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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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드뷔시 - 전주곡 1, 2권

minjpm 2009. 12. 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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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리의 예술가들은 낭만적인 것들과 현대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세련된 스타일과 절제된 감정을 추구하며 이전 시대와의 변별성 및 새로운 시대만의 독자성을 찾고자 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는 전통적인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했다. “나는 음악을 정열적으로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숨막히게 하는 메마른 전통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음악은 외부로 나아가는 예술이며 소재에 있어서도 구속받지 않는다. 바람, 하늘, 바다를 노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예술인 것이다. 음악은 내부로 차단되고 전통만을 중요시하는 예술이어서는 안 된다.”

 

no 아티스트/연주  
1 델피의 무희들 (Danseuses de Delphes) / 미셀 달베르토[피아노] 듣기
2 돛 (Voiles) 듣기
3 들판을 지나는 바람 (Le vent dans la plaine) 듣기
4 소리,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듣기

12월 29일까지 무료로 전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낭만주의의 종말, 인상주의의 완성

드뷔시는 인상파 화가들과 상징주의 문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어의 부드러운 억양과 운율, 리듬과 문장의 유연하고 불균형적인 짜임새 등과 같은 성질을 음악의 멜로디, 화성, 리듬, 음색, 형식 등의 모든 면에 적용시키고자 했다. 특히 인상주의 음악의 중요한 요소인 색채와 그 효과가 환기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통적인 장단조의 조성과 기능으로부터 벗어나 비기능적인 화성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즉 화음의 연결을 화성적인 움직임으로 하지 않고 선율 형태나 색채 효과에 따라 화음을 진행시켰다.

 

20세기 최초의 10년 동안 드뷔시는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발표한 이후 관현악곡, 발레 음악, 피아노 작품 등등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가정사에 있어서 대단히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1904년 엠마 바르닥과 사랑에 빠져 부인인 릴리 드뷔시가 권총자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엠마와 드뷔시 사이에 딸 슈슈가 태어났고,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어린이 차지]를 작곡하여 헌정하기도 했다.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이지적이었던 엠마의 응원과 관심에 힘입어, 드뷔시는 예술가로서의 외로운 길을 벗어나 더욱 정력적이고 창조적인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후 릴리와는 이혼으로 관계를 매듭지었지만,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의 처신과 그 처후 문제로 인해 드뷔시는 그 많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 결국 그의 장례식에 조차 몇 안 되는 친구만이 참석했다고 한다.


 

 

 

피아노의 음향효과, 색채에 대한 실험으로 인상주의 음악을 창조


어찌 되었거나 드뷔시는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삶으로부터 무한한 활력을 얻어 [바다], [영상] 등과 같은 걸작을 쉼없이 발표했다. 이 가운데 마침내 드뷔시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발표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전주곡 1, 2권]이다. [어린이 차지]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과 같은 작품들이 더 유명하고 잘 알려져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주곡 1, 2권]이야말로 그의 피아노 작품을 포함한 20세기 모든 피아노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피아니스틱한 효과와 상징주의적 색채감, 구조와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완성이 담긴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화성과 멜로디, 주법에 있어서 낭만주의에 대한 고별과 아방가르드에 대한 태동을 담고 있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역사적 가치 또한 높다.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24라는 숫자를 짐작해 볼 때, 연습곡이 12라는 숫자에 고정되어 있듯이, 이 역시 바흐의 영향을 받아 쇼팽이 작곡한 [24개의 전주곡]과 동일하게 24개로 구성되어 있다. 드뷔시는 1910년에 발표한 1권과 1913년에 발표한 2권, 이렇게 두 권으로 나누어 총 스물 네 개의 전주곡을 구성했다. 다만 구성에 있어서 쇼팽은 전체를 하나로 묶어놓은 연작시와도 같은 개념이지만, 드뷔시는 아름다운 작품을 배열해놓은 두 권의 작품집이라는 차이가 있다.

 

 

 

 

 

근대 음악의 베토벤 - 드뷔시의 새로운 음악과 예술

두 권으로 구성된 [전주곡]에서 드뷔시는 음악의 색채감과 영상적 측면을 인상파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피아노 예술의 영역을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간결함과 시적 상상력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형식의 완전함을 이루어냈다. 더군다나 각 곡들은 자연 그 자체와 야외에서 느낀 인상, 특정한 상황과 인물 그 자체를 나타내도록 표제가 붙어있다. 표제는 음악이 표현하는 ‘소리의 대상’을 나타낸다. 더 나아가 드뷔시는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색채와 이미지를 발견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통찰력에 비견할 만한 피아노 음향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표제들은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고 페르마타처럼 각 곡의 마지막에 괄호에 묶여 여백에 기재되어 있는데, 이러한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한 까닭은 ‘표제 음악’으로 자신의 작품이 굳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즉 전형적으로 표제에 의해 음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음향이 표제의 전주 역할을 담당하며 순간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는 음악이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을 명시하며 ‘제목을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평론가 버질 톰슨은 드뷔시를 ‘근대 음악의 베토벤’이라고 정의내렸듯이, 드뷔시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고 그 틀을 마련한 거인이었다.

 

 

 

1집 (1er Livre)

1. 델피의 무희들 (Danseuses de Delphes)

옛 델피의 조각상에 묘사된 세 명의 무희를 느리고 장중한 리듬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2. ( Voiles)

명사의 성을 나타내는 관사가 없기 때문에 돛(女)이나 베일(男)의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드뷔시는 고정된 페달 포인트에 닻을 내린 배, 혹은 꿈틀대는 여체를 에워싼 신비한 베일을 암시하려한 듯하다.

 

3. 들을 지나는 바람 (Le vent dans la plaine)

1910년에 드뷔시는 “스쳐지나가며 세계를 이야기하는 바람의 말 이외에는 누구의 충고도 듣지 말자”라고 기록한 바 있다. 본래 파발의 시에 나오는 이 제목을 드뷔시는 폴 베를렌의 시 ‘나른한 희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러 형태의 트릴과 급작스러운 강약의 차이가 인상적이다.

 

4.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 (Les sons et les parfumes tournent dans l'air du soir)

보들레르의 시 ‘황혼의 노래’의 1행을 제목으로 한 곡으로서, pp부터 mf의 여린 다이내믹 속에 분명한 소리와 향기의 움직임을 묘사한다.

 

5. 아나카프리의 언덕 (Les collines d'Anacapri)

이탈리아의 빛나는 태양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서 종소리와 탬버린 소리 등이 경쾌하고 풍자적인 무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6. 눈 위의 발자국 (Des pas sur la neige)

우수에 찬 고독한 행인이 겨울 눈밭 위에 새기는 발걸음을 연상시킨다. 침묵으로 둘러쌓인 정적의 풍경이 공허한 음악으로 그려진다.


 

 

7. 서풍이 본 것 (Ce qu'a vu le vent d'Ouest)

외형적으로 리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2집의 ‘불꽃’과 더불어 전주곡 전체 가운데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난곡으로서, 흉폭한 바람이 포물선을 그리며 타악기적인 저역 리듬 위로 찬연히 날아간다.

 

8.. 아마빛 머리의 처녀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조용하고 다정한 표정이 풍부하게 펼쳐지는 5음계의 곡. 리콩트 드 리슬의 ‘스코틀랜드 노래’의 네 번째 시에서 인용한 제목으로서, 아마빛 머리의 한 소녀가 이른 아침 히스밭에 앉아 노래부르는 목가적인 정경을 묘사한다.

 

9. 끊어진 세레나데 (La sérénade interrompue)

기타처럼 퉁기는 듯한 스페인의 집시 무곡 호타(Jota)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10. 가라앉은 성당 (La cathédrale engloutie)

건반의 거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는 이 곡은 안개에 쌓인 성당의 평온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르는 절정에 다다른 뒤, 이후 희미하게 사라지는 모습까지를 담고 있다.

 

11. 퓌크의 춤 (La danse de Puck)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요정이 변덕스럽고 재치있게 추는 춤.

 

12. 음유시인 (Minstrels)

중세 시대의 음유시인이 아니라 20세기 초반 파리에 등장한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익살스러운 표정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잡아낸 곡으로서, 기이하고 조롱 섞인 풍자는 후일 스트라빈스키를 예견케 한다.

 

 

 

2집(2e Livre)

1. 안개 (Brouillards)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한 어린이의 환상으로 가득 찬 이 전주곡은 부드러운 바다와 새하얀 고요함이 증발하며 안개 속에서 갑작스러운 광채를 찬양하는 듯하다.

 

2. 고엽 (Feuilles mortes)

‘나무들의 화려한 장례식을 맡고 있는 단풍잎의 떨어짐에서‘라는 드뷔시의 말이 모티브다. 느리고 우수에 잠긴 표정이 요동치는 화음 앞뒤로 깔려있다.

 

3. 비노의 문 (La puerta del Vino)

극도로 거칠고 정열적인 다정함이 대조를 이루는 하바네라. 스페인의 작곡가 파야로부터 받은 엽서에 새겨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의 출입구인 ‘비노의 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4. 요정의 무희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ses)

변덕스러운 요정들이 가볍고 빠른 테크닉 위로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5. 히드가 무성한 황무지 (Bruyère)

전원적이면서 외로운 느낌이 부드러운 레가토로 아련하게 펼쳐진다.

 

6. 괴짜 라빈 장군 (General Lavine-eccentric)

괴짜 라빈 장군은 1910년 8월 마리니 극장에서 흥행을 거둔 미국의 희극배우 에드워드 라 빈(Edward La Vine)이 괴상한 자동인형을 전문으로 흉내를 냈던 것을 비꼰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 차지]의 6곡 ‘골리웍의 케이크-워크’에서처럼, 이 곡 역시 케이크-워크의 악센트와 유머러스함이 변덕스러움과 풍자적 의도를 극대화한다.

 

7.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피에르 로티의 인도에 관한 책에서 차용한 제목으로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달빛’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채로우며 유혹적인 달빛의 모습을 그린 작품.

 

8. 물의 요정 (Ondine)

물결 위로 비상하는 형체들, 우아하게 쏟아지는 물보라에 대한 암시가 조용하면서도 반짝거리며 등장하는 매혹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9. 피크윅 경을 예찬하며 (Hommage à S.Pickwick Esq.P.P.M.P.C.)

God save the King의 정중한 분위기와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듯한 피크윅 경의 풍자적인 대비와 코믹한 변형이 두드러진다.

 

10. 카노프 (Canope)

카노프란 고대 이집트에서 미이라와 함께 묻힌 내장을 담은 네 개의 항아리를 뜻하는 것으로, 드뷔시가 이를 두 개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제목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11. 교대하는 3도 (Les tierces alternées)

1915년에 씌여진 [연습곡]을 예견하는 대목으로서, 두 권의 [전주곡]을 통틀어 내용에 과한 어떤 것을 암시하는 대신, 곡의 구조와 테크닉에 관한 제목을 가진 단 하나의 작품이다. 루바토는 허용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정확한 리듬과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12. 불꽃 (Feux d'artifice)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예견한 듯한 작품. 제목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고도의 테크닉과 엄청난 다이내믹을 수반하는 곡으로서, 스물 네 곡의 전주곡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고 난해한 곡이다.

 

 

 

박제성
박제성 / 음악 컬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컬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