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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CLAMP

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좌우 대칭성 - 왼쪽과 오른쪽은 동등한가?

minjpm 2010. 3. 4. 16:50

거울 속의 세계는 신비하다. 거울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내가 서 있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그도 웃고 내가 손을 흔들면 그도 손을 흔든다. 내가 이를 닦으면 그도 이를 닦고 내가 물을 마시면 그도 물을 마신다. 거울 속에는 현실 세계가 그대로 투영되어 아주 작은 세부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때로는 거울 속의 나와 소통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오른손을 뻗어 거울에 대면 거울 속의 나도 손을 뻗어 거울에 댄다. 그런데 그가 뻗은 손은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다!

 

 

거울 속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이 바뀐다

거울 속에서는 왜 왼쪽과 오른쪽이 바뀔까? 또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는데 왜 위와 아래는 바뀌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답변할 수 있다. 우선 첫째 대답은 질문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질문이 명확하지 않다니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좌우가 바뀌었다는 것은 누구의 관점인가? 내가 보는 관점인가 아니면 거울 속에서 서 있는 내 영상의 관점인가?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좌우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오른손을 거울에 대면 거울 속 영상에서도 내가 볼 때 오른쪽 부분에서 손이 나온다. 내 얼굴이 거울의 위쪽에 보이는 것처럼 내 오른손도 거울의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혹은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모두 바뀌지 않는 것이다.


 

  

 

 

거울 속에서 좌우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고개를 좌우로 돌려 비교하기 때문

   

결국, 거울 속 글자의 좌우가 뒤집힌 것처럼 보이는 것은 똑바로 선 채로 고개를 좌우로 돌려 모양을 비교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우든 상하든 보는 방법에 따라 한쪽만 뒤집힌다는 얘기다.

 

 

거울에서 바뀌는 것은 좌우나 상하가 아니다. 앞뒤가 바뀐다

 


사실은 거울에서 바뀌는 것은 좌우나 상하라기보다는 앞뒤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나의 앞쪽은 거울 속의 나에게는 뒤쪽이니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손을 앞으로 뻗으면 거울의 손은 나에게 다가온다. 즉,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을 기억하는 독자들을 위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은 좌표 (x,y,z)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y축과 z축으로 이루어진 무한 평면에 거울이 놓여 있다고 한다면 거울에 비친 세계는 x축이 뒤집혀 좌표가 (-x,y.z)이 된다.

 

이렇게 앞뒤가 바뀐 거울 속 세계와 앞쪽을 같이 맞추려면 내가 뒤로 돌아야 한다. 이때 수직축을 중심으로 돌 것인가 수평축을 중심으로 돌 것인가에 따라 좌우가 바뀌거나 상하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보통은 그냥 고개를 돌리므로 좌우가 바뀌는 것이다. 만약 수직이나 수평이 아닌 비스듬한 축을 중심으로 돈다면 글자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보일 것이다. 이제 이것으로 거울에 대한 의문은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더 중요하고 심오한 얘기가 남아 있다. 거울 속 세계에는 우리 우주가 가진 커다란 비밀 한 가지가 숨어 있다.

 

 

거울 속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회전을 해도 결코 현실세계와 같아지지 않는다

다시 거울을 보자. 이 글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거울 속의 나는 나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의 왼손은 그의 오른손이 되었고 나의 왼쪽에 있는 심장은 그의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세계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서 있거나 돌아도 결코 현실세계와 같아지지 않는다. 특히 좌우가 약간 비대칭인 사람들은 거울에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이 보는 자신의 얼굴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역시 좌우가 바뀌어 있으니까. 참고로 좌우가 바뀐 모습을 잘 구별하는 것은 게임을 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테트리스 게임에서 긴 막대기나 정사각형이 내려오면 아무 생각 없이 빈 곳에 꽂으면 되지만 하나 꺾인 것이 내려오면 조심해야 한다. 순간의 착각으로 기록 경신에 실패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좌우가 바뀐 세계가 현실과 그대로 연결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어떤 사건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 그것이 실제 사건을 바로 찍은 것인지 아니면 거울에 비친 장면을 찍은 것인지 구별할 방법이 있을까?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관객에게 보여주면 관객은 그것이 그 사람을 바로 찍은 것인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은 것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겉보기에 좌우 대칭이기 때문이다. 즉, 눈이나 귀·팔·다리처럼 두 개가 있는 기관은 어느 한 쪽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 공평하게 하나씩 있고 코나 입은 가운데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은 대부분 심장이 왼쪽에 있고 또한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겉보기에만 좌우대칭일 뿐 실제로는 좌우대칭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약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환자였고 동영상 촬영 당시 심장을 수술하고 있었다면 그것이 거울 속 모습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영상에서는 오른쪽에 심장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다. 물론 오른쪽에 심장이 있는 사람도 아주 가끔 있으므로 이런 예외는 무시하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사람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어떤 외계인이 그 동영상을 보면 어떨까? 외계인은 그 동영상이 거울 속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다시 시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시계는 맨 위쪽이 열두 시이고 거기서부터 오른쪽으로, 즉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숫자가 늘어난다. 반시계 방향으로 숫자가 늘어나는 시계는 거의 없다. 마치 사람의 심장이 왼쪽에만 있는 것처럼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시계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시계 방향은 아마도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역사적으로 그렇게 정해진 것일 뿐이다. 만약 어떤 시계를 분해하여 부품들을 늘어놓고 그 부품들과 완벽히 같은 재질, 같은 모양이지만 왼쪽과 오른쪽만 뒤바뀐 부품들을 새로 만들어 시계를 조립한다면 그 시계는 도는 방향만 반시계 방향일 뿐 본래의 시계와 완벽히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차의 운전석은 왼쪽에 있고 운전자의 왼손과 오른손이 하는 일도 다르다. 그러므로 차도 역시 좌우대칭이 깨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계처럼 좌우가 뒤집힌 부품들로 차를 제작해보자. 물론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왼쪽과 오른쪽을 뒤집어야 한다. 만약 차에 글씨가 쓰여 있다면 그 글씨조차도 좌우를 바꾸어서 거울에 비춘 모습으로 써넣어야 한다. 그리고 차를 완성하여 두 차를 동시에 출발시킨다. 처음 차에서는 시동 열쇠를 꽂아 시계 방향으로 열쇠를 돌리고 오른발로 페달을 밟을 때 다른 차는 시동 열쇠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고 왼발로 페달을 밟을 것이다. 처음 차가 가속을 하여 시속 30km가 되었을 때 다른 차도 시속 30km가 되고 처음 차가 좌회전을 하면 다른 차는 우회전을 한다. 이렇게 좌우만 바꿀 뿐 완전히 동일한 방법으로 운전한다면 두 차는 완벽히 동일한 형태의 길을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길 모양의 좌우가 뒤바뀐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좌우를 바꿔도 물리법칙이 바뀌지 않으면, 좌우 대칭성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좌우만 바뀔 뿐 실제 작동하는 방식이 똑같은 이유를 물리학으로 설명하자면 시계나 차를 작동하는 데에 필요한 물리법칙들이 좌우를 바꿔도 변하지 않고 대칭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계나 차 자체는 좌우대칭이 아니지만 그들의 작동 원리는 좌우를 구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다룬다는 얘기다.

 

시계나 차, 혹은 더 일반적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대부분은 뉴턴의 운동 법칙중력 법칙, 그리고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 이론들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실제로 이들의 좌우 대칭성을 어렵지 않게 증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 개의 맥스웰 방정식에서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x가 나온 부분을 모두 -x로 바꾼다. 그리고 그 바뀐 방정식을 다시 잘 써서 처음 방정식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을 보이면 맥스웰 이론이 거울 속 세계, 즉 좌우가 바뀐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이런 방법으로 물리학자들은 맥스웰의 이론과 뉴턴의 이론이 정말 좌우대칭이라는 것을 보일 수 있었다.

 

일상생활의 수준을 넘어 원자들 수준의 미시세계에서는 어떻게 될까. 또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매우 빨리 움직이는 물체, 혹은 블랙홀 근처나 은하계 등 거대 규모의 우주는 어떨까. 이럴 때 좌우가 동등한지를 알아보려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살펴보면 된다. 물리학자들은 이 이론들, 더 구체적으로는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과 상대성이론의 기본 방정식인 아인슈타인 방정식, 그리고 디락 방정식 및 이들을 결합한 방정식들을 분석하여 이들도 역시 모두 좌우 대칭성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는 전자기력과 중력은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같은 생명체의 생명활동은 근본적으로 모두 전자기력과 중력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심장이 왼쪽에 있거나 오른손잡이가 많은 등 겉보기에 좌우대칭이 깨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근본 법칙 때문이 아니라 (시계가 시계방향으로만 제작되는 것과 비슷하게) 그냥 진화 과정에서의 역사적 우연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

 

 

자연계의 근본적인 힘, 중력과 전자기력은 좌우대칭성을 갖고 있다

이제 드디어 결론이다. 사람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동영상을 보고 외계인은 그것이 거울 속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과학이 충분히 발달한 외계인은 원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생명활동이 일어나고 사람으로 진화하는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다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계인은 그 동영상이 거울 속 모습이라는 것은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전자기력과 중력의 근본 이론들이 모두 좌우대칭이니까.

 


지구에서는 사람의 심장이 왼쪽에 있도록 진화되었지만, 이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뿐, 사람의 심장이 오른쪽에 있도록 진화하는 것도 근본 법칙에서는 얼마든지 허용된다. 그러므로 그 동영상이 오른쪽에 심장이 있도록 진화한 사람을 찍었을 가능성과 왼쪽에 심장이 있도록 진화한 사람을 거울에 비추어 찍었을 가능성이 모두 다 존재한다. 이 두 가능성 중에서 어느 쪽인지 외계인은 과학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다.

 

요약하자면 중력과 전자기력은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 있어서 좌우가 바뀐 거울 속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한다. 이것은 시계나 차의 예를 상기해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기본 대칭성을 의심하는 것은 우아한 우리 우주에 대한 모독이고 불경죄를 범하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력과 전자기력뿐 아니라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에서 나타나는 강력약력도 이러한 좌우 대칭성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물리학자들은 믿었다. 1956년까지는.

 

 

1956년 좌우대칭성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붕괴하였다

우주는 신비한 곳. 물리학자들은 1956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인류가 그동안 우주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본적인 믿음 하나가 붕괴했으니까. 이 사건의 주인공은 세 명의 중국인 물리학자들이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약력이 좌우 대칭성을 깬다는 사실이었다.

 

 

 

김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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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