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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펌] 별의 물리학 - 빅뱅에서 태어난 원자

minjpm 2009. 9. 18. 08:31

원자핵물리학은 별 속에서 어떻게 핵합성이 일어나는지 밝혀내는데 기여하였다. 별 에너지의 근원을 알아낸 물리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더 궁극적인 의문, 즉 만물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의문에 도전했다.

 

 

금은 귀하고 철은 흔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연에는 90여종의 원소들이 발견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원소들의 종류에 따라 산출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철이나 산소‧탄소와 같은 원소는 지구에 풍부하지만 금이나 백금과 같은 원소는 매우 희귀하다.

 

사실 금이나 백금이 값비싼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장소에 따라 풍부한 원소들의 종류도 다르다. 지구중심에는 철과 니켈이 풍부하지만 지각에는 산소‧규소‧알루미늄과 같은 원소들이 많다. 바다에는 수소와 산소가 풍부하고 대기는 질소와 산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주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이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9%를 차지하는데 그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다. 따라서 태양계 전체로 볼 때 가장 풍부한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 된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산소이고 그 다음은 탄소이다. 다음 그래프는 가장 가벼운 수소에서부터 우라늄까지의 원소 중 어떤 원소들이 더 많은지를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원소들의 존재량은 대수(log)값으로 나타내었으므로 1 눈금 차이는 10배의 차이를 나타낸다.

  

 

우주 전체로 봐도 원소들의 존재량의 비는 태양계와 비슷하다. 우주에 어떤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면 분광기로 별빛을 분석해보면 된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인데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원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질량으로 보면 70%, 원소의 양으로 보면 90%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원소는 헬륨이다. 질량으로 28%, 원소의 양으로는 9%를 차지한다. 다른 원소는 모두 합해도 질량으로 2%, 원소의 양으로 0.1%에 지나지 않는다. 원소들의 존재량에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은 무슨 까닭일까?

 


원자핵물리학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다. 오랫동안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변환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하지만 베크렐에 의해 방사능이 발견(1896년)됨으로써 원자,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원자핵도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중성자를 흡수하면 불안정해져서 보다 작은 원자핵들로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편 뜨거운 별 속에서는 가벼운 원자핵이 서로 융합되어 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태양 내부에서 수소핵융합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처음에는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점차 태양 속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핵분열과 핵융합은 서로 반대되는 핵반응이지만 두 과정 모두 에너지를 방출한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은 핵분열을 통해서 작은 원자핵으로,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자핵은 핵융합을 통하여 보다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된다.

 

이것은 원자핵들이 보다 결합에너지가 큰 안정된 원자핵를 찾아가는 것이고 그 원자핵은 무거운 원자핵과 가벼운 원자핵 중간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바로 철의 원자핵이다. 철(Fe-56)은 가장 큰 결합에너지를 갖는다. 즉, 핵융합의 경우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면 불안정해지고, 핵분열의 경우 철보다 가벼운 원자핵이 만들어지면 불안정해지게 되므로, 두 핵반응의 종착점은 모두 철이 된다.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원자에서 시작했다면?

오늘날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관측사실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생각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하여 제시한 장방정식에서 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우주의 팽창을 나타낸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알렉산더 프리드만(Alexander Fri edmann, 1888-1925)이다. 이에 근거하여 조르쥬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 1894-1966)는 팽창하는 우주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허블의 외부은하 관측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르메트르는 질량이 아주 큰 하나의 원시원자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시원자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작은 파편들로 갈라져 현재의 원자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만약 분열이 항상 같은 크기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원시원자가 260번 정도 분열하면 오늘날의 원자 크기가 된다.


르메트르의 생각은 커다란 원자핵이 불안정하다는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안정한 큰 원자의 분열로 만들어지는 원자들은 주기율표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원자들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의 우주는 철이나 니켈과 같은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우주는 가장 가벼운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와 헬륨은 도대체 어디서 왔나?

조지 가모브(George Gamow, 1904-1968)는 우주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고 다른 원소들은 양이 매우 적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만약 우주가 아주 뜨겁고 밀집된 상태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빅뱅)해왔다고 가정하면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과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모브는 별들이 헬륨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태양은 초당 5.8x108톤의 헬륨을 생산해낸다. 그런데 태양 속에는 5x1026톤의 헬륨이 있다. 이 양은 태양이 270억년이 걸려야 합성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의 나이는 겨우 50억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 많은 헬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헬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모브가 빅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즈음에는 별이 헬륨 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태양은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는 일도 버거워했다. 아무래도 별들은 가벼운 몇몇 원소 외에는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능력이 없어 보였다(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훗날 빅뱅이론에 맞서 정상상태 우주론을 주장한 호일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으로 생성되었다

가모브는 무거운 원소에서 가벼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르메트르의 접근을 버리고, 오늘날의 우주에서 관측되는 사실로부터 출발했다. 가모브는 천문학자들이 조사해온 별과 은하의 분포를 토대로 우주 전체의 밀도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 1000배 부피에 1g이 들어 있는 정도의 아주 낮은 밀도였다. 다음에는 허블의 관측결과를 받아들이고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주는 작아졌고 탄생의 순간에 접근하자 밀도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가모브는 우주초기의 극도로 높은 온도는 모든 물질을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분리해 놓았을 것이라고 가정하여 당시 알려졌던 가장 기본적인 입자인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았다. 가모브는 이를 ‘일름(ylem)’이라고 불렀는데 ‘모든 물질이 만들어지는 원시물질’이라는 뜻이 있었다.


가모브는 ‘일름’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앞으로 돌리며 매 순간마다 어떻게 기본적인 입자들이 결합하여 오늘날의 원자핵을 형성해 왔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형성된 원자들이 어떻게 별과 은하를 형성하며 현재의 우주로 진화해 왔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빅뱅 때의 원자핵합성은 5분 정도 지속되었다

가모브가 우주 초기의 원자핵 반응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원자핵합성은 한정된 온도조건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일어날 수 있었다. 원자핵 합성은 우주의 온도가 수조~수백만 K 범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데 우주 초기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에너지가 너무 커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결합할 수 없다. 따라서 핵반응은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식은 후 시작되지만 불과 5분 정도 밖에 지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주의 온도가 너무 내려가 양성자와 중성자가 핵융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핵합성에 있어서 또 다른 제약은 원자핵의 중요한 성분인 중성자의 생성속도와 수명이다. 중성자는 원자핵 속에 있을 때는 안정하지만 핵 밖에서는 불안정하여 양성자로 붕괴된다. 따라서 자유 중성자가 사라지기 전에 원자핵을 형성해야만 한다. 자유 중성자의 반감기는 10분이다. 빅뱅 후 10분이 지나면 절반의 중성자가 사라지고 1시간이 지나면 2%밖에 남지 않는다. 또 핵반응은 중성자를 생산해내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문제는 더욱 복잡했다.

 

가모브는 작업량이 너무 엄청나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모브는 수학적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당시는 컴퓨터가 사용되기 전이었다. 가모브는 수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랄프 앨퍼(Ralph Alpher, 1921-2007)를 박사과정 학생으로 받아들여 이 계산을 맡겼다.


가모브와 앨퍼는 빅뱅으로부터 어떤 시점에서의 온도와 밀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모든 핵반응의 결과는 온도와 밀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 우주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밀도가 높아지면 원자핵이 충돌하여 융합될 가능성이 커지고 온도가 높아지면 원자가 빨리 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서 원자핵이 융합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별 내부의 온도와 밀도만 알면 어떤 종류의 핵반응이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기원, 빅뱅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해냈다

핵융합을 결정짓는 중요한 양은 중성자와 양성자의 충돌단면적이라 불리는 양이다. 이것은 어떤 입자가 다른 입자에게 얼마나 큰 목표물인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타율이 좋은 타자는 공이 크게 보인다고 한다. 그 선수에게는 충돌 단면적이 큰 셈이다. 원자핵 합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중성자와 양성자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충돌 단면적을 갖는가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물리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가모브와 앨퍼는 초기우주의 조건을 추정하고 거기에 원자핵물리학을 적용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원자핵 합성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아내려고 했다.


마침내 앨퍼는 오랜 노력과 계산을 통해 빅뱅 후 몇 분 만에 헬륨이 형성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정확한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원자핵 합성이 끝날 즈음 10개의 수소원자핵에 하나 꼴로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주의 원소 중 수소가 90%이고 헬륨이 9%라는 관측결과와 일치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빅뱅모델은 그 동안 우주의 기원에 대한 사변론적인 생각을 벗어나 과학적인 증거를 갖게 한 대단한 성공이었다.


다만 앨퍼는 다른 원자핵의 합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주가 시작을 갖고 있다는 빅뱅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론이 제시한 수소와 헬륨의 비가 관측결과와 일치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거나 관측사실에 결과를 꿰맞춘 것이라고 비난을 들어야 했다. 가모브와 앨퍼는 이 문제를 나중에 다루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