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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쇼팽 - 4개의 발라드

minjpm 2010. 1.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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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라이프치히에 있던 슈만에게 언급한 바대로 프레데릭 쇼팽이 네 개의 발라드를 작곡하게 된 동기는 작곡가의 친구인 시인 아담 미키에비츠(Adam Mickiewicz)의 문학적 상상력 덕분이다. 그는 리투아니아의 전설과 요정 설화 등등을 정치적 배경의 작품으로 바꾼 장본인이었다. 문학작품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를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로 다시 만들어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작업이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발라드 1번 / 에브게니 키신[피아노] 듣기
2 발라드 2번 듣기
3 발라드 3번 듣기
4 발라드 4번 듣기

1월 17일까지 무료로 전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쇼팽은 발라드를 통해 낭만주의 예술정신을 고취시켰다

1835년 쇼팽이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를 처음으로 작곡하여 발표한 이후 중세풍 환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낭만주의 특유의 초월의지는 발라드 장르에 의해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발라드가 표현하는 감성은 19세기 예술정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기에 이른다. 이후 리스트, 브람스, 리아도프, 포레 등의 작곡가들이 그 전통을 이어받아 탐미적 예술성을 꽃피우지만, 쇼팽이 보여준 환상적이고 영웅적인 동시에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충만한 음악적 세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발라드는 본래 서정적인 샹송의 한 형태로서 초기에는 단선율로 불리웠다가 점점 폴리포니로 발전해나갔다. 12세기에는 대중적인 무곡 형식을 뜻했던 발라드는 각 절이 두 개의 악구를 가지며 그 뒤에 후렴구가 붙는 형식을 취했다. 13세기에 접어들며 발라드는 투르바두르들, 특히 음유시인 아당 드 라 알에 의해 유럽 각지에서 불리게 되었고 14세기에는 아르스 노바의 음악가들, 특히 42개의 발라드를 작곡한 기욤 드 마쇼와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그 이름을 드높였다. 15세기에 접어들면서 작곡가 뒤파이와 뱅쇼아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음악에 붙여진 텍스트의 대부분은 귀부인을 향한 궁정풍의 사랑 노래였다.


 

이후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지로 퍼진 발라드는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명맥을 이어왔고 독일의 ‘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 시대에 활동했던 시인 쉴러나 괴테는 옛 전설에서 착상을 얻어 시를 만들어 붙였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는 이들의 시를 바탕으로 피아노 반주가 딸린 독일 가곡으로 승화시켰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발라드는 19세기에 들어와 쇼팽에 의해 피아노를 위한 장르로 재탄생하며 그 영화로운 시대를 제창하게 된다.

 

 

 

감성적이며 대중적인 스타일을 지닌 발라드 양식

1830년 크리스마스 이브, 쇼팽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친구인 얀 마투친스키(Jan Matuszynski)에게 절망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살롱에 들어서야만 하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오면, 이내 피아노에 내 감정을 쏟아내곤 하지. 비엔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내 피아노에게…. 이렇게 가까스로 나는 내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네.” 러시아의 압제에 대항하여 폴란드의 봉기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오스트리아에까지 들려오자 쇼팽의 친구인 티투스 보이체초프스키(Titus Woyciechowski)는 폴란드 독립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비엔나를 떠났다. 이와는 달리 쇼팽은 예술적인 수단으로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작곡가 칼 뢰베(Karl Loewe)에 의해 가곡으로 불리워진 ‘에드워드(Edward)’처럼 쉽게 기억되고 감성적이며 대중적 스타일의 장르인 발라드를 선택한 것이다.

 

1831년 쇼팽은 파리로 이주하여 1836년 첫 번째 발라드를 출판했고, 리스트의 연인인 마리 다구(Marie d'Agoult) 백작 부인이 주최한 저녁 만찬에서 조르주 상드(Geroge Sand)를 소개받는다. 당시 그는 상드에게 매력을 느낀 바도 없었다. 이듬해까지 이 둘은 만나지도 않았다. 살롱 음악회의 연주자이자 스타로 숭배받았지만 자신의 명성에 대한 환상도 없었을 뿐더러 일종의 무대 공포증까지 있었던 쇼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만 앞에서 [발라드 1번]을 연주하여 천재의 작품임을 인정 받았다.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가 세상에 그 탄생을 알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발라드 1번 Op.23 G Minor
슈톡하우젠 남작에게 헌정된 [발라드 1번]은 1835년에 완성되었으며 미키에비츠의 시 ‘콘라드 월렌로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시의 내용을 보면, 술에 취한 월렌로드는 폴란드인 친구가 스페인의 압제에 맞선 무어인의 저항을 칭송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월렌로드 역시 재앙을 몰고와 적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며 서로 투쟁을 벌인 뒤 장엄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듯한 이 작품은 음악평론가 제임스 후네커(James Huneker)로부터 “쇼팽 영혼의 오딧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품은 장중한 서주에 이어 애조 띈 1주제와 화려한 2주제가 펼쳐지며 점점 우울하고 불길함을 더하는 한편 영웅적이며 화려하지만 비극적인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간다. 장대한 서사적 영혼이 몰락하는 듯한 격렬한 코다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자극적인 흥분과 도취적인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쇼팽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평생토록 이 작품의 악마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미지를 스펙타클하게 이끌어낸 최고의 연주자로 뭇 피아니스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발라드 2번 Op.38 F Major
1836년에 작곡하여 1838년에 개정이 이루어진 발라드 2번은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자신에게 헌정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슈만에게 헌정했다. 이 작품은 미키에비츠의 ‘윌리스의 호수’라는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러시아의 약탈에 황폐화된 폴란드의 어느 도시를 연상시키는 호수가 배경이다.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도시의 젊은 여인들이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자 잔잔한 호숫가를 둘러싼 독을 품은 꽃들로 변해버리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 작품 역시 섬세한 F장조와 보다 우울한 A단조가 전투적으로 대립을 벌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안단티노를 거친 뒤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듯 전율적이고 분노에 찬 악절이 펼쳐지며 이내 발작적인 엑스타시를 터뜨리는 프레스토에 이른다. 한 작품에서 두 개의 상반된 자아가 등장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형식은 슈만의 오이제비우스플로레스탄과 많이 다르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렇게 쇼팽, 슈만과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소나타 형식을 벗어나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형식은 휴머니티에 대한 진정한 반영으로 평가받는다.

 

 

발라드 3번 Op.47 A flat Major
1841년에 작곡한 3번은 미키에비츠의 ‘물의 요정’을 음악으로 변용한 작품으로서 쇼팽의 발라드 가운데 그나마 밝은 작품이다. 젊은 여인은 남자들의 진심을 믿지 못하여 물의 요정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녀는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알 수 없는 환상을 쫓다가 파멸하도록 이끈다. 평론가 후네커는 최면적이면서도 휘몰아치는 격정이 펼쳐지는 이 곡을 일컬어 “귀족적이고 명랑하며 우아한 동시에 자극적인 아이러니컬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발라드 4번 Op.52 F Minor
본질적으로 슬라브적인 기질을 머금고 있는 4번은 로쉴드 남작부인에게 헌정한 곡으로서 1842년에 완성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든 발라드 작품 가운데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풍부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자아 성찰적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이 곡은 아버지가 담비를 잡으라고 내보낸 형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키에비츠의 ‘버드리의 세 형제’라는 시를 바탕으로 한다. 자식들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형제가 전쟁에 휘말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형제들이 약탈당한 불모의 땅으로부터 신부를 데리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역시 평론가 후네커로부터 “불가항력적인 마법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이 곡은 느리고 평화로우며 속삭이는 듯한 왈츠 리듬으로 시작한다. 점차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대위법적 발전부에 의해 불안감이 증폭된다. 쇼팽 피아노 음악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이 정교하며 극적인 발라드는 바르카롤(barcaroll) 풍의 휴지부를 뒤로 하고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격정적인 테크닉과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치는 코다가 펼쳐내며 클라이막스의 절정을 향해 질주한다.



 

 

 

박제성
박제성 / 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