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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어폰과 헤드폰

minjpm 2010. 5. 27. 09:10

가전기기의 메카라고 일컫는 일본에서는 얼마 전부터 헤드폰이어폰의 매출이 리시버(홈시어터용 앰프)를 앞질렀다고 들었다. 이것은 일시적이거나 우연이 아니라,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고전적 재생 패턴에서 모바일, 혹은 길거리 문화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시장이 갖는 독특한 특성 – 모바일이 인터넷인구를 앞서는 몇 안 되는 나라, 축소지향의 주거공간을 갖는 나라 등 – 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이지만, 이들의 얘기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의 일상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더욱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헤드폰, 이어폰의 의미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가히 이어폰과 핸드폰의 경연장과도 같다. 매일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들지만 이들은 모두 의식을 올리는 사람처럼 귀 속에 이어폰을 꽂은 채 핸드폰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고 있다. 행여 이어폰을 집에 두고 오기라도 한다면 이들이 과연 어떻게 외로운 지하철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헤드폰과 이어폰, 특히 이어폰은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신체밀착형 포터블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홈 오디오에서 음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게 스피커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모바일의 영역에서도 이어폰이 음질적으로 열쇠를 쥐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홈 오디오의 이상적인 상태를 대입시켜 보면 복잡한 지하철의 천정을 뚫어주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헤드폰, 이어폰의 특성과 종류

헤드폰과 이어폰은 용도가 조금 다르게 자리잡고 있다. 헤드폰은 점차 소형화되어 가고, 이어폰은 용도별, 기능별로 다변화해서 언젠가 이 둘의 구분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원래 헤드폰은 외부와의 소음을 상호차단(청취자는 외부의 소리를, 외부에서는 청취자가 듣는 소리를)한 채로 청취를 하기 위한 장치이다.

 


헤드폰의 특성과 종류


헤드폰은 이동을 고려하지 않은 실내용이라서 보행 중에 듣기엔 무겁고 크지만, 스피커에 준하는 품질로 전문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차단효과를 위해 보통은 귀 전체를 덮어 밀폐시키는 구조를 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감상용으로는 오픈형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넓은 대역과 정숙한 상태로의 모니터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전용 앰프가 필요하며 앰프와 헤드폰의 등급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헤드폰의 종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밀폐형 헤드폰

오픈형 헤드폰

콘덴서형 헤드폰

 

 

밀폐형: 귀 전체를 덮어 외부와 차단을 시키는 방식으로서 스피커의 밀폐형과 마찬가지로 저역의 양감을 얻는 효과가 크다. 가죽 등의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차음 효과가 뛰어나며, 방송국이나 스튜디오 등에서의 모니터링 시 필수제품이다. 마치 비행기 조종사들을 연상케 하는 투박한 형태의 일면에는 클래식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오픈형: 형태는 밀폐형과 동일하나, 공기가 출입할 수 있는 덕트(통음구)를 두어 외부의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밀폐형에 비해 순발력 있는 다이나믹스의 재생에 유리하다. 따라서 전문 모니터보다는 가정에서의 일반적인 음악감상용에 적합한 형태이다.

 

콘덴서형: 오픈형과 동일한 컨셉을 갖고 있으나 작동원리가 기존의 유닛 재생방식과 달리, 정전형 스피커처럼 정전기를 이용한 진동판울림방식이다. 유닛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다이나믹 방식과는 달리 음파를 이용한 재생으로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방식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장착형태도 기존의 머리 위를 감싸서 압착시키는 구조에서 탈피하고 있다. 귀에 걸게 되어있는 이어링타입, 목 뒤로 걸치게 되어 있는 넥밴드타입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어서 ‘헤드폰’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하게 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들은 걷거나 뛸 때에도 활동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형태라서, 기존의 밀착형에 비해 외부소음차단효과는 다소 떨어진다.

 

 

이어폰의 특성과 종류

이어폰은 헤드폰보다 얼핏 좀더 보편적인 사용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듯하지만, 헤드폰 못지않은 품질과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가격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있다. 오픈형 이 일반적인 구조의 제품으로 주류를 이어왔으나, 귀속에 쏙 들어가는 커널형 이 출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어폰의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픈형 이어폰과 부속품들

커널형 이어폰과 부속품들

 

 

오픈형: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귓바퀴 장착형을 말한다. 반드시 음악의 영역이 아니라 해도, 훗날 20~21세기 무렵의 인류생활사를 전시한다면 빠질 수 없는 보편적인 상징물이 될 것이다. 가격, 디자인 등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커널형: 귓바퀴에서 고막으로 이어지는 외이도에 와인마개처럼 밀착시켜 장착한다. 오픈형에 비해 귀 속으로 좀더 다가선 형태로, ‘인이어(in ear)’ 이어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귓속 피부에 닿는 부분은 젤리나 실리콘 등의 신축성 소재를 사용하며 오픈형에 비해 외부 차음효과가 뛰어나다.

 

커널형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오픈형에 비해 이어폰이 갖는 다이나믹스의 한계를 극복한 획기적인 형태로 환영 받았다. 커널형 중에는 탱크를 두어 스피커처럼 인클로저 구조를 갖는 형태도 있는데, 오픈형에 비해 박진감 넘치는 다이나믹스의 구사가 유리하며 헤드폰에 필적하는 외부 차음효과도 뛰어나다. 오픈형 또한 대역별 감쇄를 시킨 노이스 캔슬링(noise canceling) 타입 등이 시도되었으나, 소음이 있는 외부공간에서의 정숙감은 커널형이 우세하다. 하지만 귀에 밀착되어 공기압에 그대로 노출되는 관계로 장시간 시청은 귀에 손상을 줄 수도 있어서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헤드폰과 이어폰의 품질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결국 스피커에 해당하는 품질, 즉 청취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색과 넓은 대역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 부분을 위해서는 높은 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사용자가 스스로에 맞는 형태를 파악하고 선택해서 최적의 제품을 갖출 수 있다.

 

 


헤드폰과 이어폰의 응용 영역과 음질

헤드폰과 이어폰은 가정에서부터 이동 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 다양한 등급에 걸쳐 활약을 한다. 본격 홈 오디오에서부터 컴퓨터, 디지털 플레이어, 핸드폰에 걸쳐 유선연결은 물론 블루투스 등의 근거리 무선연결 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헤드폰과 이어폰은 크기와 구조의 한계를 갖기 때문에 스피커처럼 대역별로 여러 유닛을 갖춘 형태로 설계할 수는 없고 단일 유닛의 일종의 풀레인지 구조로 되어 있다.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유닛과 인클로저(헤드, 혹은 이어유닛), 케이블의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의 음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음질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진동판(스피커의 유닛에 해당)이 가장 크며, 진동판의 재질과 구성은 제품가격에 직결되는 포인트가 된다. 일부 마니아 중에서는 홈오디오와 마찬가지로 케이블과 단자(주로 플러그) 등을 개조하는 등의 열혈 사용자들도 있으나, 언제나 그렇듯이 개인튜닝은 공부차원을 넘어서는 시도는 권장하지 않는다.

 

귀의 자유로움을 조금 양보한다면 헤드폰과 이어폰은 적은 예산으로도 상당히 정밀한 음질을 즐길 수 있는 ‘일인(一人) 감상’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정확한 포커싱(focusing)과 스테이징(staging), 좌우 채널분리 등 오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요소에 있어서 이보다 몇 십 배 비싼 스피커들을 능가할 수도 있다. 반면에 대역의 구현이나 다이나믹, 그리고 다양한 음색표현 등에 있어서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전문적이고 심각한 음악감상을 위해 이어폰을 구입하지는 않고, 어디까지나 모바일용 서브로서의 활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이보다 뛰어난 성능을 위해 투자를 하는 헤드폰 마니아 그룹도 존재한다.

 

 


헤드폰과 이어폰이 주는 자유

홈 오디오의 대중적 한계 - 어찌됐든 뭔가 거창한, 그리고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선입관 - 에 비해서 이어폰이야말로 명쾌하고 직관적인 제품이다. 좌우가 바뀌었다면 모를까, 이어폰 사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가격과 무관하게(비싼 제품도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장 진보된 형태의 음향기기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지금 속도로 보아서는 당분간 그 무궁무진한 발전의 가도에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남녀노소를 막론하는 지지기반은 사용인구를 점차 늘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볕이 좋은 계절이다. 잔디밭에 누워 허공에 빈 필하모닉 홀을 한 번 펼쳐보면 어떨까?

 

 

  1. 오픈형 이어폰

    귓바퀴에 장착하는 형태의 이어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이며 착용감이 좋다.

  2. 커널형 이어폰

    외이도에 삽입하는 형태의 이어폰.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나, 항공기 여행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사용할 때 유리하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스테레오뮤직>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강사이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udioguide/2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