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오디오 입문가이드

[스크랩] 오디오의 진단과 개선

minjpm 2010. 6. 14. 09:14

본인의 취향에 근거한 오디오의 세팅이 완료되면, 이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는 가격을 막론하고 스스로를 만족시켜줄 가능성이 높다. 음악 듣는 일이 전에 없이 즐겁고 좀더 다양한 장르까지 청취범위를 확장시키는 일도 많아진다. 클래식의 경우, 이전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다가 대역이 넓은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 바그너나 브루크너의 음악에 매진한다거나, 반대로 소출력 진공관과 소형 BBC 모니터로 전향한 이후 오페라 아리아집을 눈에 보이는 대로 사들이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주인장의 개성이 반영된 시스템에서는 좀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감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전까지 잘 듣던 음악에서 비로소 2%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언젠가부터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참 이상하지만, 멈추지 않는 실험정신, 이것이 바람직하고 않고를 논하기 이전에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이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완벽에의 요구 – 트위킹(Tweaking)

스스로 자기 시스템을 진단하고 어긋나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는 일, 혹은 자신의 취향대로 변화시키는 일, 소위 트위킹(tweaking)의 세계는 오디오의 필연적인 과정이다. 오디오 시스템에는 크고 작은 변동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트위킹의 기술 또한 오디오 경력에 비례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잔손이 가는 상황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해서 아예 기기 교체를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오디오 애호가들은 트위킹을 즐기거나, 심지어 트위킹 자체에 오디오의 재미를 두는 경우도 있다. 종종 소수의 트위킹 마니아들을 두고 마치 오디오가 단타성 소리 구분을 목적으로 하는 취미로 공격 당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주객 모두,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내 귀에 듣기 좋으면 되지?’라는 말은 음악애호가로서는 정답에 가까운 얘기지만, 오디오애호가나 음향 관련인사에게는 다소 무책임한 얘기가 된다. 하지만, 소리가 좋거나 나쁘게 들리는 경우마저도 일정한 좌표를 기준으로 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현상이라서, 과연 그 기준이란 게 뭔지 알고나 넘어갔으면 싶다.

 

 

 

소리의 기준점 – 레퍼런스

소리의 기준을 두고자 할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레퍼런스(reference: 참고) 기기, 혹은 음원’이다. 스튜디오나 방송국, 공연장 등에서 음질을 판단하기 위해 시청용으로 사용하는 기기(주로 스피커)를 모니터라고 하는데, 이런 용도에 맞도록 모니터는 철저히 객관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작된다. 따라서 모니터는 그 자체 음질로는 원본에 충실한 중립적인 기기이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작품질 또한 잘 유지되어야 한다. 제작사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다른 데서 오는 차이들이 존재하며,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제품과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는 제품 등으로 특성이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음악감상용으로 시청하는 재미가 덜하지만, 주변 기기의 구성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실 자체가 사용자에게는 큰 매력이다. JBL의 명성도 스튜디오 모니터에서 시작되었으며, 윌슨오디오와 ATC는 영화용 모니터, B&W와 쿼드는 클래식 모니터로 명성을 날리며 발전한 브랜드들이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음질을 판단할 때 쓰이는 스피커를 ‘모니터’라고 한다. 소리의 기준을 설정할 때 좋은 스피커이다.

 

 

반대로, 레퍼런스 음반이란 기기를 평가할 만한 전형성을 가진 음원들을 의미하는데, 이 또한 음악은 물론, 다양한 효과음과 자연계의 소리들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담아놓았기 때문에 특정 기기에 대한 평가기준으로서 적절할 뿐만 아니라 감상적인 차원에서도 상당히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인 레퍼런스 음반들을 예를 들면, 투티(Tutti: Reference Recordings), 테스트 앤 번인(XLO), 얼티밋 데몬스트레이션(Chesky), 1812년 서곡&이탈리아 기상곡(Telarc) 등이 20년 가까이 폭넓은 지지자 층에 널리 애청되고 있다.

 

 

 

시스템의 조정


모니터기기와 테스트음반을 들고 있다면, 이제서야 ‘이 음반은 소리가 이러이러하게 녹음이 되었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로소 자신의 기준점이 생겨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점을 머리 속에 입력해두고서, 스스로 특정 기기가 들려주는 소리에 대해 평가할 수 있고 그 결과가 기준점을 벗어나 있다면, 조정을 가할 수 있다. 조정의 대상은 음장, 음상, 음색 등이 될 것이고, 조정의 방법은 기기와 공간의 배치와 구성, 그리고 크고 작은 소품의 동원 등이 될 것이다.

 

조정방법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예를 들어 저역의 양감이 실제보다 많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스피커를 벽에서 멀리 두거나 각도를 조정하고, 여자가수의 목소리에 윤기가 부족하게 들린다면 스피커의 그릴을 벗겨본다. 그래도 안되면, 하나씩 기기를 교체해가며 테스트해 본다. 특성을 잘 알고 사용할 경우, 레퍼런스 기기와 음원들은 기기의 결점과 장점을 분명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내 시스템 중에서 원래 의도와 맞지 않는 제품들을 찾아낼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레퍼런스 음반의 역기능도 따라다닌다. 대부분의 레퍼런스 음반들은 해상도와 음향구성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 시청해보기 이전의 특정 기기의 소리를 좋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지만, 레퍼런스 음반의 용도는 자신의 알고 있는 기기에 시청을 해서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는 경우에 한정해야 효과가 있다.

 

흔히 사용되는 레퍼런스 음반들.

 

 

 

트위킹의 사례

하지만, 트위킹의 본래 의미는 대세를 크게 결정하는 경우보다는 이미 대부분의 컨셉이 결정되어 있는 경우에 미세한 부족분을 보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실제로는 소소한 액세서리를 동원한다거나 소재를 대체한다거나 해서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피커 스탠드 바닥 스파이크를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 소리의 뉘앙스는 작지 않게 변한다. 동전을 받치면 소리가 단정해지지만 원래의 상태에 따라서는 피곤한 소리가 될 수도 있다. 스피커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두면 저역이 단정해지고 리드미컬한 소리를 잘 낸다. 진동을 억제시킨 효과이다. 혹시라도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수평이 어긋나 있었다면 수평계를 통해 수평을 맞춰보자. 전에 없는 깨끗한 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방법이 있다. 실험에 근거한 일종의 작은 정보들로 효과를 거두는 이런 사례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해 더 비싼 기기로 옮겨가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큰 의미를 갖는 작업일 것이다. 요컨대 많이 알수록 더 좋은 소리를 얻는 것이 트위킹이다.

 

 

 

오디오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는다

트위킹의 결과로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상과 같은 음질향상은 가장 실질적인 결과물이 될 것이지만, 사실은 좀더 큰 수확이 있다. 바로 오디오와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고와 식견이 늘어간다는 점이다. 시스템 조정을 놓고 이런 저런 고민과 갈등까지 겪다 보면 오디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오디오란 거시적인 운용도 중요하지만, 위를 보느라 놓쳤던 미세한 내용들에서 찾아내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보람들이 큰 것이다. 음악을 듣는 도구, 오디오의 속성 중에는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그 안에 들어와야만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정신들을 많이 품고 있는데 실험정신이 투철한 인물들에게는 어둠 속의 형광체처럼 속속 발견되는 것들이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스테레오뮤직>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강사이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udioguide/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