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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페라 교실 - 오페라가 제작되는 과정

minjpm 2010. 4. 20. 13:14

‘오페라 공연 티켓은 대체 왜 그렇게 비싼가요?’ 하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오페라 극장을 정기적으로 찾는 오페라 인구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시즌 동안 한 오페라 극장에서 몇 작품을 번갈아 공연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고,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장기 보존했다가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여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오페라 작품을 4~5회 공연 후에 폐기하는 일이 많다보니, 티켓 값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밖에도 가격을 올리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


물론 뉴욕, 밀라노, 런던, 빈 같은 세계의 대도시 유명 오페라극장들의 상위 티켓 가격을 보면 대체로 서울의 가격 수준을 앞지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비해 티켓 가격의 카테고리가 훨씬 세분화되어 있지요. 대도시 유명 극장이 아닌 경우에는 대개 서울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오페라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이든 영화나 연극에 비하면 오페라 티켓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티켓이 비싼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 답하자면 ‘공연에 돈이 많이 들어서’입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이죠. 자, 그럼 이번 시간에는 오페라가 제작되는 과정을 알아볼까요? 요즘 오페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대개 18~19세기의 걸작 오페라들이어서 이미 대본과 악보가 확보된 상태지만, 새로운 창작 오페라의 공연도 있으니 아예 대본작업부터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작 소설 또는 희곡 선정 

베르디와 바그너를 비롯해 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은 문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었습니다. 이들은 셰익스피어, 위고, 프레보, 괴테, 쉴러, 푸쉬킨 등 여러 문호들의 작품 또는 중세문학, 신화, 전설 등에서 소재를 구해 대본가에게 대본을 의뢰하거나 직접 대본을 썼답니다. 현대의 창작 오페라 역시 소설을 토대로 하거나 이미 연극으로 공연된 작품 중 성공적인 작품을 골라 이를 바탕으로 대본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문학작품이라면 작품 구조나 표현의 측면에서 당연히 관객에게 설득력을 갖기 쉬우니까요.

 

 

 

2. 대본 집필과 작곡
문학작품을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 때 대본가와 작곡가는 함께 상의해서 원작 주인공의 성격을 바꾸거나 특정한 에피소드를 첨삭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소설에서는 사랑에 초연한 여장부였던 여주인공 카르멘이 비제의 오페라에서는 투우사와의 사랑에 목숨을 거는 여성적인 인물로 바뀌게 됩니다. 그 편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대본가와 작곡가가 원작 스토리의 결말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대본을 완성한 뒤 작곡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초연 날짜가 촉박한 경우 대본가와 작곡가가 나란히 앉아 거의 동시에 대본과 악보를 완성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오페라 작곡가는 성악 파트와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 연주 부분이 모두 작곡된 총보를 완성해야 합니다.

 

 

3. 캐스팅
대개는 대본과 작곡이 끝난 뒤에 배역을 맡을 성악가의 캐스팅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오페라 작곡가가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그 배역에 적합한 가수를 정해놓고, 그 가수의 음역이나 기교 능력에 맞게 아리아와 중창들을 작곡하는 경우가 19세기까지는 더 많았습니다. 배역을 맡을 가수를 정할 때는 음역과 음색, 연기력, 외모, 상대 배역과의 조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겠지요.

 

 

4. 연출, 무대디자인, 조명디자인, 의상디자인, 분장

19세기까지는 작곡가가 직접 무대 연출을 하고 초연 지휘까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대에는 새 프로덕션을 기획하는 오페라 극장 측에서 연출가를 따로 선정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휘는 극장 상임 지휘자가 맡거나,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지휘자를 초청합니다. 유럽 극장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이 대개 오페라 극장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섭외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공연 단체들이 매 공연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을 정해 함께 작업합니다.

 

무대, 조명, 의상 디자인을 연출가 한 사람이 도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각 분야의 권위자가 맡아 전체의 팀을 이루며, 발레나 현대무용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안무가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이 모든 분야의 책임자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서 통일성 있는 작품 컨셉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 드라마투르그(Dramaturg)와의 작업
공연할 팀이 확정되면 출연자들은 원작과 대본을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드라마투르그의 해설을 들으며 그 작품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익히고 작품의 분위기에 익숙해집니다. 이런 그룹 스터디 형식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 받는 장이 아니고,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토론하는 발전적인 모임이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투르그는 연출가의 고유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수들이 배역의 캐릭터를 깊이 있게 살려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줍니다.

 

 

6. 개인 연습

배역을 맡은 가수들은 우선 곡과 가사를 암기하고, 피아노 반주자와 가창의 문제점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인 연습을 통해 그 배역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합니다.

 

 

7. 피아노 리허설

지휘자와 연출가는 출연 가수들과 함께 연습 무대에서 피아노 반주로 리허설을 갖습니다. 지휘자와 연출가는 작품 해석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피력하고 서로 토론해야 하지만, 각자의 상이한 해석을 강요해 출연자들을 혼란에 빠트려서는 안 됩니다. 연출가는 가수들에게 상세한 연기 지시를 하며 연기에 대해 해당 배역의 가수와 직접 의견을 나눕니다.

 

 

8. 오케스트라 리허설 

실제로 공연이 이루어질 무대에 세트를 갖추고 오케스트라 반주로 본격적인 리허설이 이루어집니다. 연출가는 가수들과 함께 무대 위 동선을 확정하고 연기의 디테일을 결정합니다.

 

 

9. 드레스 리허설
만들어진 의상이 도착하면, 가수들에게 입혀보고 수정하는 드레스 피팅(fitting)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가수들은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을 한 상태로 무대에 섭니다. 조명 디자이너가 입력해 둔 조명을 리허설 단계에 맞춰 시험해봅니다. 드레스 리허설 전에 무대전환과 조명 등을 테스트 해보는 기술 리허설(technical rehearsal)을 별도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드레스 리허설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10. 첫 공연 

무대감독(stage manager)은 가수들과 합창단, 무용단, 연기자들의 등퇴장을 알려주고, 기술적인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신호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오릅니다. 이제 무대 위에서는 더 이상 누구도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연습기간 동안 긴 토론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한 사항들을 기억해 무대 위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와 연기로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죠.

 
대형 군중장면이 많아 합창단과 무용단의 규모가 크다면 의상만 해도 한 번의 공연에 수백 벌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실적인 무대를 만든다면 엄청난 크기의 세트와 대단한 분량의 흙이나 돌들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무대의 일부는 회전식으로 바뀌거나 지하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대형 콘테이너와 기중기가 동원되는 작품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 제작비도 어마어마하죠. 위에서 살펴본 오페라 제작과정은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뀌거나 생략될 수도 있습니다. 연습기간도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공연은 대체로 리허설 기간이 너무 짧아, 막이 오른 뒤에 날마다 공연의 질이 나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페라 제작과정을 눈으로 보고 싶다면 공연을 앞두고 극장 무대 뒤편의 백스테이지(backstage)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오페라 작품 영상물에 부록(extras)으로 수록되어 있는 백스테이지 필름을 참고로 해도 좋습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2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