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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쇼팽 - 마주르카

minjpm 2010. 5. 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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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년 열여섯 살의 쇼팽은 이미 여러 편의 마주르카(Mazurka)를 작곡했다. 그는 친구인 얀 바이아로블로키(Jan Bialoblocki)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전에 말했던 마주르카를 보내네. 몇 번 연주하다 보면 이들 마주르카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꺼야.” 그는 첫 마주르카를 열 살 무렵에 작곡했고, 마지막 마주르카는 세상을 떠나던 해인 1849년 여름에 완성했다. 쇼팽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곡했던 마주르카는 그에게 있어 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소중했던 음악임이 분명하다.

 

no 아티스트/연주  
1 마주르카 Op. 7 No.2 /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듣기
2 마주르카 Op.30 No.3 / 예프게니 키신[피아노] 듣기
3 마주르카 Op.50 No.3 / 예프게니 키신[피아노] 듣기
4 마주르카 Op.68 No.4 / 예프게니 키신[피아노] 듣기

5월 23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폴란드 고유의 무곡을 세계화하다

마주르카는 세 박자 양식의 폴란드 고유 무곡으로서 16세기 경부터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세기에는 폴란드와 그 주변 국가들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18세기 무렵에는 색소니(Saxony)의 지배자이자 폴란드 왕이었던 아우구스투스 2세에 의해 독일 왕궁에 전파되었다. 이 해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 걸쳐 유행했으며 19세기에는 러시아에까지 보급되었다. 마주르카는 고대의 폴스카(Polska)에서 비롯한 세 종류의 춤에서 기원한 것이다. 느리고 장엄한 쿠자비악(Kujaviak), 보통 빠르기의 마주르(Mazur), 빠르고 활기찬 오브렉(Obrek)이 그것이다. 단선율, 세 박자 계통의 이 춤들은 정해진 안무 없이 추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단순한 세 도막 형식의 마주르카는 쇼팽의 손에 의해 보완되고 확장되어 전형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고, 그 내용 또한 본래의 자유로운 형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극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표현하게 되었다. 또 다른 폴란드 무곡인 폴로네이즈는 귀족문화를 대표하는 무곡으로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마주르카는 전형적인 폴란드의 시골 농부들의 춤을 연상케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주르카는 폴란드의 민속 춤곡이다. 전통의상을 입고 민속춤을 추는 폴란드 사람들

 

 

바르샤바 근교인 마조비아(Mazovia)의 젤라조바 볼라(Zelazowa Wola)에서 태어난 쇼팽에게 있어서 마주르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했던 음악이었고, 그의 음악적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음악이었다. 마주르카는 파리에 머물던 쇼팽에게 조국 폴란드의 특별한 색채감을 드러내기 위한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 쇼팽은 마주르카를 다양한 리듬과 불규칙 패턴을 가진 새로운 음악형식으로 발전시켜 변화무쌍한 멜로디의 풍부한 표현력과 미묘하게 변화하는 화성 전개를 창조해냈다. 쇼팽이 작곡한 마주르카는 총 5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45개는 쇼팽의 생전에 출판되었고, 그 중 41개는 작품번호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13개는 쇼팽 사후 출판되었으며 8개는 유작번호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 두 곡 정도가 스케치 형태로 남아있다고 하니 전부 합하면 모두 6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반적으로 유작인 Op.67과 68, 그리고 작품번호가 없는 A단조 마주르카 두 곡 [à Émile Gaillard], [Notre temps]까지의 51곡이 주로 연주된다. 연대기순으로 배열되는 마주르카는 작곡 시기별로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Op.6 & Op.7 : 1834~35년 / Op.17 : 1832~33년 / Op.24 : 1834~35년 / Op.30 : 1836~37년 / Op.33 : 1837~38년 / Op.41 : 1838~40년 / Op.50 : 1841~42년 / Op.56 : 1843년 / Op.59 : 1845년 / Op.53 : 1846년

 

이 가운데 [Op.7 No.4]와 [Op.17 No.4]는 1824년에 작곡했고, 작품번호가 없는 두 곡의 A단조 마주르카는 1840년에 작곡하여 1841년에 출판한 것이다. 한편 쇼팽 사후인 1855년에 출판된 Op. 67과 68은 1827년(Op. 68 No.2)부터 1849년(Op. 67 No.2, Op. 68 No.4)까지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다.

 

 

 

3개의 시기로 구분되는 쇼팽의 마주르카

쇼팽의 마주르카는 작곡 연대를 크게 세 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시기는 민속 마주르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서 Op. 68의 첫 세 곡처럼 전형적인 리듬과 멜로디, 여성스러운 결말, 전형적 구성과 단순한 화성 등이 특징이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한 해인 1831년 이후에 작곡된 중기 마주르카들은 초기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띄고 있다. 중기작은 춤곡으로서의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되 비극적이거나 자조적인 짧은 시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으며, 쇼팽의 강렬한 개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1841년 이후부터 서거할 때까지 작곡한 후기 마주르카는 미묘하고 독특한 화성과 더불어 고급스러워진 테크닉과 노련한 서사성이 돋보인다. 특히 아름다움의 다양한 모습이 만화경처럼 비추어지는 이 시기의 마주르카에서는 비장감과 더불어 영웅적인 심리 또한 등장하고 있다.


쇼팽의 서명이 남아있는 마주르카 op.6 no.3의 자필 악보

  

[Op.50 No.3]이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바흐의 음악으로부터 터득한 대위법 위에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멜로디를 정교하게 쌓아올렸다. 이 작품에 관한 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SONY)가 쇼팽 레코딩 역사 가운데 찬연히 빛나는 금자탑으로 평가 받아왔다. 한편 [Op.60 No.3]은 쇼팽의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판된 작품으로서, 순수함과 정교함, 절제된 스타일의 완성을 보여준다.

 

 

 

자발성과 즉흥성으로 압축된 드라마


쇼팽은 카논 형식의 단순하면서도 짧은 세 도막 형식 안에 화려한 생명력, 유연함, 자기 반성 및 번뜩이는 직관, 코믹한 재치, 두려움과 슬픔, 에로틱한 집중력, 경박한 듯 빛이 나는 우아함, 폴란드 시골에 대한 노스탤지어 등을 담아 놓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피아노 연주자들은 낭만주의 시대 고유의 전유물인 루바토아고긱 기법을 사용하며 순발력 높은 진행과 즉흥성 높은 처리를 구사해야 한다. 특히 쿠자비악 춤곡에서 비롯한 느린 부분은 장식음과 루바토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무곡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루바토와 아고긱과 같은 연주상의 변칙적 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듯 마주르카라는 음악 자체는 변덕스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었다. 쇼팽은 그 변덕스러움을 반영하듯, 마주르카 속에 자연스럽고 소박한 분위기를 심어놓는 한편 잠재적 폭발력과 심리적 외상까지도 동시에 심어 놓았다. 슈만은 [마주르카 Op.30]과 [마주르카 Op.33]에 완벽하게 동화된 다음 <음악신보>라는 잡지에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다. “전지전능하고 강력한 북방의 군주(러시아의 차르나 폴란드의 지배자)는 쇼팽의 이 단순한 멜로디를 가진 마주르카가 적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깨닫는다면, 틀림없이 이 음악을 금지할 것이다. 쇼팽의 마주르카는 화원 안에 숨겨진 폭탄과도 같다.”

 

쇼팽의 조국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쇼팽 박물관의 내부 모습

 

 

쇼팽과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음악 평론가 헨리 초얼리(Henry Chorley)는 “마주르카는 얼마만큼의 자유와 허가를 가지고 연주하지 않으면 그 절반의 의미를 잃는다. 이것을 흉내내기는 불가능하지만, 음악을 느끼는 연주가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쇼팽의 동료이자 친구였던 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마주르카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각 곡마다 최상의 피아니스트가 맡아야만 한다. 모든 곡들은 악센트와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연주해야 하는데, 그 비밀은 연주자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얻기 힘들다.” 쇼팽의 연주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브로드우드 피아노 제작사의 조율사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알프레드 힙킨스(Alfred Hipkins)는 쇼팽의 뛰어난 피아니시모와 노래를 부르는 듯한 레가토, 페달의 마법적인 효과와 엄청난 음량대비를 설명하면서 “한 번도 똑같이 연주한 적이 없고 그때 그때의 분위기와 영감에 따라 변화를 주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쇼팽의 제자인 카롤 미쿨리(Karol Mikuli)의 가르침과 그의 제자인 모리츠 로젠탈(Moritz Rosenthal), 라울 콕찰스키(Raoul Koczalski)의 쇼팽 레코딩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쇼팽의 작품들 가운데 테크닉상으로는 가장 쉽게 느껴지는 마주르카는 항상 즉흥연주와 같은 자유로움과 더불어 연주자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수성을 수반해야하는, 다시 말하자면 음악 해석의 정점을 장식하는 난곡이다.

 
폴란드 고유의 색채로 충만한 마주르카는 19세기 중반 이후 학자들에 의해 ‘민속적’이라는 의미에서 신화화 되었고, 작곡가 벨라 바르톡이 ‘민속적(folk)’이 아닌, 그보다 광의의 개념인 ‘국가적(national)’이라는 주장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도 그 특성에 관해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석처럼 작고 반짝이는 마주르카는 쇼팽이 겪은 사랑과 향수, 인간과 음악, 사회와 개인에 대한 휴머니즘이 담긴, 마치 일기장과 같은 은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작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추천음반

마주르카는 그 음악적 의미를 수용하는 연주가의 예술성과 고도의 심미안에 의해 완성도가 결정되는 음악이다. 그런 만큼 마주르카 전곡을 녹음한 연주자는 무척 드문 편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폴란드인 쇼팽’을 정확하게 표현해낸 연주자는 더더욱 드물다. 이 가운데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연주가 쇼팽 마주르카의 영원한 롤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루빈스타인은 1930년대에 ‘비폴란드적’인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마주르카 연주에 대적하고자 레코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루빈스타인의 마주르카 연주는 소박함의 미학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세 번에 걸쳐 마주르카를 녹음을 했는데 이 가운데 1965년 스테레오 레코딩(RCA)이 폴란드적 정서가 가장 향기롭게 피어오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전곡을 남기진 않았지만 각 곡이 모두 초절정의 명연으로 명성이 높다. 특히 CBS 시절 녹음한 마주르카(SONY)는 오랜 시간동안 연주가와 애호가 모두를 전율케했다. 쇼팽 콩쿨 우승자 출신인 개릭 올슨의 전곡 녹음(Hyperion)도 유명하고,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녹음(DECCA)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박제성
박제성 / 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