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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페라 교실 - 무대및의 오페라 '오케스트라'

minjpm 2010. 1. 18. 09:05

오페라를 처음 보러 온 관객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가 대체 어디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가수들과 합창단만 움직일 뿐, 악기를 든 연주자들은 없으니까요. “지금 어디서 음악이 나오는 거예요?” “반주는 녹음인가요?”라고 묻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음악’입니다. 녹음 반주란 있을 수 없습니다. 악기 연주자들은 무대 앞 아래쪽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라고 불리는 곳에 숨어 있지요. 글자 그대로 오케스트라가 자리 잡고 있는 ‘구덩이’입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있는 지하공간이죠. 무대 아래를 잘 보면, 오케스트라는 보이지 않더라도 불쑥 솟아있는 지휘자의 뒤통수 정도는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있지 않고 지하에 숨어 있느냐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왜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무대 밑에 숨어 있을까?

우선 관객의 시선을 무대에 고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오페라 콘체르탄테(무대장치나 의상을 갖추지 않고 연주회 형식으로 하는 오페라 공연)나 오라토리오를 공연할 때는 성악가들과 함께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위치하는데, 그럴 때 관객은 기악 연주자들, 성악가들 및 지휘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게 되지요. 하지만 오페라는 극이기 때문에 그처럼 시선이 분산되어서는 안 됩니다. 관객은 무대 위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는 관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성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케스트라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가수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 음악에 묻혀 잘 전달되지 않을 위험이 있지요.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무대보다 낮은 곳에 있으면 성악을 훨씬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페라 공연 역사를 살펴보면, 오케스트라가 언제나 지금처럼 지하에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페라 초창기인 바로크 시대부터 고전주의 시대까지는 무대 앞쪽에 오케스트라가 있었습니다. 대개 무대보다 낮은 곳에 있긴 했지만 관객은 오케스트라를 바로 눈앞에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오페라를 공연할 때 무대 앞 공간에서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고 있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모습을 옛 그림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요.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초창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확대되어 왔습니다. 악보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 작품인 페리의 [에우리디체](1600)는 오케스트라 인원이 17명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불과 7년 뒤에 초연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서는 오케스트라 규모가 이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당연히 연주효과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이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기점으로 오페라라는 새로운 예술은 음악 중심의 장르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피렌체에서 탄생한 초기 오페라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을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에 음악보다는 대사와 극의 요소가 더 중요했고, 그래서 오케스트라 반주는 거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악을 살리기 위해 무대 밑에 위치


고전주의 시대 하이든과 모차르트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규모는 대략 30-35명 정도였습니다. 이 시대에는 오페라 내용의 배경이 대체로 실내 아니면 정원 정도였기 때문에 무대도 특별히 넓을 필요가 없었고 오늘날 같은 대규모 오페라 극장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성악가나 오케스트라에게 큰 음량이 요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낭만주의 벨칸토 오페라 시대 이후로 오페라 무대는 옥외로 확장됩니다. 무대 위에 산과 들판이 펼쳐지고 갖가지 모험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19세기 프랑스 마이어베어의 그랑도페라 (grand opera)를 비롯해 베르디와 바그너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무렵부터는 오페라의 소재와 배경이 다양해지면서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졌고, 성악을 살리기 위해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피트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대략 50-80명 정도를 기준으로 했던 오페라 오케스트라 규모는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의해 100명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오케스트라 피트의 크기는 극장 규모 및 무대의 폭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처럼 오케스트라 규모가 커진 것은 오페라 극장의 크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2천 석 이상 규모의 현대적인 오페라 극장에서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를 공연할 때면 오케스트라 피트가 좁아서 필요한 연주자를 다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처럼 어둡고 비좁은 곳에서 최소한 2~3시간(바그너의 작품인 경우에는 5시간까지) 연주를 해야 하는 오페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고충이 많습니다. 연주자들의 위치 또한 일반 콘서트 때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바이올린이 지휘자의 왼쪽에 위치하지만, 목관악기가 왼쪽에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지휘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연주하는 금관악기 주자들 역시 오른쪽에 비스듬히 앉기도 합니다.

 

해마다 바그너 페스티벌이 열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극장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특이한 곳으로 유명하지요. 일반 오페라 극장에서는 2층이나 3층 객석에 앉으면 오케스트라 피트 속 연주자들을 모두 볼 수 있지만, 바이로이트 극장은 피트가 무대 밑에 숨어 있어 객석에서 들여다볼 수가 없습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순으로 점점 깊어지는 계단식 좌석에 앉아 연주하기 때문에 어느 악기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부드럽고 독특한 사운드가 만들어집니다.


 

 

 

합창단의 노래와 연기는 오페라 공연에 감동을 더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합창단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관객에게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 이전의 이야기를 알려주거나 무대 위의 행위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가 하면,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하기도 했으니까요. 오페라의 합창단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합창단은 사건 속의 실제 인물로 무대에 등장해서 주역 가수들과 더불어 연기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대 위 사건을 바라보며 주인공 및 관객의 감정을 대변하거나 집단적인 견해를 덧붙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합창단은 극 초반에 등장해 두 원수 가문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기도 하지만, 파티 손님들로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 양쪽 집안 하인들로 무대에 등장해 극에 동참하면서 주인공들의 행위를 바라보며 감정이나 의견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오페라 합창단의 역할은 교회음악이나 민속음악 또는 극의 맥락에서 분리된 오페라 합창곡을 노래하는 일반 합창단의 역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들어있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은 많은 합창단이 즐겨 노래하는 유명한 곡이지요. 하지만 콘서트 홀 무대에 합창단이 열 지어 서서 이 노래를 들려줄 때의 감동과 오페라 공연 중 사건 전개에 따라 감정이 완전히 무르익은 상태에서 합창단이 이 노래를 들려줄 때의 감동은 결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오페라 공연을 보고 나서 “노래는 잘하지만 연기가 어색해 실감이 안 난다”는 감상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주역 가수들의 연기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합창단이 적극적으로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관객은 이런 인상을 받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오페라 연출가는 합창단이 등장하는 군중 장면에서 특히 섬세하게 연기 지시를 합니다. 예를 들어 비제의 [카르멘]에서 담배공장 여성노동자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부분 같은 격렬한 장면은 연출가가 합창단의 정확한 동선과 동작을 지정하지 않으면 어색해지기 쉽습니다.

 

 

 

오페라 합창의 발전은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발전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초창기 오페라 [에우리디체]에서 열 명에 불과했던 합창단은 몬테베르디 오페라에서 역시 두 배의 규모로 커졌고, 다른 어떤 작곡가들보다도 합창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베르디 오페라에 이르면 40-50명 가량으로 확대됩니다. 베르디 오페라 중에는 [일 트로바토레]에서 집시들이 노래하는 ‘대장간의 합창’, [아이다]의 ‘개선의 합창’ 등 유명한 합창곡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대 위 사건을 바라보며 관객이 느낄 법한 감정이나 주인공의 감정을 합창이 탁월하게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유럽의 오페라 극장들은 대개 극장 전속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페라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이들 단체를 각각 섭외해 조합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지요. 레퍼토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어, 극장이 문을 닫는 휴가 시즌을 제외하면 1년 내내 며칠 간격으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오페라 극장에 소속된 오케스트라, 합창, 발레 단원들은 대개 고정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상근단원들입니다. 특히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 파리 국립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뮌헨 국립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들은 예술적 수준이 보증된 뛰어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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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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