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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CLAMP

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클래식 입문 - 음반과 레코딩에 관한 궁금증

minjpm 2010. 1. 12. 11:39

최초의 녹음은 1877년 에디슨의 목소리

1877년 발명왕 에디슨은 자신 앞에 있는 나팔에 입을 대고 큰 소리로 노래했다. “Mary had a little lamb. Its fleece was white as snow. And everywhere that Mary went, the lamb was sure to go."(현재는 지난 2008년 발견된 1860년 에두아르 레옹 스콧의 녹음을 최초로 보기도 한다) 당시 에디슨이 부른 노래는 ‘떴다 떴다 비행기’의 원곡인 동요였지만 에디슨의 목소리는 그냥 책 읽는 것처럼 들린다. 인류 최초의 녹음으로 불리는 이 역사적인 음원은 어쿠스틱 나팔에 대고 큰소리로 노래하고 그것에 의한 공기 진동을 얇은 금속막에 받은 후, 연결되어 있는 바늘을 통해 왁스가 입혀져 있는 원반이나 원통을 긁어서 간신히 소리를 기록하던 녹음법이었다. 에디슨은 처음에는 유언을 남기거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의도했을 뿐 음악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용도로는 거의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1920년대 말 마이크로폰-마이크를 사용한 전기 녹음법(일렉트릭 레코딩, electrical recording)이 고안됐다. 공기 진동을 마이크에 의해 전기 정보로 변환해 전자기 장치로 원반에 수록하는 기술 체계가 비로소 갖추어졌다. 이렇게 발매된 최초 녹음은 1925년 콜럼비아에서 녹음된 아트 길럼의 ‘The Whispering Pianist’ 였다. 이 때에 쓰이던 미디어는 셀락(shellac, 니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천연수지) 재질로 된 78회전 SP 음반으로 내구성이 약했다.

 

 

 

그리고 1940년대 말에 LP가 등장했다. 1948년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과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녹음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이 그것이었다. 드디어 음반 한 장으로 1시간 가까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플라스틱-염화비닐 재질로 된 LP는 SP에 비해 장시간 동안 오디오 바늘을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테이프 녹음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원반에 바늘을 대고 최초의 녹음(다이렉트 커팅)을 했지만 테이프로 원본을 녹음한 방식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음원 편집이 용이해지게 됐다는 걸 말해준다. 1950년대 말에는 바이노럴(binaural, 방향 특성을 가진 2채널 사운드 시스템) - 스테레오 음반이 상품화됐다. 유명한 데카의 명반들이나 RCA 리빙 스테레오 시리즈가 이 시기에 발매되기 시작했다. 스테레오 LP의 시대는 지금도 추종하는 애호가들이 많이 있을 만큼 ‘하이 피델레티’(고충실도) 취미의 궁극이라 할 만했다. 하나의 카트리지(바늘을 포함한 입력부)로 2개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당시로서는 첨단의 시스템이었다. 이후 스테레오 LP의 낭만시대는 30여 년 이상 계속되었다. 그 이후는? CD로 대표되는 디지털 레코딩의 등장이었다. 디지털 녹음에 대한 시도는 194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진전이 없다가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녹음기술의 혁명으로서 다가왔다.

 

 

 

디지털 레코딩의 실용화와 CD의 첫 등장

 

1980년대 전후 발매된 LP 중에는 디지털 녹음으로 제작된 것들이 다수 있다. 여러 국가가 디지털 레코딩의 실용화를 위해 힘썼지만 CD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면 일본이 가장 두드러졌다. CD(컴팩트 디스크)는 일본 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의 공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리를 2진수로 부호화하여 쪼개어 저장하는 디지털 레코딩은 초기부터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으나 산업화와 상업화에 유리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기대감과 이윤 창출이란 면 때문에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필립스사는 60분 분량을 담을 수 있는 최초의 CD를 발표한 후 소니사와 손잡고 1982년 요즘 사용하는 음악용 CD규격인 CD-DA라는 규격을 정하고 상품화에 성공했다. 규격이 정해진 후 CD의 녹음시간을 결정하기 위해서 베를린필의 음악감독인 카라얀에게 자문을 구했다.

 

20세기 최고의 지휘자중 한 명인 카라얀이 제안한 시간은 74분이었다. 그 이유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연주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후 1990년대 이후 CD에는 80분이 넘는 수록시간도 가능해졌다. CD 역시 30년 동안 음악을 듣기 위한 최적의 매체로 연착륙했다. 아날로그보다 떨어진다는 CD 초창기 음질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CD 자체의 음질도 진화했다. CD 이후 서라운드 시스템을 위한 SACD와 영상을 담은 DVD, 요즘의 블루레이에 이르는 많은 매체들이 등장했지만 음악감상을 위한 가장 폭넓은 대중성은 아직도 CD란 매체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음반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리마스터링의 뜻은?


음반이 만들어지려면 우선 음반을 녹음할 아티스트가 있어야 한다. 아티스트 계약과 동시에 A&R(Artist & Repertoire) 프로듀서가 음반제작의 전반에 세심하게 관여를 하게 된다. A&R 프로듀서는 음반의 콘셉트를 정한다. 뿐만 아니라 선곡과 곡의 배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획과 편곡, 그에 따른 스태프 구성에까지 기획을 하게 된다. 녹음 장소 헌팅 및 채택도 그의 몫이다. 그리고 녹음에 들어간다. 녹음 제작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곡을 구성하는 각 악기의 연주 혹은 한 악기를 여러 마이크로 녹음하는 레코딩, 이런 각각의 소스들을 하나로 섞는 믹싱, 그리고 믹싱한 소스를 발매할 음반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성하는 마스터링이 그것이다. 즉 마스터(master, 원본)를 제작하는 것이 레코딩의 목적이 되겠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오는 ‘리마스터링(remastering)’ 음반은 어떻게 녹음됐다는 걸까? 글자 그대로 마스터링을 다시 했다는 뜻이다. D/A 컨버팅(디지털 아날로그 변환) 기술은 계속 발달했기 때문에 기존의 녹음을 좀더 원래의 음질에 가깝게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관현악 녹음을 들어보면 좀더 두터운 음색이나 투명한 음색, 저역이 살아나는 등 이전 녹음과는 다른 독특한 특색이 귀에 들어오곤 한다.

 

녹음과 리마스터링에 있어서 ‘톤 마이스터’라 불리는 음향 엔지니어의 역량이 요구된다. 독일에서 수학한 세계적인 톤 마이스터 최진은 “현장감의 전달, 투명하면서 편안한 소리를 추구한다”면서 톤 마이스터가 공부해야 할 많은 분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음악 이론(화성, 대위, 청음, 음악사, 스코어 리딩, 악기학 등)과 악기 등 음악의 전반과 전기전자제어공학, 물리, 전산, 정보학, 수학, 컴퓨터프로그래밍, 멀티미디어 테크닉 등 엔지니어링의 기본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 어쿠스틱, 룸 어쿠스틱, 마이크로폰 테크닉, 스튜디오 테크닉, 음악 프로듀싱, 레코딩, 에디팅, 음악/음반비평, 영화분석, 카메라 이론, 조명이론, 영상편집 등 사운드 비주얼 엔지니어링에 관한 폭넓은 이해와 실기 경험 등등 많습니다.”


 

레코딩이 완성된 후 A&R 프로듀서나 음반사 직원들이 패키징을 해서 출시하게 된다. 재킷 디자인의 인쇄, 음반의 라이너노트(해설지) 등은 마스터 완성 단계 즈음에 이미 진행이 되어 있거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음반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을까. 낭만적인 시각으로 보면 꿈을 찍어내는 공장같이 느껴지는 음반사는 뛰어난, 혹은 상업적 가치가 있는 클래식 연주자를 발굴하고 가려내서 녹음을 하고 그 결과물로 CD, DVD 등 각종 매체를 만들어서 판매 수익을 얻는다. 음반사의 일은 직배사의 경우 본사 음반을 마케팅해서 판매하고, 자체 기획의 경우 디자인과 라이너 노트의 인쇄, 음반점에 진열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사에 돌리고 라디오 광고 카피도 쓰는 홍보력, 때로는 CD 박스 옮길 때의 ‘힘’(?)도 필요하다.

 

 

 

ADD, DDD는 무슨 뜻? 이 표시는 왜 붙일까?

CD를 보면(보통 뒷면에) 세 글자의 조합이 있다. DDD나 ADD가 대다수고 가끔 AAD나 DAD도 보인다. 이 알파벳의 조합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 글자의 조합은 프로 오디오 레코딩 서비스 협회(Society of Professional Audio Recording Services), 약자로 SPARS라고 쓰는 이 단체에서 정한 스파스 코드(SPARS Code)이다. 아날로그는 A, 디지털은 D를 의미함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텐데, 첫 글자는 첫 레코딩(아날로그나 디지털 녹음)에 쓰인 오디오 레코더(보통 테이프 레코더)의 타입을 의미한다. 두 번째 글자는 믹싱에 쓰인 오디오 레코더를, 세 번째는 마스터링의 타입을 의미하는데. 마스터링은 모두 디지털로만 이루어진다. 이들 스파스 코드의 조합은 네 가지가 있다.

 

AAD - 레코딩과 믹싱/편집에 아날로그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했고 디지털로 마스터링.


ADD - 레코딩에 아날로그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했고, 믹싱/편집과 마스터링에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가 사용됐다.


DDD - 레코딩, 믹싱/편집, 마스터링 모두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를 이용했다.


DAD - 레코딩에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 믹싱/편집에 아날로그, 마스터링에 디지털. 흔치 않은 경우다(웬디 카를로스의 ‘Switched on Bach 2000’ 음반은 DDDD를 달고 발매됐다. 이는 악기 자체가 디지털임을 의미한다).

 

CD가 디지털 매체이기 때문에, 디지털 마스터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마지막 글자는 모두 D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가 사용됐던 시기는 1970년대 후반 이후이다. 이 시기 이전 녹음이 CD로 나올 경우 모두 디지털로 리마스터 됐기 때문에 AAD나 ADD로 표시된다. AAD나 ADD는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가 디지털로 변환됐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 표시가 반드시 추가로 편집이나 믹싱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는 스파스 코드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후 오늘날까지 스파스 코드를 표기하지 않는 CD들이 늘어났다. 스파스 코드가 지닌 한계 중 하나는 테이프 레코더의 유형만을 알 수 있을 뿐, 다른 기기는 어떤 것을 사용해서 녹음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가령, 대다수 DDD 레코딩들이 믹싱을 할 때 사실상 아날로그 믹싱 콘솔에서 작업했다가 나중에 디지털로 재변환하는 작업을 했었다. 그렇다면 DDD는 ADD나 AAD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더 우수한 녹음일까? 이런 면에서 스파스 코드는 레코딩의 퀄리티를 알려주는 적절한 표시가 아니다. 좋지 못한 품질의 DDD 레코딩도 많이 있고 탁월한 AAD 레코딩도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CD 초창기에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매체에 적응하지 못했고,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는 그리 비싸지 않다. 그리고 팝이든 클래식이든 AAD로 최상의 음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음질의 수준과 상관없이 연주자의 동일 곡 녹음의 경우 DDD가 ADD보다 더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다.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의 경우 1970년대 아날로그 녹음은 디스크 그랑프리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는데, 나중에 발매된 1980년대 디지털 녹음(평론가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보다 적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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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 / 전 <객석> 편집장, 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신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 퀴즈' 코너를 통해 매일 아침 8시 출근길 청취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TOPIC / corbis,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