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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체의 줄다리기 - 조석력

minjpm 2010. 7. 22. 11:30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하루에 두 차례씩 바닷물이 해안으로 밀려들어왔다가 다시 먼 바다로 물러가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살아왔다. 이와 같은 현상을 조석(tide)이라 한다. 조석은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조석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어떤 강력한 힘이 엄청나게 많은 바닷물을 매일 주기적으로 밀고 당기는 것일까?

 

 

조석은 달과 관계가 있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조석이 생기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조석은 달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조석은 보름을 주기로 교대로 크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석은 계절과 관계가 없고, 달의 모양과 관계가 있다. 조석은 달의 모양이 보름이나 삭망일 때 크게 일어나고(사리), 반달일 때 작게 일어난다(조금).

 

둘째, 조석주기는 1 태음일의 1/2이라는 것이다. 1 태음일은 달이 남중하고 다음 남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1 태음일은 24시간 50분으로 1 태양일(24시간) 보다 50분이 더 긴데, 그 이유는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동안 달이 지구 주위를 약 12° 공전하기 때문이다(지구가 이 12°를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50분이다).

 

 

뉴턴이 밝혀낸 조석력의 정체

조석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아낸 사람은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다. 뉴턴이 밝힌 조석을 일으키는 힘의 정체는 조석력(기조력)이다. 이 힘은 새로운 종류의 힘이 아니라 천체의 두 지점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차이이다. 달과 지구는 만유인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긴다.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달과 지구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그런데 지구는 크기를 갖기 때문에 지구상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달의 인력의 크기와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이 달이 지구의 오른쪽 멀리 있는 경우, 지구의 중심에 작용하는 달의 인력은 달과 가까운 쪽 지표면에 작용하는 인력 보다는 작지만 반대쪽 지표면에 작용하는 인력보다는 크다. 그 결과 달과 가까운 쪽 표면은 달 쪽으로, 반대쪽 표면은 달과 반대쪽으로 잡아당기는 알짜 힘이 작용한다. 이 알짜 힘이 바로 조석력이다.

 

조석력이 생기는 이유을 설명하는 그림(왼쪽, 달은 오른쪽에 있다고 가정), 지구 내부와 주위에 작용하는 달의 조석력을 표시한 그림(오른쪽)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달의 조석력은 달에 의해 지구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으로부터 지구의 중심에 작용하는 달의 만유인력을 빼서 구할 수 있다. 위 오른쪽 그림은 지구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달의 조석력을 나타낸 것이다. 화살표의 크기는 조석력의 크기를, 화살표의 방향은 조석력의 방향을 나타낸다. 조석력은 달과 지구의 중심을 잇는 수평축 상에서는 지구로부터 바깥방향으로, 수직축 상에서는 지구 중심 쪽으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석력의 중요한 특징은 힘의 크기가 두 천체 사이의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석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만유인력보다 천체간의 거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태양도 달과 마찬가지로 지구에 조석력을 미치지만 달의 조석력이 더 지배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양이 미치는 조석력은 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밀물과 썰물은 어떻게 생기나?

달이 지구에 작용하는 조석력은 지표상의 지점에 따라 다르고, 그 반응도 지각과 바다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지각은 단단하여 변형이 적게 일어나는 반면, 물로 이루어진 바다는 저항력이 약하여 많이 눌리거나 끌려 나가게 된다. 그래서 바닷물이 양옆으로 끌려 나가는 지역은 밀물이 되고 중심을 향해 눌리는 지역은 썰물이 된다. 다시 말해 달과 지구의 중심을 지나는 축을 따라 밀물이 되고 이 축과 수직인 축을 따라 썰물이 된다. 이렇게 해서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조석이 비밀이 밝혀졌다. 조석이 크게 일어날 때마다 크게 보이던 달이 바닷물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정체였던 것이다.

 

 

조석마찰에 의해 지구의 자전이 느려진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지구의 바닷물을 밀거나 끌어당겨 조석현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지구의 자전속도에도 영향을 미쳐서 지구의 자전주기를 바꾸기도 한다. 약 4억 년 전 바다 밑에 살았던 산호의 화석에는 당시의 지구는 1년에 400회 자전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새겨져 있다. 현재의 지구의 자전횟수는 365.25회이므로 평균적으로 하루의 길이는 5만년에 1초씩 길어진 셈이다. 지구의 자전이 이런 속도로 계속 느려진다면 43억 년 후에는 지구의 자전주기는 1년이 된다. 다시 말해 1년이 하루가 된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는 이유 역시 달의 조석력 때문이다. 달의 조석력에 의해서 바닷물은 달 쪽과 그 반대쪽으로 끌리는 반면 지각은 지구의 자전에 따라 회전을 계속한다. 이 때문에 육지와 해저지면 사이에는 마찰이 생겨서 지구의 자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조석마찰이라 한다.


조석마찰은 또 다른 이유로도 생긴다. 지구에 달의 조석력이 작용하면 달을 향한 방향과 그 반대쪽의 해면은 불룩하게 불어난다. 하지만 해면이 불룩하게 불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는 자전하므로 불룩해지는 부분은 달과 지구를 잇는 축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생긴다. 이 때문에 지구의 불룩해진 부분에 작용하는 달과 태양의 인력도 지구의 자전을 방해한다.


조석력으로 불록하게 솟아오른 부분이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달과 지구를 잇는 축보다 약간 앞서간다.
<출처: (cc) AndrewBuck at Wikipedia>

 

 

달이 항상 같은 면만 보이는 이유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전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보는 달의 모습은 항상 같다. 그 이유는 달의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똑같은 27.5일이어서 우리는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 뒷면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달의 자전주기는 생성 초기에는 공전주기보다 빨랐을 것이다. 달의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같아진 것은 달이 지구에 조석력을 미치듯이 지구도 달에 조석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구가 달에 미치는 조석력은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보다 80배나 더 크다. 지구의 질량이 달보다 80배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달의 자전속도가 빠르게 감속되어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같아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태양계 위성들 중에서 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태양계의 행성들 주위를 도는 위성들은 대부분 행성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 한 바퀴 자전을 한다. 이것을 동주기자전이라고 한다. 위성들이 동주기 자전을 하는 이유는 행성의 조석력이 위성의 자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자전속도를 계속 늦추기 때문이다.

 

 

조석력이 일으키는 이오의 화산

목성의 조석력이 일으키는 이오의 화산. <출처: NASA>


태양계 위성들 중에서 가장 내부 활동이 활발한 위성은 목성의 위성인 이오이다. 보이저 1호가 이오를 근접 관측한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을 때 과학자들은 이오의 표면에서 엄청난 높이로 화산분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자세한 조사 결과, 이오의 표면에서는 활동 중인 여러 활화산과 더불어 수많은 사화산들이 발견되었고, 과거에 운석이 충돌한 흔적인 크레이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수많은 화구에서 분출한 뜨거운 유황이 표면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오는 크기나 질량이 달과 비슷하고, 목성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도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달은 지각활동이 없어서 지질학적으로 죽은 천체인 반면에 이오는 태양계 천체 중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활동을 하고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지구에서 일어나는 화산활동의 원인은 지구 내부에 있는 여러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로 방출된 열에너지에 녹아버린 암석이 마그마가 되어 지표로 분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오의 질량은 지구에 비해 매우 작아서 이 에너지가 현재까지 화산활동을 일으킬 정도가 되지 않는다. 이오의 화산활동은 달과 마찬가지로 30억 년 전에 모두 끝나버렸을 것이다.

 

이오의 화산은 목성의 조석력 때문으로 풀이 된다. 목성의 질량은 지구보다 300배 이상 크기 때문에 목성의 조석력은 지구가 달에 미치는 조석력의 300배 이상이다. 게다가 이오의 궤도는 바깥쪽을 도는 유로파와 1:2, 그리고 가니메데와 1:4의 궤도공명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이오는 이들의 조석력의 영향으로 약간 타원형으로 되어있다. 이 때문에 목성의 둘레를 회전하는 동안에 목성에서 받는 조석력이 일정하지 않게 되어 비틀림의 위치와 크기가 변하여 이오의 내부를 삐걱거리게 만들어 내부가 녹아있다가 표면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혜성을 부숴버린 목성의 조석력


천체 사이에 작용하는 조석력은 때때로 가까이 다가오는 다른 천체를 깨뜨려 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93년에는 목성이 강한 조석력으로 가까이 다가온 슈메이커 레비 제9혜성을 20-30개의 조각으로 깨뜨리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혜성은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 물과 메탄 등의 휘발성 물질이 얼어붙은 것이다. 이 혜성의 파편들은 차례로 목성 표면에 떨어져 내리는 천체 충돌 장면이 목격되었다.

 

목성의 조석력에 의해 깨어진 슈메이커-레비 제9혜성, <출처: NASA, ESA 등>

 

 

은하의 모습을 변형시키는 은하 사이의 조석력

조석력은 거대한 은하들 사이에도 작용한다. 우주에는 특이한 형태의 은하들이 발견되는데 최근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으로 특이한 형태로 얽혀 있는 많은 은하들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런 은하들은 가까이 있는 다른 은하와의 조석작용에 의해 모양이 변형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천 억 개의 별들을 거느린 은하들이 서로 가까이 접근하면 한 은하의 중력이 다른 은하에 조석력을 미쳐 은하의 중력장을 뒤틀어 놓아 은하의 모습이 변형되는 것이다.

 

조석력에 의해 모습이 변형되는 은하. <출처: NASA>

 

 

 

김충섭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동영상으로 보는 우주의 발견] [메톤이 들려주는 달력 이야기] [캘빈이 들려주는 온도 이야기] 등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