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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원문보기] 별의 연금술 - 원자가 생기는 용광로

minjpm 2010. 2. 16. 16:48

우주에는 100여 가지의 원소들이 존재한다. 빅뱅 시점에서 우주는 존재하는 모든 원소를 생성할 수 있을 정도로 밀도가 높았고 충분히 뜨거웠지만, 급속한 팽창과 함께 빠르게 식어가서 몇몇 가벼운 원소들을 합성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나머지 원소들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연금술사는 납을 금으로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 연금술사들의 꿈은 과 같은 금속을 귀금속인 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19세기에 들어와 납과 금은 서로 다른 원소이며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서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19세기 막바지에 이르러 우연히 발견된 방사능은 한 원소가 방사능 붕괴를 통해 다른 원소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방사성 원소로부터 나오는 입자를 이용하여 원소를 변환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입자 가속기를 만들어 가속된 높은 에너지 입자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원소를 다른 원소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연금술사들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 항성의 핵융합

우주에 존재하는 무거운 원소는 빅뱅으로 생성된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주가 다시 뜨거워져야 한다. 우주는 빠르게 팽창하면서 식어 가는데 어디서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인가? 정상상태 우주론을 주창했던 프레드 호일(Fred Hoyle)은 우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곳은 별의 내부라고 보았다. 삼중 알파 과정을 통해서 별 속에서 탄소가 합성된다는 것을 밝혀낸 호일은 파울러(William Fowler), 버비지 부부 등과 함께 별의 각 단계에서의 온도와 압력에 따라 일어나는 원자핵반응에 의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원자핵이 합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각 단계에서 진행되는 주요 핵반응은 다음 표와 같다.

 

 

 

호일의 연구에 의하면 탄소는 알파입자(4-헬륨 핵)와 반응하여 더 큰 질량을 갖는 원자핵을 차례로 형성한다. 탄소가 반응하려면 6억K의 고온과 1cm3당 0.2톤으로 압축하는 초고압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조건은 태양 질량의 4배 이상인 별에서 가능하다. 별은 핵융합으로 방출된 열에 의한 팽창으로, 자신의 질량 때문에 수축하려는 중력을 상쇄하여 모습을 유지한다. 핵합성이 언제 멈추느냐는 별의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태양 질량의 8배 이상인 별에서는 연소가 계속 진행되어, 네온∙산소∙규소의 연소가 차례로 일어날 수 있다.

 

각 단계의 반응에서 연료를 모두 소진하면 별의 핵은 다시 수축하기 시작한다. 다음 핵반응이 시작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워질 때까지 수축이 계속된다. 원소가 무거워질수록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온도가 높을수록 핵반응은 더 빨리 진행되므로 지속시간이 짧아진다. 수소가 모두 핵반응으로 소진되는데 1,000만 년이 걸리는 별은 헬륨이 연소하는 데는 100만 년이 걸리고, 탄소는 600년, 규소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항성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은 철이 생성될 때까지 계속된다

무거운 별일수록 더 많은 원소를 생성하기는 하지만 항성 핵융합으로 우주의 모든 원소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항성 핵융합에서 생성할 수 있는 최대 질량의 원소는 원자량이 56정도인 (Fe)이다. 이렇게 철을 융합한 항성은 수소∙헬륨∙탄소+산소∙네온+산소∙규소, … 등으로 이루어진 양파껍질모양의 층 구조를 가지며 가장 중심에는 철의 핵이 있다. 위 그림은 이 항성의 내부 구조를 그린 것이다.

 


원자핵을 변환시키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핵융합과 핵분열이 그것인데 이들은 서로 상반되는 과정이다. 핵융합은 수소나 헬륨과 같이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보다 안정된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것이고, 핵분열은 우라늄(U)이나 라듐(Ra)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들이 분열하여 보다 안정된 원자핵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열 핵반응의 종착점은 모두 철이다. 철은 열 핵반응의 종착점이 되는가? 열 핵반응은 모두 안정된 원자핵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안정된 원자핵은 결합에너지가 큰 원자핵이다. 핵자 사이에는 강한 핵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까지는 작은 원자핵이 큰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핵자당 결합에너지, 철 원자핵 이상이 되면 양성자들 사이의 전기적인 반발력이 커지기 때문에 결합에너지는 오히려 작아진다. 따라서 철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있다 해도 열 핵반응으로 붕괴하여 다시 철로 되돌아간다.

 

 

철 보다 무거운 원소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그러면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러한 핵을 만들려면 에너지를 투입하여 그 일부를 질량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들은 중성자 포획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중성자는 원자핵에서 질량만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중성자는 원자핵 융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아 다른 입자들을 밀어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원자핵으로 들어가 다른 입자들과 결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성자가 단순히 원자핵에 더해진다고 해서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질량수만 다른 동위원소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원자핵들은 중성자를 받아들이면 불안정해진다. 그래서 중성자가 자발적으로 전자를 방출하고 양성자로 변환되어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지게 된다.

 

중성자 포획 과정은 원자핵 주변의 중성자 밀도와 온도에 따라 느린 중성자 포획과정인 S(slow)-과정과 빠른 중성자 포획과정인 R(rapid)-과정이 있다. 이들은 항성 핵융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무거운 원소들을 절반 정도씩 만들어낸다. S-과정은 낮은 중성자 밀도와 낮은 온도를 지닌 방사성 물질의 중성자 포획 과정이고 R-과정은 반대로 높은 중성자 밀도와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중성자 포획과정이다.

 

 

적색거성의 핵합성 : S-과정

질량이 큰 별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모두 끝나고 헬륨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 핵의 외곽부가 가열되어 팽창하면서 적색거성단계로 돌입한다. S-과정은 이와 같은 적색거성 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S-과정은 항성 내에서 중성자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성자를 흡수한 원자핵은 질량수가 하나 늘어난 불안정핵이 된다. 이어서 베타붕괴를 일으켜 원자번호가 증가한 새로운 원소의 핵이 만들어진다. 베타붕괴는 핵 내의 중성자가 전자를 방출하는 것으로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어 양성자가 하나 늘어나므로 원자번호가 증가한다.

 

잠시 후 같은 과정이 반복되어 다시 원자번호가 하나 증가한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주기율표상의 무거운 원소들이 차례로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항성 안에 존재하는 중성자는 대단히 적기 때문에 이 반응을 통해서 원소가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과정을 ‘느린(slow) 과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S-과정을 통해서 모든 원소가 만들어지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원자핵 중에는 이른바 마법수라 부르는 매우 안정된 원자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원자핵들은 중성자 흡수반응을 일으키는 충돌 단면적(Cross Section)이 작아서 S-과정이 일어날 확률이 아주 낮다. 이 때문에 이 원자핵이 형성되면 S-과정이 거의 중단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주에는 마법수를 가진 원자핵들의 존재량이 많아진다. 그리고 납보다 무거운 원소들, 다시 말해 비스무트(81Bi)에서부터 우라늄(92U)까지의 원소들은 S-과정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고 본다. S-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안정핵이 필요한데 이들 원자핵은 모두 자연 방사성 원소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초신성에서 발생하는 핵합성 : R-과정

별의 중심부가 거의 모두 철로 전환되면 더는 열이 방출되지 않으므로 별은 중력 때문에 빠르게 수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압력으로 전자와 원자핵이 압축되어 양성자가 전자를 흡수하여 중성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별의 수축은 별의 중심부를 초고밀도로 만든다. 그리고 별의 중심핵 바깥에 있던 물질이 중심으로 떨어져 내려 충돌하고, 중성자들로 바뀐 중심핵은 중성자들끼리의 반발력으로 물질을 바깥으로 되 튕겨내어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때 중심에서 대량으로 생성된 중성미자가 빛의 속도로 쏟아져 나오면서 폭발은 더욱 강력해진다. 별의 외곽 층은 빛의 속도의 1/10에 이르는 엄청난 속력으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다. 이것이 초신성 폭발이다.

 

초신성은 폭발 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때문에 1,000억K에 이르는 초고온 상태에 이른다. 초신성은 100억 개의 별이 내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초신성은 가장 극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때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핵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호일의 연구로 밝혀졌다.

 

초신성에서는 R-과정에 의한 핵합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R-과정은 높은 온도에서 높은 밀도의 중성자 흐름이 있을 때 발생한다. 초신성이 되는 별의 중심 부근에서 많은 양의 중성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량의 중성자들이 동시에 방출되고 베타붕괴를 통해 빠르게 중성자 흡수가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중성자 다수를 가진 불안정한 원자핵들이 만들어진다. 생성된 원자핵은 중성자 다수를 가지면서도 안정된 원자핵으로 매우 빠르게 붕괴하여 많은 원소가 생성된다. 초신성 온도는 매우 높아서 큰 에너지를 갖는 중성자가 많이 만들어지므로 우라늄과 같이 질량이 큰 원소들을 생성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있다. R-과정이 발생하는 온도와 중성자의 양, 에너지 등이 밝혀졌지만, 초신성 폭발에서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R-과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원소의 존재비와 우라늄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연구자들은 초신성 폭발뿐 아니라 중성자별끼리의 충돌로 R-과정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를 이어 이루어지는 원소 합성

초신성 폭발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건이다. 초신성 폭발은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동시에 이전까지 별 속에서 생성된 원소를 우주공간으로 방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초신성 폭발은 별의 외곽 층의 물질을 성간 매질 속으로 배출시켜, 지구와 같은 행성과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탄소·산소·철과 같은 원소들, 그리고 다음 세대 별들을 만드는 재료를 풍부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별들의 죽음이 원자핵 합성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별의 잔해는 새로 태어나는 별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의 별은 이전 세대의 별이 남겨놓은 무거운 원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핵 합성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별이 죽을 때는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여 우주에는 점점 무거운 원소들이 늘어나게 된다.

 

 

 

김충섭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동영상으로 보는 우주의 발견] [메톤이 들려주는 달력 이야기] [캘빈이 들려주는 온도 이야기] 등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