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풍이 본 것 (Ce qu'a vu le vent d'Ouest)
외형적으로 리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2집의 ‘불꽃’과 더불어 전주곡 전체 가운데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난곡으로서, 흉폭한 바람이 포물선을 그리며 타악기적인 저역 리듬 위로 찬연히 날아간다.
8.. 아마빛 머리의 처녀 (La fille aux cheveux de lin)
조용하고 다정한 표정이 풍부하게 펼쳐지는 5음계의 곡. 리콩트 드 리슬의 ‘스코틀랜드 노래’의 네 번째 시에서 인용한 제목으로서, 아마빛 머리의 한 소녀가 이른 아침 히스밭에 앉아 노래부르는 목가적인 정경을 묘사한다.
9. 끊어진 세레나데 (La sérénade interrompue)
기타처럼 퉁기는 듯한 스페인의 집시 무곡 호타(Jota)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끊임없이 방해받으며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10. 가라앉은 성당 (La cathédrale engloutie)
건반의 거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는 이 곡은 안개에 쌓인 성당의 평온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물 위로 완전히 떠오르는 절정에 다다른 뒤, 이후 희미하게 사라지는 모습까지를 담고 있다.
11. 퓌크의 춤 (La danse de Puck)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장난꾸러기 요정이 변덕스럽고 재치있게 추는 춤.
12. 음유시인 (Minstrels)
중세 시대의 음유시인이 아니라 20세기 초반 파리에 등장한 흑인 재즈 음악가들의익살스러운 표정을 예리한 관찰력으로 잡아낸 곡으로서, 기이하고 조롱 섞인 풍자는 후일 스트라빈스키를 예견케 한다.
2집(2e Livre)

1. 안개 (Brouillards)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한 어린이의 환상으로 가득 찬 이 전주곡은 부드러운 바다와 새하얀 고요함이 증발하며 안개 속에서 갑작스러운 광채를 찬양하는 듯하다.
2. 고엽 (Feuilles mortes)
‘나무들의 화려한 장례식을 맡고 있는 단풍잎의 떨어짐에서‘라는 드뷔시의 말이 모티브다. 느리고 우수에 잠긴 표정이 요동치는 화음 앞뒤로 깔려있다.
3. 비노의 문 (La puerta del Vino)
극도로 거칠고 정열적인 다정함이 대조를 이루는 하바네라. 스페인의 작곡가 파야로부터 받은 엽서에 새겨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의 출입구인 ‘비노의 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4. 요정의 무희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ses)
변덕스러운 요정들이 가볍고 빠른 테크닉 위로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5. 히드가 무성한 황무지 (Bruyère)
전원적이면서 외로운 느낌이 부드러운 레가토로 아련하게 펼쳐진다.
6. 괴짜 라빈 장군 (General Lavine-eccentric)
괴짜 라빈 장군은 1910년 8월 마리니 극장에서 흥행을 거둔 미국의 희극배우 에드워드 라 빈(Edward La Vine)이 괴상한 자동인형을 전문으로 흉내를 냈던 것을 비꼰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 차지]의 6곡 ‘골리웍의 케이크-워크’에서처럼, 이 곡 역시 케이크-워크의 악센트와 유머러스함이 변덕스러움과 풍자적 의도를 극대화한다.
7. 달빛 쏟아지는 테라스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피에르 로티의 인도에 관한 책에서 차용한 제목으로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달빛’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다채로우며 유혹적인 달빛의 모습을 그린 작품.
8. 물의 요정 (Ondine)
물결 위로 비상하는 형체들, 우아하게 쏟아지는 물보라에 대한 암시가 조용하면서도 반짝거리며 등장하는 매혹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9. 피크윅 경을 예찬하며 (Hommage à S.Pickwick Esq.P.P.M.P.C.)
God save the King의 정중한 분위기와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듯한 피크윅 경의 풍자적인 대비와 코믹한 변형이 두드러진다.
10. 카노프 (Canope)
카노프란 고대 이집트에서 미이라와 함께 묻힌 내장을 담은 네 개의 항아리를 뜻하는 것으로, 드뷔시가 이를 두 개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제목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11. 교대하는 3도 (Les tierces alternées)
1915년에 씌여진 [연습곡]을 예견하는 대목으로서, 두 권의 [전주곡]을 통틀어 내용에 과한 어떤 것을 암시하는 대신, 곡의 구조와 테크닉에 관한 제목을 가진 단 하나의 작품이다. 루바토는 허용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정확한 리듬과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12. 불꽃 (Feux d'artifice)
스크리아빈의 [불꽃을 향하여]를 예견한 듯한 작품. 제목이 주는 이미지 그대로 고도의 테크닉과 엄청난 다이내믹을 수반하는 곡으로서, 스물 네 곡의 전주곡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고 난해한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