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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DNA 검사 - 내가 니 애비다~ ㅎㅎㅎ

minjpm 2009. 11. 2. 17:17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둘의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는 곧 떠나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그러나 이미 여인의 몸 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남자는 커다란 돌 밑에 자신의 검과 신을 넣어두고는 아이가 자라 스스로의 힘으로 바위 밑의 물건들을 꺼낼 수 있게 되면 자신에게 보내라고 말한 뒤 떠났다.

 

세월이 흘러 태어난 아이는 근동에서 견줄 자 없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이제 청년이 된 테세우스에게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는 손쉽게 바위를 들어올려 검과 신을 꺼내 몸에 지니고 아버지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젊은 혈기가 끓어오르는 청년은 일부러 안전한 해상로를 마다하고,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육로를 선택해 길을 떠난다. 그는 여행 도중 여행자를 두 그루의 소나무에 매달아 살해하던 시니스와 발을 씻어주는 사람들을 바다 속으로 차넣던 스키론, 자신의 쇠침대에 맞추어 손님들의 몸을 늘이거나 잘랐던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였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던 커다란 멧돼지도 퇴치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험을 즐겼다.
 
그렇게 온갖 모험을 거치고 아테네에 도착한 테세우스는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을 위협하던 악인과 맹수를 해치운 공로로 왕을 알현하게 된 테세우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왕은 그의 검과 신을 알아본다. 수십년 전, 아름다운 여인이 살던 땅에 두고 온 검과 신이 건장한 젊은 청년에 의해서 다시 그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젠 영웅이 된 그의 아들에 의해서 말이다. - 테세우스의 출생과 모험 이야기, 그리스 신화 중에서


 

 

테세우스는 검과 신발을 징표로 아버지를 찾았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말합니다. 혹은 '피가 끌린다'라는 말도 하지요. 모두 혈연관계에서 파생되는 끈끈한 애정관계를 뜻하는 말이지요.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고, 지금처럼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던 시대에는 한 번 헤어진 혈육들이 다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한 사람이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고, 특히나 어린아이는 더욱 크게 변하기 마련이기에 어릴 적 헤어진 부모자식 혹은 형제자매가 다시 만난다 해도 서로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을 혈육이라고 이어주는 증거물이 없이는 말이지요.

 

 

가장 흔한 방법은 신화 속 테세우스처럼 증표가 되는 물건을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 고구려 건국 신화에서도 아버지가 남긴 부러진 칼 조각을 들고 찾아온 소년은 아들임을 인정받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됩니다. 바로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이지요. 헤어진 가족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 증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아마도 아니겠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어릴 적,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국만리로 보내진 덕만 공주는 아버지의 시녀이자 그녀를 키워주었던 소화에 의해 완벽하게 공주로 인정받습니다. 혈연을 매우 중요시 여겼던 조선에서는 증표나 증인이 없어도 혈육관계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검시서로 알려진 '무원록'에서는 부모의 두개골에 피를 떨어뜨려 스며들면 친자(親子)이며, 그렇지 않고 흘러내리면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이 방법은 '같은 피를 나눈' 이들끼리는 '피가 통할 것'이라는 관념을 반영한 것으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현대의 신표, DNA 검사 – 이 때문에 드라마가 좀 재미 없어진 듯?


헤어진 혈육을 다시 만난 뒤, 그가 정말 내 친족인지 확인하는 일은 현대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특히나 드라마에서는 어찌 그리도 어릴 적 헤어진 부모 자식이나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넘쳐나는지, 꼭 한 번쯤은 정말 친족입네 아니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 마련이지요. 예전 드라마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음모가 난무한 덕에 미스테리가 밝혀지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합니다. DNA 검사라는 너무도 간단하고 완벽한 검사가 이미 널리 보급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모근이 붙어 있는 머리카락 몇 올이나 입 안을 문지른 면봉 하나, 혹은 쓰던 칫솔과 비용만 지불하면 대상이 누구이든 그들 사이에  혈연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며칠 내 알려주니까요. 최근에는 검사 기술이 발달하여 단 하루면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드라마에서조차 흔히 쓰이는 DNA검사,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 걸까요?

 

보통 DNA를 이용해 친자 확인이나 개인식별을 하는 경우, DNA 전체를 비교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DNA 전체를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겨우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읽어내는데 10여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것이 바로 휴먼게놈프로젝트(HGP)이지요. 이런 방법이 대중화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 식별이나 친자 확인을 위해서는 DNA 전체를 읽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바로 DNA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입니다.

 

 

DNA 검사의 원리는? 검사를 위해 DNA전체를 살필 필요는 없다

인체를 구성하는 정보들이 DNA에 담겨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DNA에서 실제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정보가 담긴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는 DNA상에 특정한 염기서열의 배열을 통해 저장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헤모글로빈을 이루는 β사슬은 총 14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며, 아미노산 1개를 만드는 정보는 3개의 DNA 염기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즉, DNA는 146x3=438개의 염기쌍을 통해 헤모글로빈을 이루는 β사슬의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렇게 특정 물질을 만드는 정보를 저장하는 부위를 우리는 유전자라고 하지요. 휴먼게놈프로젝트(HGP)에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3만개라고 합니다. 인간의 DNA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통 1개의 유전자가 수백 내지 수천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DNA 중에서 실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 내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의 DNA는 특정 유전자는 상관없는 부분이란 것이죠. 왜 DNA 속에 이토록 많은 ‘빈 방’이 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빈 방도 전혀 쓸모가 없지는 않습니다. 친자 및 개인 식별시에는 바로 유전자가 아닌 이 부분이 필요하니까요. 바로 이 부위를 이용해 DNA 지문(DNA fingerprinting)을 구분해냅니다.

 

 

DNA에서 유전자가 없는 곳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이용한다

유전자가 위치한 부위에서는 개인차가 거의 없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서로 다르다면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선천적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부위는 거의 일정하고, 그래서 개인을 식별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위치하지 않는 부위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부위는 인체를 구성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후손에게 유지되지요. 사람들의 DNA를 분석해보면 비유전자 범위에서는 약 1000개마다 1개씩 돌연변이가 나타나 염기쌍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를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이라고 하지요. SNP 현상에 의해 1000개마다 1개의 빈도로 DNA 염기쌍의 배열이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같은 제한효소로 잘라도 DNA가 서로 다르게 잘려지는 RFLP(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한효소란 DNA상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자르는 절단 효소입니다. 일종의 DNA 전용 가위라고 할 수 있지요. 제한효소는 종류에 따라 인식해서 자르는 부위가 다른데, 예를 들어 EcoRI이라는 제한효소는 DNA 상에서 GAATTC라는 염기서열이 나오는 부분만을 자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GAATTC 부위에 SNP 현상에 의해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GAATTA가 되었다고 하면 EcoRI은 이 부위를 자르지 못한다는 것이죠.

 

 

잘린 DNA 조각의 크기만 비교하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너무 어렵죠? 그럼 예를 들어 이해해 봅시다. 백일장 대회에 모인 학생들에게 글을 쓰게 해 봅시다. 주제는 원하는 대로 선택하되, 글자수는 정확히 1만자로 제한하고서 말이죠. 이런 뒤 학생들의 글을 걷어보면 글자수는 같더라도 내용이나 문장 구성은 전혀 다를 것입니다. 이렇게 쓰여진 작문들을 특정 글자가 쓰여진 부분이 나오면 무조건 문장을 끊어서 다시 배열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면 ‘다’ 자나 ‘것’ 자가 나올 때마다 끊어서 다시 문장을 배열하는 것처럼 말이죠. 학생들마다 글을 다르게 썼기 때문에, 새롭게 배치된 문장의 길이는 아이들마다 다를 거에요. 서로 컨닝해서 똑같이 베껴 쓰지 않은 경우라면 말이죠. 이렇게 재배치하게 되면 특정한 글자를 많이 쓴 아이들의 글은 짧은 문장이 여러 개 나타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글은 재배치하면 두세 개의 긴 문장으로만 표현되기도 할 거에요. 만약 문장을 재배치하고 나니 어떤 두 글의 문장 길이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이는 두 글이 같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즉, SNP가 자주 나타나는 DNA의 부위를 특정 제한효소로 잘라보면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DNA 조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제 할 일은 DNA 조각들의 크기를 비교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려진 DNA의 조각들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면, 두 DNA는 동일한 사람에게서 나왔을 확률이 99.9999% 정도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 식별 방법은 친자 확인에도 많이 쓰이지만,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범죄 수사 분야입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는 DNA 개인 식별 방법을 범죄 수사에 사용하는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범죄자의 DNA를 데이터베이스화 시킨 ‘CODIS(Combined DNA Index System)’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CODIS는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DNA에서 개인마다 특이성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13개의 비교 좌위를 제시했습니다. 즉, DNA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DNA에서 나타나는 13개의 특정 좌위만을 비교하면 되니 검사의 효율성이 훨씬 높아지게 된 것이죠. 물론 시간도 단축되고요. 이 부위의 개인별 특징은 매우 뚜렷하기 때문에 13개의 포인트만 비교해보아도 개인 식별 및 친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DNA의 연관성이 가족의 사랑을 보증할까?

몇 년 전, 한 여인이 엄청난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이후, 한 무리의 남자들이 그녀의 2살짜리 딸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모두 DNA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한 남성이 아기의 생물학적 아버지라고 밝혀져 그에게 아이의 친권과 아이가 물려받은 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어떤 아버지는 자신이 10여년을 넘게 키워온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며 몰래 DNA검사를 통해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를 확인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맞지 않는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미련없이 버렸지요. 훗날 이 검사 결과는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 아이들은 분명 아버지의 자식이 맞음이 밝혀졌지만 이미 금이 간 가족관계는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DNA검사의 발달로 인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 검사를 통해 친자를 확인받거나 혹은 부정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DNA 검사를 통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친족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 동안 친자식으로 알고 있던 아이들을 DNA검사 결과지 한 장으로 헌신짝처럼 내버린다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DNA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뿐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사람에게 있어 애정이나 사랑이나 친분 관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말이죠.

 

 

 

이은희 / 과학저술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 많은 과학 도서를 저술하였고, 2003년에 과학 기술도서상을 수상하였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