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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유전자의 눈으로 본 생명

minjpm 2010. 3. 31. 09:49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신주쿠 근방 신오쿠보 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한국 청년 이수현, 당신이 태어난 나라도 아닌 곳에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 철학과 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리트였으면서도 나이 서른에 다시 의학 공부를 시작하여 38세 때부터 평생토록 아프리카에서 그곳 원주민들을 위해 의료 봉사를 한 알베르트 슈바이처, 김수환 추기경님, 법정 스님… 우리는 이처럼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바친 이들에 대해 끝없는 존경을 표한다. 희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희생을 진화의 입장에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희생이란 이처럼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임에도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희생의 미담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다윈의 또 다른 고민이었다. 철저하게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기반을 둔 그의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 바로 자기희생(self-sacrifice) 또는 이타주의(altruism)였다. 어떻게 남을 돕기 위해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희생하는 행동과 심성이 진화할 수 있을까? 다윈은 이 문제를 매우 곤혹스럽게 생각했다. 특히 개미나 벌과 같은 이른바 사회성 곤충(social insect)의 군락에서 벌어지는 일개미나 일벌들의 번식 희생은 다윈을 무척이나 괴롭혔던 불가사의한 생명 현상이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번식을 위해서 행동하도록 진화했다는 다윈의 이론으로는 각기 다른 생명체들로 태어나 스스로 번식을 억제하고 오로지 여왕으로 하여금 홀로 번식할 수 있도록 평생 봉사하는 일개미나 일벌들의 헌신적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윈은 [종의 기원] 제1판 8장에서 사회성 곤충의 극단적 이타주의에 대해 “내게는 언뜻 극복하기 어려운 특별한 난관이며 실제로 내 이론에 치명적인” 문제라고 토로한 바 있다. 다윈은 끝내 이 문제에 관한 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타주의적 행동에 처음으로 논리적인 설명을 제공한 윌리엄 해밀턴

이타주의적 행동이 어떻게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개체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처음으로 제공한 사람은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 1936~2000)이었다. 포괄적응도 이론(inclusive fitness theory) 또는 혈연선택론(kin selection theory)으로 알려진 해밀턴의 이론은 개체 수준에서는 엄연한 이타주의적 행동이 유전자 수준에서 분석해보면 사실상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흔히 rB > C라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공식으로 알려진 해밀턴의 법칙(Hamilton’s rule)에 따르면 이타적인 행동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적응적 이득(B, benefit)에 유전적 근친도(r, genetic relatedness)를 곱한 값이 그런 행동을 하는 데 드는 비용(C, cost)보다 크기만 하면 그 행동은 진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유전적으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타적인 행동이 진화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해밀턴보다 일찍 이 문제의 해결에 단서를 제공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전설적인 영국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잭 홀데인(J. B. S. Haldane, 1892~1964)이었다. 물리학자들은 종종 사석에서 뉴턴·아인슈타인·파인만 등을 들먹이며 생물학계에도 이들만큼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가 있느냐고 윽박지른다. 우리 생물학자들은 언제든 급하면 다윈의 품에 안길 순 있지만, 그는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그런 순발력 있는 천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도 내세울 수 있는 분이 한 분 있다. 그가 바로 홀데인이다. 내가 그를 소개하며 굳이 ‘전설적인’이라는 표현을 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