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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원자핵의 발견 - 러더퍼드 실험

minjpm 2010. 3. 19. 09:02

1808년 영국의 돌턴(John Dalton, 1766~1844)은 [화학의 신체계]에서 원자론을 주장했다. 돌턴의 원자론에 의하면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알갱이여야 했다. 그러나 1896년에 프랑스의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 1852~1908)이 원자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퀴리 부부(Pierre and Marie Curie)가 1898년에 방사선을 내는 또 다른 원소인 폴로늄라듐을 발견하자 원자가 쪼개지지 않는 가장 작은 알갱이라는 것은 더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로부터 무엇이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가장 작은 입자가 아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원자 내부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0세기 초에 많은 과학자가 원자의 모형을 만들고, 자신의 원자 모형이 실제 원자를 나타낸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과학자 중에서 이 일에 일생을 바쳤고 누구보다 많은 업적을 많이 남긴 사람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 ~1937)였다.

 

뉴질랜드에서 영국의 케임브리지로 유학을 온 러더퍼드는 전자를 발견한 톰슨(Joseph John Thomson, 1856~1940)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를 한 후에는 캐나다로 가서 프레더릭 소디(Frederick Soddy, 1877~1956)와 함께 방사성 원소의 붕괴 과정에 대해 연구했다. 러더퍼드와 소디는 라듐이나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가 알파선, 베타선 그리고 감마선과 같은 방사선을 내는 이유를 찾기로 했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방사성 붕괴 과정을 통제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원자를 가열하기도 하였고, 얼리거나 구워도 보았다. 물질의 온도를 높이거나 내리면 물리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변화들이 방사성 붕괴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방사선 붕괴는 물질의 물리∙화학적 상태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비율로 일어난다

방사성 붕괴는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는 물질의 물리∙화학적 상태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비율로 일어났다. 그것은 전체 질량의 반이 붕괴하는 데는 항상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뜻했다. 다시 말해 100kg 붕괴하여 50kg만 남는 데 1년이 걸린다면, 다시 50kg이 붕괴하여 25kg이 남는 데도 다시 1년이 걸린다. 고등학교에서 화학이나 물리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1년이 이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방사성 물질에 어떤 변화를 가해도 반감기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러더퍼드와 소디는 방사성 붕괴의 과정은 확률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든 방사성 원소가 1년 안에 붕괴할 확률이 1/2로 같다면, 방사능 원소의 양에 관계없이 1년이 지나면 방사성 원소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원자가 똑같은 붕괴 확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붕괴 확률이 외부적 환경 변화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원자의 붕괴확률이 같다는 것은 원자가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따라서 50세인 사람이 다음 10년 동안에 죽을 확률과 80세인 사람 이 다음 10년 동안에 죽을 확률은 일반적으로 같지 않다. 그러나 원자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실험결과는 원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험한 환경에서도 더 빨리 늙거나 노쇠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원자의 붕괴가 확률의 법칙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원자 속에 원자핵이 있다는 것과 방사성 붕괴는 원자 깊숙이 숨어 있는 원자핵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물리∙화학적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낼 때까지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가이거-마르스덴의 금박 실험으로 원자핵의 증거를 찾아내다


캐나다의 맥길 대학에서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으로 옮겨온 러더퍼드는 1909년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실험을 시작했다. 실제로 그 실험을 한 사람들은 그의 조교였던 어니스트 마르스덴(Ernest Marsden, 1889~1970)과 한스 가이거(Hans Geiger, 1882~ 1945)였다. 그들은 금을 얇게 펴서 두께가 20,000분의 1cm인 금박을 만들었다. 다른 금속이 아닌 금을 사용한 것은 금의 가공성이 좋아 얇은 막을 만드는데 적당했기 때문이었다. 금박을 만든 후에는 방사성 원소에서 나오는 알파입자를 이 금박을 향해 발사했다. 발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납으로 된 용기 속에 우라늄이나 라듐과 같은 방사성 원소를 넣고 금박을 향해 입구를 열어 놓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방사성 원소에서 나온 알파입자는 초속 약 16,000km의 속력으로 금박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발사라는 말을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금박 뒤에는 알파입자가 부딪혔을 때 작은 불꽃을 내는 황화아연 스크린이 있었다. 마르스덴과 가이거는 어두운 실험실에서 알파입자가 내는 작은 불꽃의 위치와 수를 기록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그들은 놀랍게도 알파입자 중의 일부가 금박을 통과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 8,000개의 알파입자 중 하나 정도는 뒤쪽으로 튀어나왔다.

 

그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초속 1,600km로 달리는 입자가 20,000분의 1cm밖에 안 되는 금박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총알이 얇은 휴지를 뚫지 못하고 다시 튀어나온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무엇이 알파입자와 충돌하여 알파입자를 뒤로 튕겨나가게 하였을까? 작은 전자일 수는 없었다. 그것은 매우 무겁고 단단해야 하고 다가오는 알파입자를 튕겨 나가게 할 만큼 많은 전하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당시 러더퍼드가 알고 있던 원자는 전자가 여기저기 박혀 있는 호박떡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것은 그의 스승이었던 톰슨이 제안한 원자 모형이었다. 그는 알파입자가 가벼운 전자를 흩어버리고 원자를 그대로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그것은 톰슨의 원자 모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원자는 중심의 아주 작은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실험으로 러더퍼드는 새로운 원자 모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가 그려낸 원자의 모습은 돌턴이 주장했던 것과 같은 딱딱한 공이 아니었으며 전자가 여기저기 박혀 있는 호박떡 모양도 아니었다. 러더퍼드가 만들어낸 원자 모형에는 원자들이 원자핵을 가지고 있고 전자들은 원자핵 주위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었다. 아직 중성자가 발견되지 않았던 때라 원자핵의 구조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원자핵의 존재는 정확하게 알아낸 것이다.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에서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것을 역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곧 보어의 원자 모형으로 대치되었지만, 원자핵은 그대로 남게 되었다.)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가진 원자핵의 지름은 원자 지름의 약 10만 분의 1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원자는 텅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자를 커다란 체육관이라고 할 때 원자핵은 체육관 중앙에 매달려 있는 작은 구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넓은 체육관에는 먼지 같은 전자들이 몇 개 날아다닐 뿐이었다. 러더퍼드가 알아낸 원자의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원자핵의 발견을 통해 그토록 꿈꿔오던 연금술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시대 이래 많은 연금술사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구리와 같은 값싼 원소를 금과 같이 비싼 금속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주로 화학적인 방법이었다. 화학반응에서는 원자의 배열 상태는 바뀌지만, 원자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의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러더퍼드는 원자의 종류를 결정하는 원자핵을 가지게 된 것이다. 연금술사나 다른 과학자들이 가지지 못했던 원자의 종류를 바꿀 수 있는 열쇠를 가지게 된 것이다. 러더퍼드는 자신이 가진 이 열쇠가 20세기 국제 질서를 바꿔놓을 만큼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러더퍼드는 곧 자신이 발견한 원자핵을 가지고 현대판 연금술을 시작했다. 러더퍼드가 시작한 연금술이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곽영직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