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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불면증 - 그 참을 수 없는 괴로움

minjpm 2009. 12. 23. 17:39

“불면증 때문에 너무 힘드네요. 잠을 잘 오게 하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네이버 지식iN에는 불면증에 관한 질문이 무려 4만여 건이나 올라와 있다. 질문마다 몇 개씩 답이 달려 있음에도 계속 글이 올라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불면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뜻이리라. 불면증은 왜 생기며, 치료법은 뭐가 있을까?

 

 

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부른다

불면증은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이 바빠서 잠을 못 자는 건 불면증이 아니고, 충분히 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게 불면증이다.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깬다든지, 너무 일찍 잠을 깨는 경우, 충분히 잤는데 계속 졸린 경우를 모두 불면증이라 부를 수 있다. 하루 3시간 밖에 못 자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옆집 아저씨는 불면증일까? 아니다. 불면증이라고 하려면 낮에 피곤하거나, 계속 조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면증은 그 용어 자체가 증상이기도 하고 진단명이기도 한데, 우리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많은 상황이 불면증을 유발하므로 진단을 내리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경우, 우울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면증이라고 진단해야 할까? 답은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이다. 너무 뻔한가? 아무튼 이런저런 원인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걸 이차성 불면증이라고 하고, 불면증이 최소한 한달 이상 계속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일차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의 종류와 원인은 다양하다

1. 적응성 불면증
영화 <불면증(insomnia)>에서 형사로 나오는 알 파치노백야 현상, 즉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알래스카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걸 의학에선 ‘적응성 불면증(adjustment insomnia)’라고 부르며, 낯선 곳에 갔다든지, 시차가 바뀌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잠을 못 자는 것도 다 ‘적응성 불면증’에 속한다. 실연을 당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하며,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가 제거되면 금방 회복이 된다. 한편 ‘부적절한 수면위생’으로 인해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 이건 기차역 앞에 살거나 같이 자는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서 잠을 못 자는 걸 말하며, 이사를 가거나 코고는 사람과 따로 자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교대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에서도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야간 근무를 며칠씩 계속해서 시키지 않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2. 약물 또는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약물은 카페인이다. 카페인 복용 시 잠이 들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잠에서 자주 깬다. 커피 3~5잔만 마셔도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런 증상이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는 게 좋다. 잠이 안 올 때 술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알코올은 당장 졸리게 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수면 후반기에 자주 깨게 되므로 불면증 환자에선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항우울제도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3. 하지 불안 증후군
이 환자들은 장딴지나 허벅지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이로 인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낮보다 밤이 더 심하므로, 당연히 수면에 지장을 초래한다. 도파민성 약제를 쓰면 잘 듣는다.

 

4. 정신질환과 관련된 불면증
정신과 환자의 80% 정도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잠이 드는 게 어려우며, 잠이 들었다 해도 금방 깨게 된다. 조증이나 불안장애, 강박 신경증이 있을 때도 불면증이 찾아온다.

 

5. 내과적 질환과 관련된 불면증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리면 통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게 된다. 천식이 있는 경우 밤에 더 증상이 심해져 잠자는 걸 방해한다. 이밖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 위-식도 역류 등의 질환도 불면증을 유발한다. 요충에 걸린 아이들이 항문이 가려워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 4명 중 1명은 불면증 환자라는 놀라운 통계 조사가 있다

 

서구 여러 나라들의 조사 결과 성인의 10-30% 가량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2007년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만도 6400만 명의 불면증 환자가 있다고 한다. 여성, 고령, 우울증, 낮에 활동을 안 하는 것, 과다한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불면증의 위험 인자라고 밝혀진 바 있다. 아시아 지역에 국한해 얘기하자면 싱가포르가 15.3%였고, 일본은 20세 이상에서 21.4%가 불면증을 겪는다고 조사되었다. 한국에선 5천명을 조사한 결과 22.8%가 불면증 환자였다. 여성(25.3%)이 남성(20.2%)보다 약간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불면증이 증가하는 것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였다. 이런 통계들을 보면 잘 자는 것만 해도 커다란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불면증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다른 질병으로 인해 불면증이 온 경우 그 질환을 치료하면 불면증이 개선될 수 있다. 원인을 모르는 일차성 불면증인 경우에도 수면위생을 개선하는 등의 비약물적 방법이 약물치료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수면제를 쓰면 내성과 의존성이 생길뿐더러 약을 끊은 경우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짧게 쓰는 게 좋다. <불면증과의 동침>의 저자 빌 헤이스(Bill Hayes)의 말이다. “이 알약들 덕분에 잠이 든 적도 많다. 하지만 내 몸은 절대 속지 않는다. 약효로 인한 수면과 자연스러운 잠의 차이점은...결국은 드러나게 돼 있다.” 

 

 

 

1. 비약물적 방법
여러 종류의 행동치료가 나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침대에선 잠만 잔다’ 전략이다.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걸 일체 금하고, 다른 일도 해선 안 된다. 침대는 오직 잘 때만 올라간다. 침대에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다른 곳에 가서 활동을 하다가 잠을 잘 자신이 있을 때 다시 침대로 와야 한다. 아침에는 매일 같은 시각에 잠을 깨는 습관을 들이고, 낮잠은 피하는 게 좋다. 다소 역설적인 전략도 있다. 바로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기’ 불면증 환자들은 잠이 안 올까 봐 불안해하며,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그런 고통 없이 잘 수 있다는 거다. 이밖에 낮 시간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서 몸을 이완시켜주는 것도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밤에 과식은 금물이다.

 

2. 약물적 방법
수면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통의 약으로, 쉽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밖에 진정제, 항우울제, 멜라토닌(melatonin), 항히스타민제 등이 쓰이고 있지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약들은 내성과 의존성, 금단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불면증과의 동침>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전혀 졸리지 않는 밤이면 한밤중까지 기다리기보다 최대한 일찍 수면제를 먹어 불면증의 싹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절대 사나흘 이상 연속으로 복용하지 말 것. 그렇지 않으면 의존성이 생기게 된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손해지만, 1년 이내에 우울증이 올 확률이 높아지고, 불안장애나 약물남용, 자살 등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불면증은 혼자서 고민해선 안 되는 큰 질병인 셈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1주 이상 잠이 안 올 때는 의사를 찾아 상담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수면제를 권하는 건 아니며, 비약물적 방법을 먼저 권하니까 말이다.

 

 

 

서민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다. 저서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이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