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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염기 - 타고 남은 재를 걸러 만든다

minjpm 2010. 2. 25. 08:37

예전에는 불에 볏짚과 같은 식물을 태우고 남은 재에 물을 붓고 재를 걸러서 잿물을 만들었다.  비누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 잿물은 세정 및 표백 기능이 있어서 주로 빨래를 하는 데 이용했었다. 영어로 재를 potash라 하는데, 이 단어는 탄산칼륨(K2CO3)의 별명으로 사용한다. 양잿물은 잿물에 서양의 의미를 담은 접두사 ‘양’을 붙인 것으로 수산화나트륨(NaOH) 수용액과 같은 의미로 통한다.  흰색 고체인 수산화나트륨을 물에 녹이면 pH가 7보다 훨씬 큰 염기성 용액을 만들 수 있다. 미끈거리는 특성이 있는 진한 농도의 수산화나트륨 용액은 피부에 상처를 입히고, 마시면 죽을 수 있는 독극물이다.  염기를 알칼리(alkali)라고도 부르는데, 아랍어인 알카리(al qaliy)는 ‘태운 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니 그 어원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누나 베이킹파우더, 제산제는 염기성 물질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염기(성) 물질이 널려 있다. 요즈음에는 잿물로 빨래하는 이들이 없겠지만, 잿물 대신 늘 사용하는 비누를 생산하려면 수산화나트륨이 필요하다.  수산화나트륨이 지방이나 기름(유지)과 화학반응(비누화 반응이라고 부른다.)을 하여 생성된 지방산 나트륨이 바로 비누다. 중성비누도 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비누는 염기성을 띠고 있다. 집에서 욕실이나 변기 세척에 사용되는 암모니아수는 염기인 암모니아(NH3)를 물에 녹인 수용액이다. 또한 주방용 세제로 사용되기도 하는 탄산나트륨(Na2CO3), 빵을 굽거나 요리에 사용되는 베이킹파우더, 탄산수소나트륨(NaHCO3)도 모두 염기이다. 위산 과다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에는 염기인 수산화마그네슘(Mg(OH)2)과 수산화알루미늄(Al(OH)3)이 상당량 들어 있다.  농촌에서도 산성화된 토양을 되돌리기 위해서 염기인 탄산칼슘(CaCO3) 비료를 사용하고 있다.

 

 

 

수용액에서 수산화이온을 생성하는 경우, 염기성 물질이라 부른다

염기는 다음과 같이 3가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1. 수산화이온(OH-)이온을 생성하거나, 주는 물질
2. 다른 분자로부터 수소이온(H+)을 받는 물질    
3. 전자쌍(electron pair)을 줄 수 있는 물질      

 

화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혼란스럽겠지만, 일단은 특정 물질을 물에 녹여 얻은 용액의 pH가 7 이상 될 때 그 물질을 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염기도 산과 마찬가지로 세기에 따라 강염기와 약염기로 분류할 수 있다. 소위 가성소다라고 부르는 수산화나트륨은 물에 녹아서 OH-이온과 Na+이온으로 해리되므로, 용액에는 OH- 이온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에서 알칼리금속알칼리토금속 족(group)에 속하는 금속산화물 혹은 금속수산화물은 강염기에 속한다. 우리가 잘 아는 수산화칼륨수산화바륨(Ba(OH)2)은 강한 염기성 물질이다.  예를 들어서 0.1M 농도의 수산화칼륨 용액의 pH는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13이나 된다.

 

암모니아(NH3)는 약염기의 대표적인 물질이다. 물에 녹은 암모니아 분자의 일부는 물과 반응을 하면 암모늄이온(NH4+)과 수산화이온(OH-)이 형성된다.  이럴 때 반응에 참여한 물 분자는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으로 분해되는데, 이것을 가수분해(hydrolysis)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암모니아와 같이 가수분해 반응을 일으켜 수산화이온을 생성할 수 있는 물질은 약염기로 분류한다. 

 

한편 암모니아의 질소에는 결합에 참여하지 않는 전자쌍(electron pair)이 있어서 다른 분자에게 전자쌍을 줄 수 있다.  염기의 세 번째 정의에 들어맞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아민(amine)이라 부르는 화합물은 암모니아의 질소에 결합하여 있는 3개의 수소 원자의 일부 혹은 전부가 다른 분자뭉치(R-)로 치환된 염기이다. 질소에 결합하는 분자뭉치의 성질과 구조에 따라서 전자쌍을 다른 분자에게 줄 수 있는 능력이나 가수분해되는 정도도 달라진다.


 

염기해리상수: 약염기의 서열을 결정하는 상수

약염기 분자의 일부가 물과 가수분해 반응을 하면 짝산(BH+)과 수산화이온(OH-)이 같은 양(개수)만큼 생성된다.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B+H2O → BH++OH-]이다. 화학식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B 대신에 NH3을 넣어 반응식을 다시 써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된 화학종 BH+는 염기 B가 물로부터 수소이온(H+)을 빼앗아 형성한 것이다. BH+는 수소이온을 내어 줄 수 있는 특성이 있어서 산으로 정의하며, 염기 B에 대응된다고 하여 짝산(conjug ated acid)이라 부른다.  이런 반응이 평형에 도달했을 때 짝산과 수산화이온의 평형농도를 곱한 값을 약염기의 평형농도로 나눈 값을 염기해리상수(base dissociation constant)라 하며 염기마다 고유의 값이 있다.

 

 

따라서 염기해리상수를 비교하면 염기 간의 서열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암모니아의 염기해리상수는 약 1.75 x 10-5 정도이다.


 

그런데 암모니아의 H- 1개를 C6H5-로 치환하면 아닐린(C6H5NH2)이, CH3-로 치환하면 메틸아민(CH3NH2)이 된다.  아민인 아닐린과 메틸아민의 염기해리상수는 각각 4.27 x 10-10 과 4.17 x 10-4 이다.  그러므로 메틸아민은 암모니아보다 약간 더 강한 염기이며, 아닐린은 암모니아보다 훨씬 약한 염기라고 할 수 있다.

 

 

약산의 음이온, OH-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염기이다 

약산의 음이온(예: 탄산음이온, CO32-)도 암모니아처럼 가수분해 과정을 거쳐서 수산화이온을 생성할 수 있다. 물에 잘 녹는 탄산음이온을 포함하는 염, 탄산칼륨(K2CO3)이나 탄산나트륨(Na2CO3)을 물에 녹이면 pH가 7보다 큰 염기성 용액이 된다. 왜냐하면 탄산음이온 분자의 일부가 가수분해되어 짝산(탄산수소이온, HCO3-)과 수산화이온(OH-)을 형성하고, 새롭게 형성된 탄산수소이온 분자 일부가 다시 가수분해 과정을 거치면 탄산과 수산화이온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베이킹파우더의 주성분인 탄산수소나트륨이 염기 성질을 띠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결국 탄산염이나 탄산수소염이 물에 녹으면 OH-가 생성되며, 동시에 양이온(K+ 또는 Na+)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므로, 마치 소량의 KOH 혹은 NaOH를 물에 녹인 용액과 같아진다.

 

 

‘먹고 죽을 양잿물도 없다.’는 속담 속 잿물은 왜 염기성을 띨까?


 

식물의 재는 많은 종류의 염을 포함하고 있다.  왜냐하면, 식물 성장과 유지에 필요했던 금속 이온(K+, Na+)이 연소할 때 형성되는 탄소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과 결합하면 탄산염과 질산염을 비롯한 많은 염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식물의 위치나 토양에 따라서 주로 형성되는 염의 종류도 달라진다. 육지 식물의 재에는 탄산칼륨이, 바다식물의 재에는 탄산나트륨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잿물이 염기성을 띠는 것은 탄산염이 물에 녹고, 위에 설명한 것처럼 탄산음이온이 가수분해되어 OH-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1950~60년대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못사는 나라로 1~2등을 다투던 나라였고, 북한이 우리보다 더 잘 살았던 때이다. 농촌은 물론 도시에도 빈민이 넘쳐 났었고, ‘너무 가난해서 먹고 죽을 양잿물도 없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가난하게 살았으면 그런 표현이 난무했을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여인형 / 동국대 화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화학과 교수이다. [퀴리 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를 썼고, [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 번역하였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chemistry/2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