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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해삼 - 살아남기 위해 내장까지 던져준다.

minjpm 2010. 2. 9. 09:02

해양동물들의 위기 탈출방법은 다양하다. 복어처럼 몸을 크게 부풀려 포식자를 놀라게 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오징어문어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몸의 색을 변화시키는 바다의 카멜레온도 있다. 각각의 종은 오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저마다의 위기탈출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빠른 몸놀림’으로 도망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움직임이 느린데다 신통한 재주가 없어 보이는 해삼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삼은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모래∙진흙에서 유기물을 흡수하거나,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살기에 빠르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느린 움직임으로는 위기가 닥쳤을 때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해삼은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을 찾아야 했다.

 

 

레오파드 해삼은 위협을 받으면, 국수 면발 같은 관을 뿜어낸다

열대 바다 레오파드 해삼은 위협을 받으면 항문으로 국수 면발같이 생긴 하얀색 관을 뿜어낸다. 이 관은 프랑스의 동물학자 퀴비에(Cuvier, 1769~1832)가 처음 학계에 보고했다 하여 ‘퀴비에관’이라 부른다. 퀴비에관은 굉장히 끈적거린다. 포식자가 멋모르고 달라 들었다가는 여기에 얽혀 꼼짝 못하고 만다. 필자도 필리핀 해역에서 잠수 중 호기심에 퀴비에관을 건드렸다가 끈적거리는 불쾌감에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다. 퀴비에관을 뿜어내고도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몸을 수축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문으로 창자를 밀어낸다. 해삼으로서는 창자만 먹고 살려달라는 마지막 협상 카드인 셈이다. 해삼은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이다. 극피동물의 특성상 신체 일부가 훼손되더라도 재생이 가능하다. 뱉어낸 창자는 30~40일 정도 지나면 완벽히 재생된다.

 

 

 

위기탈출을 위해 방출하는 해삼의 창자, 사람에게도 별미로 인기가 높다

퀴비에관은 레오파드 해삼 등 일부 종만 가지는 특징이지만 창자를 방출하여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해삼들이 가지는 가장 일반적인 위기탈출 방식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창자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점이다. 몸의 길이 방향으로 들어 있는 노르스름한 색의 가늘고 긴 창자에는 개흙이 들어 있는데 손가락으로 개흙을 훑어내고 날것으로 삼키면 달콤한 향이 입 안에 번진다. 해삼 창자를 이용한 젓갈이 횟집에서 단골에게만 내어준다는 ‘고노와다’이다. 적당히 삭힌 고노와다는 갯내음과 함께 미각을 자극하여 일본인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해삼의 재생력을 연구한 일본의 양식업자들은 해삼을 자극하여 창자를 빼낸 다음 몸체를 횡으로 잘라 양식장에 던져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삼은 두 마리가 되고, 그 두 마리 몸 속에는 다시 창자가 가득 찬다. 그렇다면 마지막 협상 카드까지 써버렸는데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삼은 어떻게 될까? 스트레스의 한계점을 넘어선 해삼은 몸이 ‘흐물흐물’ 코처럼 풀어지며 죽고 만다.

 

 

 

식재료로 인기가 있는 해삼, 열대 도서지역 주민의 중요한 수입원

광범위한 지역과 수심에 걸쳐 살고 있는 해삼은 5~100cm로 크기 또한 다양하다. 우리나라 해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종은 돌기 해삼류이며, 열대 해역에서는 검은색의 대형 종이 주를 이룬다. 열대 해삼류는 삶은 후 말려서 요리용으로 수출하는데, 솔로몬 제도와 피지 등 열대 도서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해삼은 식재료로 사람들에게 유익한 해양생물일 뿐 아니라 바다 환경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해삼은 모래나 개흙을 입으로 삼킨 후 유기물은 걸러서 소화하고 찌꺼기는 항문을 통해 배설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식습성은 유기물 범벅인 바닥을 정화시켜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준다. 마치 땅위의 지렁이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스쿠버 다이빙 중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해삼이 모여 사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바닥면에 작은 모래무지들이 쌓여 있다면 인근에 해삼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작은 모래무지들은 해삼이 배설한 흔적들이다.

 

 

  

해삼은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여름잠을 자기도 한다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시기 우리나라 전 해안의 얕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해삼은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면 자취를 감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높은 수온으로 해삼이 녹아버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여름잠을 자는 해삼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해삼의 성장은 수온이 17도가 되면 둔화되기 시작하다가 25도에 이르면 정지된다. 그래서 해삼은 여름이 오면 수온이 낮은 외해나 깊은 수심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경험이 많은 해녀들은 여름철에도 해삼을 건져 올리는데, 이를 해녀들끼리 사용하는 은어로 ‘냉장고에서 꺼내온다.’라고 한다. 여기서 냉장고란 말은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해삼이 여름잠을 자는 작은 동굴이나 바위 틈새 등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바다 속 자기만 아는 곳에 큼직한 냉장고 몇 개를 가지고 있으면 사시사철 싱싱한 해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해삼이 속한 극피동물은 몸의 조직 일부가 떨어져나가도 재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극피동물의 이름은 가시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에키노(Echino)와 피부를 뜻하는 데르마(Derma)의 합성어에서 유래되어 ‘가시와 같은 피부를 가진 동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가장 큰 특징은 피부에 가시가 나 있으며, 몸은 방사상 구조로 기본적으로 다섯 갈래로 나뉘져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몸의 조직 일부가 떨어져나가더라도 재생한다는 것 또한 극피동물의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6,000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거의 모든 종이 바다에만 살고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image/1936

 

 

해삼의 이름은 ‘바다에서 나는 삼’에서 유래되어

해삼이란 이름은 ‘바다(海)에서 나는 삼(蔘)'이란 의미를 가진다. [자산어보]에도 해삼(海蔘)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해삼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해삼에도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있음이 밝혀졌으니, 이것을 바다의 삼이란 뜻의 해삼(海蔘)으로 명명한 우리 선조들이 통찰력에 머리가 숙여질 뿐입니다.

 

 

 

청삼∙홍삼∙흑삼 : 먹이에 따라 색이 달라져

생명체에 각각의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은 식용할 수 있는 해삼에도 색깔에 따라 청삼·홍삼·흑삼으로 구별하여 가치를 달리해왔다. 이들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섭취하는 먹이에 따른 것이다. 개흙 속에 있는 유기물을 섭취하는 것이 흑삼이나 청삼이라면, 홍삼은 해조류 중 홍조류를 주된 먹이로 삼는다. 이 중 흑삼이나 청삼은 비교적 흔한 반면, 홍삼은 드물게 눈에 띄어 식도락가들에게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그런데 영양 가치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