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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쇼팽 - 연습곡 Op.10&25

minjpm 2009. 10. 13. 09:42

본문에 삽입되어 있는 샘플 음원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원문 링크로 가셔서 들어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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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는 피아노가 귀족층을 넘어서서 부르주와 계층에까지 널리 보급되어 기타를 제치고 가정용 악기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시기였다. 또한 체르니, 리스트, 훔멜, 모셸레스와 같은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독주자들이 나타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대적인 의미에 있어서 스타가 탄생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피아노의 대중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연습곡’(étude, 불어로 에뛰드)이라는 장르였다.

 

 

 

연습곡 장르를 독립된 예술 작품으로 완성한 쇼팽

이 새로운 장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넓은 차원의 사회적 의의를 띄었다. 피아노에 입문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숙련되고 발전한 테크닉을 익히게 해야 했고, 프로 연주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른 연주자들보다 더 빠르고 강한 테크닉을 익혀 변별성을 갖추어야 했다. 즉, 피아노의 사화화, 대중화를 위해 연습곡은 없어서는 안 될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쇼팽 한 사람의 덕분으로 ‘연습곡’은 그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시에 초월적인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완성된 장르로 인식되어졌다. 기계적인 훈련만을 요구하던 초기 연습용 작품들에 비해, 쇼팽 이후 대부분의 연습곡들은 정서의 측면이나 내용에 있어서 그 어떤 장르도 비교할 수 없는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 감흥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선봉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서 있다. 그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가 당시 유럽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해서, 장르와 악기를 불문하고 모든 음악가들은 이 작품을 중심으로 편곡하고 변주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리스트의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이나 슈만의 [파가니니 카프리치오에 의한 연습곡 Op.3],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이렇게 탄생한 곡이다. 이 가운데 초절기교 연습곡은 16세의 리스트가 1827년에 출판한 획기적인 작품으로서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연습곡 장르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후 1837년과 1839년, 1854년에 걸쳐 꾸준한 교정작업을 한 뒤 탄생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완성된 형태의 12곡의 초절기교연습곡이다.

 

 

 

기교와 정서가 조화를 이루며 탄생한 피아노 음악의 걸작


이에 비하면 연습곡 장르의 개념과 12곡이라는 연습곡 특유의 숫자를 처음으로 제시한 리스트에게 자신의 첫 연습곡집을 헌정한 쇼팽은 23세 되던 해인 1833년에 출판한 만큼 그 역사적 순서에 있어서는 조금 뒤진다. 그러나 연습곡으로서의 완성도와 독보적인 예술성은 혁신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준을 뛰어넘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리스트의 연습곡은 말 그대로 초절기교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친 교정과 보충작업을 필요로 했지만, 쇼팽의 연습곡은 진실된 마음을 표현해낼 수 있는 한 편의 시로서 탄생부터 이미 완결되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작품이 아닌, 콘서트 홀에서 청중들에게 정서적인 감동과 예술적 고양감을 전달해줄 수 있는 완벽한 예술작품으로서의 연습곡을 창조해낸 쇼팽. 유독 쇼팽의 연습곡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쇼팽에게 있어서 테크닉 그 자체는 연주의 한 단면일 뿐이며 음악을 표현한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임을 확인해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교와 정서는 그 자체로서만은 별다른 의미가 없고 이것들이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예술이 된다고 믿었던 쇼팽의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바로 이 두 개의 연습곡집인 것이다.

 

 


12개의 연습곡 Op.10


쇼팽이 처음으로 출판한 연습곡집인 Op.10은 앞서 언급한 대로 1833년에 출간한 것으로서 1829년부터 1832년 사이에 작곡한 것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혈기와 농축된 시성을 반영한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 그의 전주곡집 Op.28과 같이 엄격한 배열을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조성에 있어서 나란한조 혹은 관계조로의 조바꿈을 사용하며 같은 주제적 요소를 통일되게 사용한 경우가 많다. 리스트의 경우와 비슷하게 선율적인 면에 있어서는 모노테마티시즘(monothematicism)을 사용하여 한 개의 선율을 처음부터 끝가지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고, 템포 면에 있어서 대부분 알레그로(Allegro), 비바체(Vivace), 프레스토(Presto)와 같은 빠른 속도를 상당수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전개가 원활하도록 의도했다.

 

1번 C장조 : 아르페지오 연습으로서 넓은 음역에 걸친 분산화음을 특징으로 한다. 코랄 같은 엄숙한 분위기가 듣는 이를 숙연케 한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10-1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2번 a단조 : 반음계의 연습. 손가락의 유연함과 독립성을 요구한다. 강도 높은 테크닉을 요하는 곡으로서 뒤틀린 우울함이 인상적이다.

3번 E장조 ‘이별의 곡’  : 아름다운 주제와 감7도 화음이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조국 폴란드에 대한 향수가 담긴 작품.

4번 C샤프 장조 : 양 손가락의 명인기적인 속도와 경쾌한 터치를 위한 연습. 무궁동적인 성격을 가진 곡으로서 엄격함을 견지해야 한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10-4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5번 G플랫 장조 ‘흑건’ : 오직 검은 건반으로만 연주하는 작품. 즉흥곡적인 분위기와 세련된 간결함이 돋보인다.

6번 E플랫 단조 : 녹턴을 연상케하는 음울한 감성의 작품으로서 예민한 터치와 섬세한 분위기 조탁을 위한 연습이다.

7번 C장조 : 레가토와 프레이징의 각별한 아름다움이 요구되는 토카타풍의 연습곡.

8번 F장조 : 오른손과 왼손의 풍성함이 빛을 발하는 보석과 같은 작품.

9번 f단조 : 동일한 음형의 분산화음 위에 비장한 선율이 오버랩되어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10번 A플랫 장조 : 리듬과 엑센트, 적극적인 어프로우치와 유연한 흐름이 상호작용을 일어키는 작품.

11번 E플랫 장조 : 양손의 섬세한 아르페지오와 영롱한 멜로디 라인을 강조하기 위한 연습곡.

12번 c단조 ‘혁명’ : 왼손 아르페지오를 위한 연습곡. 이 작품은 조국 폴란드 혁명군의 패배와 바르샤바 함락 소식을 접한 쇼팽의 분노와 뜨거운 애국심을 표현하고 있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10-12 혁명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12개의 연습곡 Op.25


저명한 음악평론가 제임스 후네커(James Huneker)는 쇼팽의 연습곡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쇼팽이 작곡한 피아노 음악 가운데에서 대부분이 사라지는 길을 걷게 될지라도 그의 연습곡들만큼은 19세기를 대표하는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베토벤이 18세기에, 바흐가 17세기에 피아노 음악을 구축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Op.25는 1832년부터 1936년 사이에 작곡되어 1837년에 출판되었고, 당시 리스트의 연인이던 다구 백작부인에게 헌정되었다.

 

1번 A플랫 장조 : 슈만이 에올리안 하프에 비견했던 작품으로서, 양손이 펼쳐내는 아르페지오가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시적 감흥을 부각하는 작품. 물결치는 듯한 화음과 긴 음표들의 조화로운 어우러짐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넘쳐흐른다.
2번 f단조 : 왼손과 오른손이 교차하는 리듬이 특징적이다.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몽환적인 색채감이 듣는 이로 하여금 꿈 속을 걷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3번 F장조 : 상이한 세 종류의 리듬과 악센트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위한 연습곡.

4번 a단조 : 날렵하고 정교한 스타카토를 위한 연습곡으로서 고급스러운 마무리를 요구한다.

5번 e단조 : 우아한 분위기와 스케르초풍의 역동성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곡.

6번 g샤프 단조 : 쇼팽 자신이 사랑했던 3도 연습곡으로서 권태로운 악상이 매력적이다.

7번 c샤프 단조 : 알프레드 코르토의 지적처럼 왼손을 위한 연습곡이라기보다는 베이스와 소프라노의 이중창에 가깝다. 여유로운 템포를 가진 엘리지풍의 낭만주의 피아노 작품의 전형.

8번 D플랫 장조 : 오른손의 6도와 난해한 테크닉을 유지하는 왼손이 자연스럽게 앙상블을 이루며 어우러진다.

9번 G플랫 장조 ‘나비’ : 오른손 스타카토와 레가토가 교차하며 햇빛에 파닥이는 나비 날개짓을 연상시킨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25-9 나비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10번 b단조 : 양손의 무겁고 열정적인 옥타브 아르페지오와 중간에 위치한 고요한 듯 서늘한 멜로디와 대비를 이루는 고난이도 연습곡.

11번 a단조 ‘겨울바람’ : 오른손의 반음계적 화성과 빠른 아르페지오 진행이 매서운 겨울 바람 소리를 연상시키는, 낭만주의 예술의 최고봉 가운데 하나로 손꼽힐 만한 대목.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25-11겨울바람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12번 c단조 : 양손의 아르페지오와 화성이 마치 대양의 커다란 파도를 표현하는 듯한 장대한 스케일이 듣는 이를 압도하는 작품. 연주자로 하여금 막강한 테크닉과 엄청난 힘을 요구한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듣기 – 에튀드 op. 25-12 대양 / 샹송 프랑수아[피아노] (1959, EMI) 듣기

 

  박제성 / 음악 컬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컬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