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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전기력과 중력, 장(field)의 개념

minjpm 2009. 9. 25. 08:42

뉴턴의 중력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한 물체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물체에 순식간에 작용한다. 예를 들면 태양이 1억 5천만 km나 떨어진 지구를 잡아당기는 힘도 텅 빈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중력의 이러한 원격작용은 사실 뉴턴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워했으나 그는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중력과 전기력은 장풍보다 신비한 힘? 멀리 떨어진 물체에 순간적으로 작용한다고?

이러한 원격작용은 전하를 가진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 즉 전기력에서도 되풀이되었다. 18세기 후반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쿨롱이 정립한 전기력 법칙에 의하면 두 전하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기력이 순간적으로 작용한다.

 

무협 영화를 보면 무림의 고수가 멀리 떨어진 적을 공격할 때 장풍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장풍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니, 우리는 이런 무림의 고수들을 초능력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뉴턴의 법칙이나 쿨롱의 법칙에 따라 원격작용을 하는 힘은 장풍보다 훨씬 신비한 힘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양과 지구처럼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작용하니까 말이다.


 

 

패러데이, 장(field)의 개념으로 원격작용을 극복하다

물리학자들이 이런 원격작용에 대해 불만이 없었을 리 없다. 당연히 이를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특히 1800년대 영국의 물리학자 패러데이에 의해 (마당, field)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큰 진전이 있었다. 장의 도입은 이후 물리학의 발전에 매우 근본적이고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패러데이는 자수성가를 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지만 서점 점원, 귀족 과학자의 하인 등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에 매우 능통하지만 패러데이는 예외였다. 학교를 못 다녀 수학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적분도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패러데이는 복잡한 현상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가장 위대한 실험물리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학에 소질이 없는 물리학도들이여, 낙심하지 말지어다.)

 

 

필자는 아래에서 비교적 상세하면서도 최대한 쉽게 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도 약간 생각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지만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기 바란다. 왜냐면 장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전기력과 자기력, 빛, 그리고 일반상대론을 이해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주의 궁극 이론을 찾는 현대의 입자물리학은 장론(장의 이론)을 양자역학과 결합한 양자장론이 그 이론적 기반이다. 따라서 수박 겉핥기의 단편 지식을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깊이 우리 우주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장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장이란 무엇인가? 전기장을 통해 알아보자

이제 장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 전기장에 대해 알아보자. 전하를 가지고 있는 어떤 물체 A의 전기장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정한다. 전하량을 1만큼 가지고 있는 양전하 T를 가상적으로 A 주변에 가져다 놓는다. 그러면 전기력에 의해 T는 A쪽에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쪽으로 힘을 받는다. 그림처럼 이 힘의 크기와 방향을 그 점에서 화살표로 그린다. T의 위치를 옮겨가면서 우주의 모든 점에 대해 이것을 되풀이하면 각 점마다 화살표가 하나씩 그려질 것이다. 이렇게 우주의 각 점에 하나씩 붙어 있는 화살표들을 통째로 물체 A의 전기장(전기마당)이라고 부른다.

  

 

무슨 얘긴지 잘 상상이 안 된다고? 그럼 잔디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 무한히 넓은 마당을 떠올리면 된다. 잔디마당의 각 점에는 잔디가 하나씩 있지만 전기마당의 각 점에는 전기력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하나씩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장(전기마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잔디마당은 2차원이지만 전기장의 화살표는 입체적으로 3차원 공간의 각 점마다 하나씩 붙어있다.

 

따라서 우주공간에 전하가 하나 있으면 전 우주 공간은 전기장을 나타내는 화살표로 가득 차게 된다. 즉, 전하 하나가 우주의 어딘가에 놓이면 그 전하 홀로 우주공간에 덩그러니 놓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곳에 전기장 화살표가 빽빽하게 들어차게 된다는 얘기다. 거미가 우주공간 전체에 거미줄을 쳐놓은 것을 상상해도 되겠다.

  

 

이 상황에서 우주공간의 다른 점, 예를 들면 안드로메다에 전하를 가진 물체 B를 가져다 놓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B는 전기력을 받게 될 것이다. 원격작용설의 관점에서는 이것을 A가 B에 직접 힘을 가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장론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고 그 사이에 전기장이 간여하게 된다. 일단 안드로메다에도 전기장 화살표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B는 이 화살표의 방향으로 힘을 받게 된다. (편의상 B의 전하는 양전하라고 가정하자.) 힘의 크기는 화살표의 길이와 B가 가지고 있는 전하량을 곱하면 나온다.

 

이 장론적 설명에 A의 위치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B가 A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B가 놓여있는 “바로 그 점”에서의 전기장만이 중요한 요소일 뿐이다. 마치 거미줄에 곤충이 걸릴 때 거미가 어디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곤충이 날아가는 길에 거미줄이 있느냐 없느냐만 중요한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교묘한 말장난에 속는 느낌? 장과 원격 작용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뭔가 교묘한 말장난에 속는 것 같다고 불만스러운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설명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도 그랬으니까. 전기장도 결국은 처음에 A가 만들어낸 것이고 또 중간에 전기장이 있든 없든 결국 A가 B에 미치는 힘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러니 전기장이라는 것은 그냥 원격작용을 없애보고자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가상적으로 도입한 허깨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물리학이 겨우 이런 허상을 만들어놓고 만족해하는 학문이었던가.

 

일단 지금까지는 두 설명에 결과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다음부터가 크게 달라진다. 이것을 좀 더 실감나게 느껴보기 위해 전기장을 그려놓은 그림에서 화살표들을 따라 선으로 죽 이어보자. 그러면 물체 A에서 밖으로 뻗어가는 직선들이 그려진다.


 

마치 무한히 긴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독기를 품은 눈을 부라리며 머리에 힘을 주었을 때 머리카락들이 일어나 사방으로 쭉 뻗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귀신이 머리를 위아래로 한 번 흔드는 것을 상상해보자. 그러면 머리카락은 귀신의 머리 쪽에서 한 번 출렁하여 파동이 일어나면서 그 파동이 점점 멀리 전파될 것이다. 즉, 달리 말하면 귀신이 머리를 한 번 흔든 효과가 우주 저 멀리 있는 안드로메다까지 순식간에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전기장 화살표들도 전하의 위치가 약간 움직이면 그에 따라 전하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대로 방향이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즉, 지구에 있는 전하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 안드로메다에 있는 화살표의 방향도 그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귀신의 머리카락이 출렁이는 것처럼, 지구에서부터 차례대로 화살표의 방향이 바뀌어 나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화살표의 방향은 전기력의 방향이다. 따라서 지구에 있는 전하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 안드로메다에 있는 화살표의 방향이 순간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드로메다에 있는 전하는 지구에 있는 전하의 바뀐 위치에 따라 전기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바뀌기 전의 전기력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하여,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에 순식간에 힘이 미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원격작용과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순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의 출렁임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원격작용과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귀신 머리의 출렁임, 혹은 화살표의 출렁임이 어떤 유한한 속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데 있다. 그리고 이런 유한한 속도로 퍼져나가는 효과는 쿨롱의 법칙에 반영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쿨롱의 법칙은 수정되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뉴턴의 중력이론도 수정되어야만 한다.

 

패러데이의 이러한 통찰은 또 한 명의 천재 물리학자 맥스웰을 통해 정교하고 아름다운 수학이론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뉴턴의 중력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으로 대체되었다.) 맥스웰의 이론에 의하면 빛은 바로 이런 전기장의 출렁임으로 생기는 파동이다.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이 완성됨으로써 고전물리학은 정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