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염색체적 성별이 결정되는 것은 수정 바로 그 순간이지만, 실제 성에 따른 생식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임신 약 8주경부터입니다. 처음에 수정란은 하나의 세포일 뿐이지만, 세포분열과 분화를 거듭하며 신체 각 부위를 만들어갑니다. 임신 8주 쯤 된 태아는 이제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남들에게 명확히 알려주기 위한 생식기 형성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 때 태아에게서는 그 아이가 남자아인지 여자아이인지에는 상관없이 장차 남성 생식기가 될 볼프관(Wolffian duct)과 여성 생식기가 될 뮐러관(Mullerian duct)이 모두 다 나타납니다. 이 때 남자아이라면, Y염색체 위에 놓인 SRY(Sex-Determining Region of Y) 유전자 - 우리 말로 하면 ‘성 결정 인자’ 정도 됩니다 - 가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SRY 유전자가 기지개를 펴고 제 할 일을 시작하면, 남자의 생식기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고환이 만들어지게 되고, 콩알만한 태아의 좁쌀만한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남성 생식기를 만듭니다. 물론 고환에서는 동시에 뮐러관 억제인자도 방출하여 이제는 쓸모없어진 뮐러관을 퇴화시키기도 합니다. 이 SRY 덕분에 Y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 X염색체의 개수와는 상관없이 남성으로 발달하는 것이죠.
만약 이 과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이 태아는 염색체 상은 XY가 분명한 남자라 할지라도, 여성의 생식기를 갖춘 채 태어난답니다. 예를 들어 Y염색체의 SRY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태아의 염색체상은 남성이나 여성의 겉모습을 갖추고 태어납니다. SRY가 기능하지 않으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지 못하고, 테스토스테론의 자극을 받지 못하면 볼프관은 퇴화되고 여성형 생식기를 만드는 뮐러관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