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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방사선 진단

minjpm 2010. 10. 2. 11:32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은 원자보다도 훨씬 작다. 원자를 커다란 체육관이라고 한다면 원자핵은 체육관 한 가운데 매달려 있는 작은 구슬에 크기이다. 넓은 체육관에는 겨우 먼지 크기의 전자들 몇 개가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원자는 이렇게 텅 빈 공간이다. 그러나 이 텅 빈 원자에는 많은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

 

 

전자의 에너지를 이용한 X-선 진단

전자들이 높은 에너지 준위에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내려올 때는 여러 가지 파장의 전자기파를 낸다. 작은 원자에서는 가시광선이나 자외선과 같이 비교적 에너지가 작은 전자기파를 내지만 큰 원자들에서는 엑스선이 나온다. 따라서 엑스선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자를 높은 전압으로 가속시켜 금속 원자에 충돌시키면 이 충돌로 인해 낮은 에너지 준위에 있던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내려오면서 엑스선을 낸다. 엑스선은 물질을 잘 투과할 수 있어서 몸속을 들여다보면서 질병을 진단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자가 감추고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원자핵 속에 들어 있다. 지난 20세기에 과학자들은 원자핵 속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꺼내 원자폭탄을 만들기도 했고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시키기도 했다. 원자핵은 20세기 과학자들이 찾아낸 새로운 에너지의 보고였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에 따라 안정한 에너지 상태가 되기도 하고 불안정한 에너지 상태가 되기도 한다. 불안정한 에너지 상태의 원자핵들을 여러 가지 입자와 전자기파를 내놓고 안정한 에너지 상태의 원자핵으로 바뀐다. 이런 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하고 이 때 나오는 입자나 전자기파를 방사선이라고 한다.

 

최초의 X-선 손 사진(좌)과 MRI로 찍은 손 사진(우)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진단

방사선 동위원소의 원자핵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들이 내는 전자기파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방사선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도 할 수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내는 방사선은 원자의 화학적 상태나 물리적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계속 나온다. 따라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을 인체에 주입하고, 어디에서 방사선이 나오는지를 추적하면 이 물질이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방사선 원소를 사용해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원소가 내는 방사선이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하며, 충분한 측정이 가능할 만큼 반감기가 길어야 하고, 인체 조직에 잘 침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에 잘 맞는 원소가 테크네튬99이다. 원자번호가 47번인 테크네튬은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원소여서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원소이다.

 

다른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원소들은 우라늄이나 토륨과 같이 반감기가 긴 큰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자연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테크네튬은 큰 방사성 원소의 붕괴 시에 생성되지 않는 방사성 원소여서 자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반감기가 6시간인 테크네튬99는 약한 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따라서 테크네튬99를 추적하고자 하는 물질에 포함시켜 인체에 주입하고 감마선을 추적하면 이 물질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알아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원소를 진단에 사용하면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선의 세기가 빠르게 약해져서 더 이상 질병의 진단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방사성 동위원소의 생산과 수송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간단한 방법으로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원소를 만들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테크테늄99를 주사하는 모습. <출처: (cc) Bionerd at Wikipedia>

 

 

MRI, 핵자기 공명 영상장치

진단 장비로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MRIPET도 원자핵의 성질을 이용하는 진단 장비이다. 핵자기 공명 영상장치라고도 불리는 MRI는 엑스선 진단 장치와 CT(단층 영상장치)에 이어 의학에 새로운 장을 연 진단 장치이다. MRI 영상 기술은 1960년대 후반에 의사이며 엔지니어였던 다마디안(Raymond Vahan Damadian, 1926- )이 악성 조직과 정상 조직의 핵자기 공명(NMR) 스펙트럼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1974년에 다마디안이 찍은 쥐 종양의 MRI영상 사진은 사이언스지의 표지에 실렸다. 그리고 1976년에는 최초로 인체 MRI 영상이 공개되었다.


MRI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핵자기 공명(NMR) 현상은 1952년에 이론 물리학자인 블로치(Felix Bloch 1905–1983)와 퍼셀(Edward Mills Purcell, 1912–1997)이 발견했다. 전하를 띤 입자가 운동하는 경우에는 주위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원자핵은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핵도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핵자기 공명이란 원자핵이 만들어내는 자기장과 외부 자기장의 상호작용으로 일정한 파장의 전파만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무릎 관절의 MRI 사진. <출처: (cc) test21 at Wikipedia>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소는 주로 물 분자 속에 존재한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가지고 있다. 양성자도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있어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양성자는 하나의 작은 막대자석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자기장이 없는 경우에는 양성자 막대자석들이 임의의 방향을 항하고 있어서 수많은 양성자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의 합은 0이다. 따라서 전체로서는 자석의 성질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양성자는 팽이가 수직한 축을 중심으로 도는 세차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부 자기장을 중심으로 세차운동하게 된다. 이 세차 운동의 주기는 원자핵에 따라 달라지므로 원자핵에 따라 특정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만 흡수하거나 방출하게 된다. 수소 원자핵 즉 양성자가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전자기파의 세기를 조사하여 수소 원자핵의 분포를 알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MRI이다. 다시 말해 원자핵이 만들어내는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전자기파의 파장과 흡수 정도를 조사하여 인체 내의 수소의 분포를 영상으로 나타낸 것이 MRI 영상이다.

 

인체 조직에 따라 물을 포함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MRI 영상을 보면 인체 조직의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MRI 영상은 해상도가 우수하여 생체의 여러 단면의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질병 진단 능력이 우수하다. 또한 MRI 영상을 만들 때는 에너지가 아주 적은 파장이 긴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PET,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

PET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라는 뜻의 영문 머리글자의 줄인 말이다. PET는 생체내의 기능이나 대사 작용을 영상화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장치이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입자로 전자와 만나면 쌍소멸하여 감마선을 내는 입자이다. 방사성 붕괴 시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원소를 물질에 포함시켜 인체에 주입하면 방사성 원소가 붕괴할 때마다 양전자가 나와 주변의 전자와 쌍소멸하여 감마선을 발생시킨다.

 

양전자와 전자가 쌍소멸하여 감마선을 방출할 때는 항상 두 개의 감마선을 반대 방향으로 방출한다. 따라서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감마선 검출기 두 곳에서 감마선을 검출하면 양전자와 전자의 쌍소멸이 두 지점을 잇는 직선상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감마선 검출기에서 여러 개의 감마선을 검출하여 선들을 연결하면 이 선들이 만나는 점에서 양전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ET 영상 장치는 양전자와 전자의 쌍소멸 시에 발생하는 감마선을 검출하는 수만 개의 광전관과 광전자 증폭 장치, 그리고 동시계수 회로, 데이터를 모아 공간 영상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PET 영상 장치는 신경학, 종양학, 심장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PET 영상 장치를 이용하면 인체 내부 장기의 구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대사 작용, 뇌기능도 작성, 신경전달물질 및 그 수용체 농도 측정에도 PET가 이용되고 있다. 특히 종양세포에서는 특정한 대사 작용이 활발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이들 대사 작용에 이용되는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시켜 PET 영상을 얻어 종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도 있다.


뇌의 PET 영상. <출처: Jens Langner>

 

 

원자와 원자핵 속의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다면…

원자와 원자핵 속에는 많은 정보가 숨어 있다. 과학자들이 원자와 원자핵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원자와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의학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여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정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원자와 원자핵이 포함하고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발행 : 2010.09.13)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3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