이렇게 일갈했다. “이건 습관이어요!”

 

 

아이가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 질병이 아닌 '습관성 기침'일 수 있다

아이가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기침을 하는데 치료에 듣지 않는다면 습관성 기침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상기도 감염 같은 게 있어서 기침하다가 그게 습관이 되는 것, 이게 바로 습관성 기침이다. 이것과 괴로워서 하는 기침의 다른 점은 잠을 잘 때, 그리고 집중해서 뛰어놀 때는 절대로 기침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기침의 강도가 세도 아이가 그다지 아파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습관성 기침을 의심할 증거가 된다. 습관성 기침이란 진단이 내려지고 나면 기침은 시나브로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건 아이가 하지 말아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그 아이는 기침을 하는 대신 눈을 깜빡인다든지 하는, 다른 틱장애를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목적 없이 반복되는 이상한 행동이 있는 경우, 틱 장애를 의심해야…

틱장애란 목적 없이 반복되는 갑작스런 동작(운동 틱)이나 음성(음성 틱)을 지칭한다. 기간은 대개 1초 이내로 짧으며, 리듬을 타지 않는다.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가 섞인 경우도 있다. 틱의 빈도와 강도는 다양하게 변한다. 스트레스나 갈등이 있을 때라든지 불안하고 정서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놀라거나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일시적으로 없어지기도 하는데, 수면 중에는 대부분 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틱을 참을 수는 있지만, 긴장감과 충동이 증가하여 결국 틱을 해야만 해소된다.

 

운동 틱 중 비교적 흔한 것으로는 눈 깜빡이기, 어깨를 으쓱대기, 목을 비틀거나 무릎이나 발을 흔들거리는 게 있고, 음성 틱에는 기침을 하거나 목구멍에서 ‘음, 음’ 소리를 내거나 혀를 차거나 코를 훌쩍이거나 헛기침을 하는 것 등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동작이 복합되어 마치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틱장애는 기간과 양상에 따라 일과성 틱장애, 만성 틱장애, 뚜렛장애로 구분된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일과성으로,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눈을 자주 깜빡이는 아이 46명을 조사한 결과 그 중 43명이 틱장애로 진단되었고, 일과성이 39명, 만성이 2명, 뚜렛장애가 2명이었다고 한다.

 


18세 이전 아이에게 흔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과성 틱 장애

18세 이전의 아이에서 4주 이상 1년 이하의 기간에 틱장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타날 때 ‘일과성 틱장애(transient tic disorde r)’라고 한다. 학령기 아동의 5-20%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흔한데, 남자아이에서 더 많다.

 

뇌에 이상이 있거나 머리가 나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긴장이나 불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등 유발요인이 있을 때는 상담을 통해 교정을 시도해야 하고, 틱 자체에 대해서는 부모나 교사가 너무 지적하거나 야단을 치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성인이 되서도 잔재가 남는 만성 틱 장애


만성 틱 장애(Chronic motor or vocal tic)는 음성 틱보다는 운동 틱인 경우가 많으며, 거의 매일 나타나며 1년 이상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이나 초등학교 초기에 시작되어 청소년 초기에 없어지는데, 성인이 되었을 때도 그 잔재가 남아 있어 스트레스나 피로가 심할 때면 다시 틱이 나타날 수 있다.

 

전 인구의 1-2%를 차지하며, 급성과 다른 점은 사회적, 직업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건데, 이때 불안이나 우울한 감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정서, 행동 면에서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고, 가족관계 내에서 무슨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학교 공부나 사회 생활에 지대한 지장이 있다면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통제할 수 없는 신체동작과 발성이 동시에 나타나 고통받는 장애 : 뚜렛장애

“우리 크리스티안에게 처음으로 뚜렛장애가 나타난 것은 태어난 지 4년 6개월 되는 때였다. 머리와 어깨, 상체, 팔을 흔들면서 증상이 시작되었다….음성 틱도 나타났다. 즉 ‘이런 젠장’ ‘개자식’과 같은 말들을 내뱉었고 헛기침을 하고 헐떡이는 듯한 여러 소리를 냈다.” 뚜렛장애(Tourette's disorder)는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뚜렛(Georges Gilles de la Tourette, 1857~1904)이 보고한 이후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운동 틱과 음성 틱이 한 환자에서 동시에 혹은 번갈아서 나타나며, 욕이나 외설적인 말을 하는 욕설증(coprolali a), 남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언어(echolalia)가 나타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틱에 비해 증세가 훨씬 심하며, 그만큼 부모의 심란함도 가중된다. 유병률은 0.04%로 추정되며 남녀 비는 3:1이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유전성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뚜렛장애 환자의 가족 내에는 뚜렛장애나 만성운동 틱장애, 강박장애가 많다고 한다. 운동기전을 조절하는 뇌 구조물에 이상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고, 도파민의 활성이 높아져서 뚜렛장애가 초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병변을 찾지는 못한 상태다.

 

뚜렛장애 역시 스트레스나 불안에 의해 악화되는 만큼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발병연령은 7세 경이 가장 많으며, 얼굴의 단순 운동 틱으로 시작해 목, 어깨, 팔, 몸통, 다리 등 아래쪽으로 번져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진행과정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뚜렷한 이유 없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청소년기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성인기에는 다소 완화된다.

 

뚜렛장애의 치료 역시 증세를 악화시키는 인자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은 그리 증세가 심하지 않아 약물치료 대신 정신행동 요법, 교육, 안심시켜주기 등으로 호전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약을 써야 하겠지만, 아이들인 경우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를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뚜렛장애가 호전되지 않아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틱 장애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감별 진단을 한다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다 틱장애는 아니어서, 무도병(chorea)이나 근긴장이상증(dystonia), 근경련증(myoclonus) 같이 신경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병이나 주의력결핍장애, 강박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코를 킁킁대고 훌쩍거리고 헛기침을 자주 한다고 해서 다 음성 틱인 것은 아니며, 개중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같은 이비인후과 질환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길을 가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말아 주세요.” 뚜렛장애를 가진 어느 분의 말이다. 가끔씩 틱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본다. 틱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서적 지지건만, 틱장애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야단을 치거나, 놀리고 따돌리는 경우가 더 많을 거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또래 친구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모님과 교사의 책임이 중요한 건 이런 이유이다. 틱장애 대부분은 일과성으로 지나가니, 그 아이를 놀리고 상처를 주는 대신 못 본 척 해주고 격려와 지지를 해주라고 다른 아이들한테 충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틱장애로 인해 본인이 기가 죽지 말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서민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 저서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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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