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건강한 생활을 위해

[스크랩] 사이코 패스 - 뇌의 결함과 폭력의 관계

minjpm 2009. 11. 16. 11:25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 범죄자가 됐다면 이는 가정교육이 잘못된 탓이라기보다는 뇌의 생리학적 결함 때문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제시되었다. 미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아드리안 레인(Adrian Raine) 교수는  「신경정신과학, 신경심리학 및 행동신경학」지를 통해 발표한 남녀 살인범 38명의 뇌를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한 연구결과에서 이같이 주장하였다.

 

 

극단적인 폭력성의 원인은 가정환경 탓이 아닐 수도

레인 교수는 PET검사를 통해 이들의 뇌 각 부위의 포도당 흡수치를 측정한 결과, 어린 시절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살인범들이 가정에서 학대 받았거나 가난하게 자란 다른 살인범들에 비해 뇌 내 2개 부위의 활동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포도당은 뇌 세포가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 흡수치는 뇌 세포의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 대상이 된 이들 살인범 38명 중에서 26명은 좋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이들은 공격적 행동과 관련이 있는 중간 전두엽 피질 등 뇌 내 2개 부위의 활동이 성장환경이 나빴던 다른 살인자들에 비해 뇌 세포의 활동이 약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 같은 차이점 이외에 성별이나 연령, 인종 등에 따른 뇌 활동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뇌의 전두엽은 고등 정신 기능 중에서 동기를 유발하여 주의력을 집중하고, 조화롭고 목적 지향적인 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며 감정적 긴장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레인 교수는 「이들이 감정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결여되어 있다.」고 풀이하면서 이 같은 뇌의 결함은 유전적 요인이나 머리 부상, 출산 과정에서의 사고 또는 임신 기간 중의 음주, 흡연, 마약 복용 등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머리 부상이나, 출산할 때 아이가 두뇌 손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하고, 임신 기간 중에는 음주나 흡연, 마약복용 등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는 아이를 얻는 첩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폭력 성향과 관련이 있는 뇌 부위가 손상됐다고 해서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으며, 약물요법 등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사이코패스도 뇌의 두 군데에서 일반인들의 두뇌 스캔 사진과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 크레이그(Craig)박사 연구팀들이 분자 정신의학 저널에 보고하였다. 이 두 군데 부위는 인간의 감정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편도핵의 갈고리 다발과 고난도의 의사 결정과 관계된 안와 전두엽 피질 부위였다. 범죄학자와 심리학자들은 그간 폭력적 가정환경과 어머니와의 유대부족, 동년배의 영향, 출산 전 영향 등을 폭력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여겼으며, 이 때문에 좋은 가정환경에서 성장하고도 폭력 범죄자가 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폭력의 원인을 신경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시작됐으며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전두엽을 다친 후,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1848년 미국 버몬트에 있는 철도회사의 현장 감독으로 일하고 있던 ‘피니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는 폭약으로 큰 바위를 제거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내고 구멍에 다이너마이트를 채운 후 그 구멍을 긴 쇠막대로 틀어막아야 했다. 그가 구멍을 틀어막고 있을 때 실수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여 틀어막고 있던 쇠막대가 하늘로 치솟았으며 이어 게이지의 왼쪽 볼을 치고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의 머리뼈에 지름이 10센티미터나 되는 구멍을 내고 왼쪽 눈 뒤의 뇌를 꿰뚫었다. 긴 쇠막대가 제거된 후 신체적으로 일을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더 이상 침착하게 일을 못했으며 버럭 화를 내고 이유도 없이 욕을 해댔다. 심한 욕을 해대는 것만 제외하면 겉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전두엽 부위가 제거된 동물은 긴장과 감정조절 능력이 부족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주위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역시 이 부위가 제거된 사람도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무엇을 생각함에 두서가 없어지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를 쉽게 하게 된다.

 

또한 감정적으로 실망하는 기색이 없어지며 마치 세상만사를 초월한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 지능이나 생각하는 능력은 크게 손상 받지 않아서 짧은 물음에 답하거나 쉬운 셈을 잘할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의 한 결과로 미국 아이오와대 의과대학의 스티븐 앤더슨(Steven W. Anderson) 박사는 전전두엽 피질이 외상이나 수술 등으로 손상되면 비도덕적인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결과를 인식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결핍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앤더슨 박사에 따르면, 신경과학전문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생후 15개월 때 얻어맞고 쓰러져 전전두엽을 다친 20세 여자와 생후 3개월 때 뇌수술로 역시 전전두엽이 손상된 23세의 남자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들 남녀는 당시 뇌 손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 밑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서 행동이 표변해 습관적인 거짓말, 좀도둑질, 싸움질, 무책임한 성행위를 하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정신테스트 결과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앤더슨 박사는 이렇듯 비정상적인 판단력과 폭력적인 성향의 원인을, 어렸을 때의 전전두엽 손상이 결국 정신병과 유사한 증세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앤더슨 박사는 “이 연구결과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며 반사회적인 행동이 반드시 전전두엽 피질의 손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행의 신경학상 원인과 정신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엽 장애가 정신 질환인 ADHD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질환(ADHD)도 전두엽 부위의 장애로, 동기가 결여되어 주의 집중력의 장애가 오며 행동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주인공처럼 전두엽 절제술은 정신병의 치료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 수술을 받은 환자는 지능의 저하는 별로 없으나 근심∙걱정∙불안∙우울∙흥분 등의 감정적 긴장증세가 일부 호전된다고 한다. 반면에 의무도 잊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도덕적인 면에 무관심해지는가 하면, 경망하고 유치한 행동을 잘하게 된다.

 

또한 중대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기도 하며, 주의가 산만하여 어떤 확고한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되는 대로 자극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정신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없다. 이와 같이 전두엽 부위는 주위를 집중하여 어떤 목적을 지향한 의지적 활동을 일관성 있게 수행하는데 관련이 있으며, 정교한 사고나 예측을 하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위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3~6세 사이인 유치원 시절에 전두엽이 일생 중에서 가장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단순 반복적인 지식교육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덕성 및 인성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적 교육보다 인간성 교육을 시키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유헌 /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2009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의 수상자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이며 신경과학 및 인지과학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 치매 정복 창의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머리가 좋아지는 뇌과학 세상> <천재 아이를 원한다면 따뜻한 부모가 되라> <잠자는 뇌를 깨워라> 등이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