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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꽃의 화려한 색깔의 비밀 - 안토시아닌

minjpm 2010. 5. 19. 10:49

온 세상의 삼라만상은 어울림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마음을 다잡고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우리의 어머니,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 더불어 듣고 보면서 한껏 즐겨볼 지어다. 자연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진 자에게만 비밀의 문의 열어준다고 한다. ‘옥같이 고운 풀잎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이라는 기화요초(琪花瑤草), 저 요염한 꽃떨기들이 철 따라 세월 따라, 형형색색 울긋불긋 그지없이 잔뜩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아무래도 꽃 중의 꽃은 정녕 ‘웃음 꽃’이렷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

루소의 말 따라 아예 자연으로 돌아왔다. 저기 저 푸나무에 피는 꽃잎의 개수에 마음을 모아보자. 마음에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고했다. 셋, 넷, 다섯, 여섯, 여덟 이렇게 하나같이 다르지 않는가. 꽃잎의 수에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 그 또한 ‘자연에 흐드러지게 숨어있는 비밀’ 중의 하나다. 잎맥이 나란한 외떡잎식물은 꽃잎이 3의 배수(倍數)이고 그물맥인 쌍떡잎식물은 4와 5의 배수다. 그럼 붓꽃이나 청포 꽃잎은 그 몇이며 진달래, 살살이꽃(코스모스)은 각각 몇일까?

 

그런데 꽃을 엄청나게 좋아했던, 학명(이명법)쓰기를 창안해낸 스웨덴의 식물분류학자 린네(Carolus Linnaeus, Carl von Linné, 1707~1778)는 꽃(양성화)은 “가운데자리에 한 여자(암술)가 드러누워 있고 둘레에 여러 남자(수술)가 둘러앉아서 서로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갈파하였다. 그렇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다. 동물은 성기를 몸 아래쪽에 붙여두는데, 벌건 대낮에도 나무는 우듬지에/풀은 줄기 끝자락에 수줍음 하나 없이 덩그러니 매달아 놓고선 곤충들을 꼬드기고 있다. 사람들은 그 꽃을 혐오스럽게 여기지 않을 뿐더러 사뭇 코를 들이대고 흑흑 냄새까지 맡고 있으니….

 

꽃의 구조 ①암술머리 ②암술대 ③꽃밥 ④수술대 ⑤ 꽃잎 (왼쪽),
장미 꽃잎이 붉은 이유는 안토시아닌 덕이다. <출처: NGD> (오른쪽)

 

 

  

꽃 색의 비밀은 안토시아닌

그런 꽃들의 색깔은 크게 보아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색으로 대별할 수 있다. 왜, 어째서 저렇게 색이 다 다르단 말인가. 생물의 다양성(多樣性, diversity)라는 것이다. 자 이제, 빨간 장미꽃잎이나 붉은 양배추 잎을 한 움큼 따서 막자사발(mortar)에서 콩콩 찧어 액즙을 쥐어 짜낸다. 그렇게 낸 즙을(물로 희석하여) 시험관에 따르고 거기에 식초 한 방울 떨어뜨려 본다. 대뜸 붉게 변색한다! 다음은 거기에다 양잿물(수산화나트륨, NaOH) 한두 방울을 넣어보자. 문득 푸른색으로 바뀐다! 이런!? 희한한 요술이 따로 없다! 꽃물이 리트머스처럼 산성에서는 붉은색으로, 알칼리성에서는 푸른색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았다. 짙은 색깔의 것이 좋은 지시약(指示藥)이 될 수 있으니, 앞에서 쓴 두 재료 말고도 포도껍질, 검은콩, 홍차, 버찌, 제비꽃(violets), 철쭉, 나팔꽃, 당근들도 리트머스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꽃물과 잎 즙물의 성질이 리트머스와 다르지 않다는데, 그 속에 과연 어떤 물질이 들었기에 신통방통하게도 이런 변화무쌍한 변덕을 부리는 것일까. 안토시아닌 탓이다.

 

먼저 리트머스를 본다. 산길을 가면서 큰 나무 밑둥치나 널따란 너럭바위에 둥글납작한 것이, 거무스름하거나 회백색의 버섯 같아 보이는 푸석푸석한 그 무엇이 빽빽하게 또는 띄엄띄엄 붙어있는 것을 본다. 가문 날에는 습기를 잃어서 손을 대면 바싹 부스러질듯하지만, 비나 온 뒤에는 물을 가득 머금어서 생기가 나고 제색을 낸다. 그것이 지의류(地衣類, lichen)로, 공기오염에 찌든 도시에서는 살지 못하기에 이 식물을 공해(公害)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생물(指標生物,indicator)’로 삼는다.

 

그리고 지의류는 특이하게도 조류(藻類, algae)와 균류(菌類, fungi)가 함께 사는 공생식물이다. 조류는 주로 녹조(綠藻)/남조(藍藻)이고 균류는 자낭균(子囊菌)/담자균(擔子菌)이며, 전자는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서 광합성을 하고, 후자는 팡이실(균사)로 서로 뒤엉켜있다. 현미경으로 지의류를 보면 세(떡)층으로 되어 있으니 가운데에 조류를 신주(神主) 모시듯 넣어두고 균류가 겉을 싸서 보호하고 있다. 균류는 균사로 수분이나 거름을 머금어 조류에 그것들을 공급하면 조류는 엽록체로 양분을 만들어 균류에 주니 일러 왈 공생(共生, symbiosis)이다. 이렇기에 지의류는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하는 불모지(不毛地)를 앞장서 쳐들어갈 수 있어서 ‘천이(遷移, succession)’의 개척자 노릇을 한다.

 

 

실험실에서 쓰는 리트머스는 이끼에서 뽑는다

얼마 전 화산재를 내뿜어냈던 북쪽의 ‘얼음나라’ 아이슬란드에서는 지의류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식욕촉진제로 쓰기도 하고, 빵이나 우유에 넣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북극의 툰드라(tundra)에 풀 닮은 것이 지천으로 길길이 자라는 것(북극의 유일한 생산자)이 바로 이것들이며 사슴과 순록의 먹이 감이 된다. 결론으로 산(酸)과 염기(鹽基)를 측정하는 리트머스는 지의류인 ‘리트머스이끼’에서 뽑는다! 리트머스이끼 과(科)중 주로 Roccella tinctoria, R. montagnei, Dendrographa leucophoea 들에서 리트머스물감(dyes)을 추출하니, 이것이 올세인(orcein)이란 보라색 물감인데 현미경염색이나 식품색소로도 쓰인다.

 

리트머스를 추출하는 지의류의 일종
<출처: (cc) Ixitixel at wikipedia>

 

 

그리고 pH(power of the hydrogen)측정에 쓰는 리트머스종이(litmus paper)는 리트머스물감을 물에 녹인 다음 거름종이(여과지)에 흡수시켜서 말린 것이며 액체상태의 것이 리트머스액(litmus solution)이다. 리트머스는 산성(acidity, pH<7)에서 붉은 색, 알칼리(alkalinity, pH>7)에서 푸른색, 중성(neutral, pH=7)에서 보라색(紫色, purple)을 띈다(온도 25°C를 기준삼음). 꽃물/잎 즙물에 든 안토시아닌과 성질이 어찌 그리도 빼닮은 것일까. 그럼 안토시아닌이란?

 

 

안토시아닌도 리트머스처럼 산·염기에 따라 색이 변해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고등식물의 잎, 줄기, 뿌리, 꽃, 과일 등 어느 조직에나 생기는 수용성물질이지만 주로 과일과 꽃에 많으며, 늘 세포의 액포(液胞, cell vacuole)속에 들어있다. anthocy anin(라틴어로 anthos는 ‘꽃’, kyanos는 ‘푸르다’는 뜻임)을 ‘화청소(花靑素)’라 부르며 이것은 플라보노이드(flavonoids)계 물질로 냄새와 맛이 거의 없다. 특히 안토시아닌이 많이 든 과일의 예쁜 색은 동물을 유인하여 과실을 먹게 하므로 씨앗을 퍼뜨리게 하고, 꽃의 고운 색은 곤충을 끌어들여 수분(受粉,꽃가루받이)하게하며 알록달록한 여린 이파리에서는 이것이 강한 자외선을 막는 햇빛가리개(sunscreen)역할을 한다. 뿐더러 식물세포 속에 생기는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를 없애는 항산화제(抗酸化劑, antioxidants)로 작용한다. 그래서 안토시아닌이 듬뿍 많이 든 블루베리, 체리, 흑미(黑米), 포도, 붉은 양배추와 같이 진한 색을 띤 것들이 사람 몸에 좋다고들 하는 것이다(동식물세포의 원리는 같음). 화청소가 가장 많이 든 것은 검정콩이라 하며, 가을 단풍이 붉은 것도 바로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꽃의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의 화학식, 항산화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붉은 꽃을 피우는 산성식물은 그 꽃잎을 구성하는 세포가 산성이며 푸른색 계통의 꽃은 알칼리성이라는 것을 이제 다 알았을 것이다. 빨간 꽃과 푸른 계통의 꽃은 그렇다 치고 노란색 꽃은? 그것은 안토시아닌(화청소)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라는 색소 때문이며 당근이나 귤 등의 색깔을 결정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흰 꽃이다. 희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일종의 돌연변이로 그 식물은 화청소, 카로티노이드계의 색소를 일체(一切) 만들지 못한다.

 

 

흰 꽃잎의 비밀은 공기

다양한 꽃 색에는 안토시아닌, 카로티노이드 색소, 공기의 산란 등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출처: NGD>


흰 꽃잎을 하나 따서 거머쥐고 꼬~~옥, 아주 세게 눌러보라. 어허! 돌연이 흰색이 사라지고 무색(無色)이 된다. 꽃 세포 틈새에 들었던 공기가 빠져나가버린 탓이다. 여기에 설명을 조금 보탠다. 겨울에 흰 눈(雪)을 대야에 모아두면 하얗지만 거기에 물을 부어버리면 금세 무색이 된다. 눈송이 틈새에 있던 공기가 빠져나갔기에 그렇다. 흰 꽃이나 눈송이가 희게 보이는 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공기가 빛을 받아서 산란(散亂)하기 때문이다.

 

하나 더, 흰 머리카락은 멜라닌(melanin)이라는 검은 색소가 털뿌리(毛根)에 녹아들지 못한 탓도 있지만 머리카락 속이 대통처럼 비어서 털 속을 채우고 있는 공기가 빛의 산란으로 희게 보인다. 모아 말하면 공기가 빛을 산란시킨 탓에 흰 꽃이 하얀 것이다.

 

 

꽃 색에도 과학의 원리가

꽃 색을 결정은 그 식물이 산성(붉음)이냐 알칼리성(푸름)이냐에 달렸으니, 즉 다름 아닌 안토시아닌이 부리는 마술이었다. 신묘할 뿐! 게다가 카로티노이드색소(노랑)와 공기/빛(흼)이 조연(助演)을 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생물(꽃)속에도 화학, 물리가 오롯이 더불어 들어 있더라!

 

 

 

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생물의 죽살이], [꿈꾸는 달팽이], [인체 기행] 등이 있다.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 대학민국 과학 문화상(2008) 등을 수상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2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