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DNA를 이용해 친자 확인이나 개인식별을 하는 경우, DNA 전체를 비교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DNA 전체를 읽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겨우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읽어내는데 10여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 것이 바로 휴먼게놈프로젝트(HGP)이지요. 이런 방법이 대중화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 식별이나 친자 확인을 위해서는 DNA 전체를 읽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바로 DNA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입니다.
DNA 검사의 원리는? 검사를 위해 DNA전체를 살필 필요는 없다
인체를 구성하는 정보들이 DNA에 담겨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DNA에서 실제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정보가 담긴 부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는 DNA상에 특정한 염기서열의 배열을 통해 저장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헤모글로빈을 이루는 β사슬은 총 14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며, 아미노산 1개를 만드는 정보는 3개의 DNA 염기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즉, DNA는 146x3=438개의 염기쌍을 통해 헤모글로빈을 이루는 β사슬의 정보를 저장합니다. 이렇게 특정 물질을 만드는 정보를 저장하는 부위를 우리는 유전자라고 하지요. 휴먼게놈프로젝트(HGP)에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3만개라고 합니다. 인간의 DNA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통 1개의 유전자가 수백 내지 수천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DNA 중에서 실제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 내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의 DNA는 특정 유전자는 상관없는 부분이란 것이죠. 왜 DNA 속에 이토록 많은 ‘빈 방’이 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빈 방도 전혀 쓸모가 없지는 않습니다. 친자 및 개인 식별시에는 바로 유전자가 아닌 이 부분이 필요하니까요. 바로 이 부위를 이용해 DNA 지문(DNA fingerprinting)을 구분해냅니다.
DNA에서 유전자가 없는 곳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이용한다
유전자가 위치한 부위에서는 개인차가 거의 없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서로 다르다면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선천적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부위는 거의 일정하고, 그래서 개인을 식별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전자가 위치하지 않는 부위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부위는 인체를 구성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후손에게 유지되지요. 사람들의 DNA를 분석해보면 비유전자 범위에서는 약 1000개마다 1개씩 돌연변이가 나타나 염기쌍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를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이라고 하지요. SNP 현상에 의해 1000개마다 1개의 빈도로 DNA 염기쌍의 배열이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같은 제한효소로 잘라도 DNA가 서로 다르게 잘려지는 RFLP(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한효소란 DNA상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자르는 절단 효소입니다. 일종의 DNA 전용 가위라고 할 수 있지요. 제한효소는 종류에 따라 인식해서 자르는 부위가 다른데, 예를 들어 EcoRI이라는 제한효소는 DNA 상에서 GAATTC라는 염기서열이 나오는 부분만을 자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GAATTC 부위에 SNP 현상에 의해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GAATTA가 되었다고 하면 EcoRI은 이 부위를 자르지 못한다는 것이죠.
잘린 DNA 조각의 크기만 비교하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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