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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적혈구 - 산소를 배달 한다.

minjpm 2010. 2. 16. 16:52

피가 빨간 것은 적혈구 때문이다. 적혈구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숨을 쉴 때 코로 들어온 산소는 폐(허파)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다.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 피는 빨간색을 띠게 된다. 혈액 속에서 산소운반을 담당하는 물질을 혈색소라 하며, 척추동물은 헤모글로빈이 혈색소의 역할을 한다.

 

산소는 물에 녹으므로 피 속에 녹아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헤모글로빈과 결합을 하면 산소가 피 속에 그냥 녹는 것보다 약 60~65배 정도 더 많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몸에서 요구하는 산소를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헤모글로빈이 꼭 필요하다. 헤모글로빈에 결합한 산소는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포에 다다르면 헤모글로빈에서 해리되어 세포로 들어간다. 대신 세포에서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헤모글로빈에 결합한다. 따라서 적혈구는 산소는 물론 이산화탄소와도 결합하는 셈이다. 산소는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원소이며, 이를 적재적소에 운반해 주는 적혈구는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세포이자 혈액에 포함된 가장 중요한 성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에는 약 25조가 넘는 적혈구가 존재한다

가로세로 높이가 1mm인 직육면체(1mm3=1μl)에 적혈구는 약 500만 개가 존재한다. 남성은 약 540만 개, 여성은 약 480만 개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적혈구를 가지고 있다. 같은 부피에 포함된 백혈구가 약 8천 개, 혈소판이 약 40만 개인 것을 고려하면 혈액 내에 들어 있는 세 가지 세포 중 적혈구가 전체의 90%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사람의 몸에 들어 있는 피가 약 5리터이므로 적혈구는 약 25조 개가 존재하고 있으며, 수명이 약 120일이므로 1초에 파괴되는 적혈구만 약 300만 개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전체 피 중에 적혈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을 적혈구 용적률(hematocrit)이라 한다. 혈액을 원심 분리했을 때 전체 부피 중에 가라앉은 적혈구가 차지하는 부피를 측정하여 적혈구 용적률을 구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의 평균은 46%이고, 여성은 42%로 남성의 용적률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탈수에 의해 혈장 부피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적혈구 용적률이 증가하며, 이때 목마름을 느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적혈구 용적률은 떨어지게 된다. 적혈구생성소(에리스로포이에틴, erythropoietin, EPO)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므로 농도가 증가하면 적혈구 용적률도 따라서 증가하게 된다. 반대로 내출혈이 있거나 적혈구 생성에 이상이 있으면 적혈구 용적률은 감소한다.

 

 

운동을 하면 산소 요구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숨이 차게 된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나면, 숨이 차서 심호흡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갑작스러운 운동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이를 위해 물질대사가 평소보다 더 많이 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세포에서 필요한 산소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운동을 한다 해서 갑자기 적혈구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으므로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 이 때문에 몸에서는 산소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부족한 산소를 더 공급하기 위해서 숨을 크게 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운동 직후 우리가 숨이 찬 원인이다.

 

숨이 찬 것이 산소부족에 의한 것이라면 운동을 할 때 산소를 공급해 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10여 년 전에 농구 중계방송에서 작전타임 중에 산소탱크를 이용하여 산소를 공급하는 장면이 포착되곤 했다. 농구처럼 쉬는 시간이 일정한 경우에는 중간마다 잠깐이라도 산소를 마시는 것이 운동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마라톤처럼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경기에서는 산소통을 맬 수도 없고, 물을 마시는 지역에서 산소를 들이켜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는 것도 경기의 리듬을 깨게 될 테니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 유명한 마라톤 대회에서 선두를 형성하는 선수들이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출신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가끔 중동지방 선수가 포함되는 예도 있지만, 이들은 그 나라 선수가 아니라 아프리카 출신이면서 중동국가로 귀화한 선수가 많다. 왜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모습을 보일까?

 

아프리카 선수들이 마라톤에 강한 것은 산소 공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라톤에 강한 아프리카 선수 중에는 고지대 출신이 많다. 지면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지구의 중력이 약해지므로 공기의 밀도는 낮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낮은 곳에 있을 때보다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고지등정을 하는 대원들이 산소 공급 장치를 준비하는 것도 산소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고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족한 산소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보다 적혈구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낮은 지대로 내려와 마라톤 경기를 벌이게 되면, 저지대 출신보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므로 경기를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앞서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과 적혈구생성소가 적혈구 용적률을 증가시킨다고 했으니 이들을 이용하면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물론, 운동능력 향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운동 선수들에게는 ‘금지’된 방법이다. 적혈구생성소 등은 대표적인 금지약물 중 하나다. 실제로 에리스로포이에틴을 투여하여 경기력 향상을 꾀한 예가 있어서 1999년에 세계반도핑기구(World Anti Doping Agency, WADA)가 설립되어 어떤 약물을 금지하고, 어떤 약물은 허용할 것인지를 심사하고 있다.

 


피가 붉게 보이는 것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고 있기 때문

피의 색깔은 흔히 ‘빨갛다’고 하지만 몸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를 때 보면 아주 빨갛게 보기 좋은 색의 피도 있고, 약간 검거나 짙은 파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빨간 피가 동맥피, 검거나 짙은 파란색 피가 정맥피이다. 동맥피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고 있어서 빨갛게 보이고, 정맥피는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와 결합하고 있으므로 색이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면 빨간색이 아닌 피를 본 적이 있는가? 헤모글로빈은 포르피린 고리를 가진 구조를 하고 있는데, 연체동물이나 갑각류의 혈액에서 산소 운반 기능을 담당하는 헤모시아닌은 포르피린 고리를 가지지 않은 구조를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하는 역할을 철이 담당하는 것과 달리 헤모시아닌에서는 그 자리를 구리가 대신하고 있다. 이 구리에 산소가 붙게 되면 특이하게도 엷은 파란색을 띠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끼 눈이 빨갛게 보이는 것과 달리 연체동물의 눈은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피는 초록색을 띨 수도 있다. 황화수소의 형태로 몸에 들어온 황(sulfur)이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면 설프헤모글로빈을 형성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에 사용하는 약의 하나인 설파제에도 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투여하는 때도 설프헤모글로빈이 형성된다. 피 속에 설프헤모글로빈이 증가한 경우를 설프헤모글로빈혈증(sulfhemoglobinemia)이라 하며, 이때 피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할 수 있다. 설프헤모글로빈은 산소에 결합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산소부족현상이 야기되어 청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산소보다 강하게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

적혈구가 산소 운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헤모글로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부위에는 철이 존재하지만, 철은 산소보다 일산화탄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250배나 더 강하다. 따라서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여 그 공기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산화탄소 중독이라 한다. 만약,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의 양이 산소의 1/250만 포함되어 있더라도 우리 몸속에서 적혈구가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은 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 현기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깨어 있을 때는 얼른 피하면 되지만 잠들어 있을 때에는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된다. 겨울철에 연탄을 많이 이용하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가스 중독에 대한 뉴스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연탄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에 의해 야기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헤모글로빈에 결합하여 몸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다가 깨어난다 해도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산화탄소 중독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예병일
예병일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저서로는 [내 몸 안의 과학] [의학사의 숨은 이야기] [현대 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 [의사를 꿈꾸는 어린이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 등이 있다.[내 몸 안의 과학]은 교과부에서 2008년 상반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