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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슈베르트 - 마왕

minjpm 2010. 4. 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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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수많은 가곡들 중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왕]은 1815년 그의 나이 18세에 만들어졌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600여 편의 가곡에서 대부분 동시대 작가, 시인들의 텍스트를 사용했으며 특히 자신의 음악어법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괴테의 시에 70여 편의 음악을 붙였다. 슈베르트의 첫 번째 가곡인 [물레감는 그레트헨] 역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다. 가곡 [마왕] 역시 1782년에 창작된 괴테의 시를 텍스트로 삼은 곡이다.

 

no 아티스트/연주  
1 슈베르트 [마왕] D.328 / 토마스 크바스토프[바리톤], 찰스 스펜서[피아노] 듣기

5월 2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마왕의 탄생

덴마크의 설화로 전해지는 ‘마왕 이야기’는 실제로 독립된 텍스트로 창작되지는 않았다. 괴테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독일의 문학가 헤르더(Johann Gottfried von Herder, 1744~1803)가 덴마크의 설화를 번역한 [마왕의 딸 Erlkönig Töchte]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괴테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시는 1782년 발라드 오페라인 [어부의 부인 Die Fischerin]의 일부로도 사용되었는데, 극중 등장인물인 도르첸이 떠나간 아버지와 신랑을 기다리며 부르는 노래로 오페라에 등장한다. 당시에는 오페라의 도입을 알리는 작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처럼 독립적인 가곡 형태로는 연주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괴테의 시 ‘마왕’은 괴셴(Göshen)출판사에서 8권으로 이루어진 괴테의 공식적인 첫 작품집으로 출판되었다.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를 가지고 가곡을 작곡할 당시의 일화는 슈베르트의 절친한 친구였던 요제프 폰 슈파운(Joseph von Spaun)의 서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1815년 12월의 어느 오후에 당시 힘멜포르트그룬트에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슈베르트를 방문했다. 그는 괴테의 시 ‘마왕’을 흥분 상태에서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책을 한 손에 들고 몇 번이고 방안을 서성거렸고, 그 후에 급히 의자에 앉아 무서운 속도로 이 곡을 오선지에 써내려갔다.”


 

 

Erlkönig
Wer reitet so spät durch Nacht und Wind?
Es ist der Vater mit seinem Kind;
Er hat den Knaben wohl in dem Arm,
Er fasst hin sicher, er hält ihn warm.

- Mein Sohn,
was bringst du so bang dein Gesicht?"
- Siehst, Vater, du den Erlkönig nicht?
Den Erkönig mit Kron'und Schweif?
- Mein Sohn, es ist ein Nebelstreif

[Erkönig] Du liebst Kind, komm, geh mit mir!
Gar schön Spiele spiel' ich mit dir,
Manch dunte Blumen sind an dem Strand,
Meine Mutter hat manch gülden Gewand

- Mein Vater, mein Vater,
und hörest du nicht?
Was Erkönig mir leise verspricht?

- Sei ruhig, bleibe ruhig, mein Kind;
In dürren Blättern säuselt der Wind

[Erkönig] Willst, feiner Knabe, du mit mir gehn?
Mein Töchter sollen dich warten schön
Mein Töchter führen den nächtlichen Reihn
Und wiegen und tanzen und singen dich ein

- Mein Vater, mein Vater, und siehst du nicht dort?Erkönigs Töchter am düstern Ort?
마왕
어두운 늦은 밤 바람을 가르며 말타는 이 누구인가?
그는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다.
아비는 팔을 한껏 감아 아이를 안고 간다.
안전하고 포근하게 안고 말을 달린다.

- 나의 아들아,
왜 그렇게 무서워하며 얼굴을 가리느냐?
- 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망토를 두르고 왕관을 쓴 마왕이요.
- 아들아, 그건 그저 엷게 퍼져있는 안개란다.

[마왕] 사랑스런 아이야, 나와 함께 가자!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꾸나,
모래사장에는 알록달록한 꽃이 피어있고,
우리 어머니는 황금 옷도 많이 있단다.

- 아버지, 나의 아버지,
저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내게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 진정하거라, 아가야. 걱정 말아라.
단지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란다.

[마왕] 함께 가지 않겠느냐, 귀여운 아가?
내 딸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내 딸들이 너와 함께 밤의 춤을 출 것이야,
잠들 때까지 노래하고 춤을 출 것이란다.

- 아버지, 아버지, 보이지 않으세요?
저 음침한 곳에 있는 마왕의 딸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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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요소를 위한 음악적 장치

이 시에서는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해설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아이, 그리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아버지, 그리고 병든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끊임없이 유혹하는 마왕이 이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들이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가곡의 형식을 도입했는데 특히 [마왕]에서는 통절형식(몇 절로 된 가사이든 가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가락으로 노래하도록 만든 작곡 형식)과 대화체를 사용하여 텍스트에 등장하는 극적인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노래의 첫 부분에서는 해설자에 의해 전반적인 상황이 담담하게 설명되며 이후에 나타날 파국이 표면화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공포에 떠는 아이, 아이를 달래는 아버지의 위로와 절규, 처음에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다가 점점 폭력적으로 변모해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마왕의 음울한 모습이 전체 텍스트의 큰 축을 이루게 된다. 마지막에는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모든 상황이 끝나게 된다.

 

이 곡은 한 명의 가수가 목소리를 바꾸어 세 인물의 판이한 성격과 상황을 묘사하는 작은 음악극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해석에 있어서 상당히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슈베르트는 가수에게 필요한 연기력 이외에도 이 작품의 생생한 내러티브 전달을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서주의 반주부에서 등장하는 셋잇단음표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어두운 밤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상징한다. 위로와 힘을 실어주는 아버지의 음성에서는 저음을, 공포에 질린 아들의 떨리는 음성에서는 고음을 사용한 것이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하고 있으며, 음악적 상황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마왕의 음성이 나타나는 부분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처리함으로써 마왕이 환상 속에서 아이를 점차적으로 지배해 가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최초 이 작품의 공개적인 초연은 1821년 1월 25일 빈의 악우협회에서 이루어졌다. 출판은 작곡이 완성된 후 6년 뒤인 1821년 4월 2일 빈의 카피 운트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이루어졌다.

 

 

추천음반

피셔-디스카우의 연주(DG)는 번뜩이는 텍스트 분석력이 돋보인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4개의 캐릭터에 대한 다면적인 연기는 치밀하게 구성된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킨다. 프레가르디엥(Virgin) 역시 지적인 음성으로 4개의 캐릭터에 저마다의 개성을 부여했다. 마왕의 음성에서 비브라토를 제거한 음색으로 창백하게 노래하는 장면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괴르네(Decca)의 풍부하고 따스한 음성은 캐릭터를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특유의 몰입과 쉼표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아이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느릿하게 텍스트를 읊조리는 모습은 작품의 서사적인 면과 장면묘사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엄 존슨이 완결한 슈베르트 사이클(Hyperion)에서 크리스티네 쉐퍼와 존 마크 에인슬리, 마이클 조지 등 세 연주자가 각각의 인물을 노래하고 있어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노태헌 /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 칼럼니스트 노태헌은 클래식음악 전문지 <라 뮤지카>, <그라모폰 코리아>, <코다>,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피아노>, <안단테>등에 클래식 음반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