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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입문가이드

[스크랩] 음악 장르별 오디오

minjpm 2010. 6. 14. 09:06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갖게 되는 오디오에 대한 환상은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다. 전문가라 자칭하는 경우에도 이같은 꿈에서 완벽히 벗어나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오디오 부문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현상이 아니다. 누구나 전천후 자동차, 만능 카메라, 전능한 컴퓨터 등을 꿈꾼다. 하지만 이를 위해 뛰어다녀본 경험이 있을수록 현실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다.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의미는 현명하고도 경제적인 혜안과도 상통한다.

 

 

장르별 재생 특성이란?

장르별 재생 특성이란 결국 제조자, 제조국의 문화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다. 클래식재생을 잘하는 시스템이란, 클래식을 생활 속에서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클래식을 잘 재생하는 시스템과 재즈, 록음악을 잘 재생하는 시스템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 것? 모두를 다 잘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 것일까?

 

모든 장르의 특성을 설명할 지면은 아니지만, 오디오의 재생특성에는 몇 가지 전형성이 있고 대략적인 정리가 가능하다. 우선, 클래식의 경우를 보면 장르적으로 가장 어려운 재생특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재생악기의 다양성, 넓은 대역, 왜곡 없는 재생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재생을 위해서는 넓은 대역과 해상도가 뛰어난 기기들이 필요하다. 클래식의 장르 특성이 그런 미묘한 음색의 차이를 즐기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 악기가 넓은 대역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서(피아노, 파이프오르간 등) 옥타브가 상하로 연속 이동을 하는 순간을 위화감 없이 연결시켜 주려면 그에 맞는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일부 장르를 제외한다면 저역은 다소 풍성하고 순발력이 떨어져도 결정적인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이것까지 정확해야 한다. 아울러 착색 이 적을수록  전반적인 재생이 좋게 들린다. 현악기의 경우 약간의 윤색을 갖추면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다른 악기와 장르가 원래 음에서 멀어지면서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재즈의 경우 또한 소편성에서부터 대편성에 이르는 구성 특성과 어쿠스틱 악기와 보컬이 결합되어 클래식에 준하는 재생력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클래식에 비해 작은 무대, 그리고 무대와 가까운 거리 등을 특징으로 한다. 재즈에서 현악합주를 대편성으로 구성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역별로 독주악기로 편성하기도 하고, 금관악기들이 전면에 나서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클래식과 정작 큰 이질감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악기편성의 문제가 아니라 재즈 특유의 색채감, 협소한 울림, 보컬의 빈번한 등장, 그리고 독특하고 변화무쌍한 리듬 등이 될 것이고, 이런 이유로 클래식 재생기기와는 조금 다른 계열의 기기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두텁고 그루브한 중저역의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대역이 넓지 않더라도 인클로저의 울림 자체가 깊고 단정한 쪽이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클래식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은 대역에 중점을 두는 재생특성이 요구된다.

 

 

팝과 록음악의 재생이 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반은 잘못 알고 있는 경우이다. 장르 특성상 음 자체의 왜곡이 많아서 음색을 정확하게 재생할 필요가 적다는 측면에서 일면 맞는 말이지만, 그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클래식이나 재즈 못지않은 난코스가 있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빠른 비트의 다이내믹스 재생이 요구될 경우, 다른 장르에서 뛰어난 스피커들이 리듬이 엉키고 대역별로 속도에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록음악에서 뛰어난 내입력으로 연속출력을 평탄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만 열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제조국의 문화 특성을 반영하는 소리

앞서 장르별 재생 특성이란 제조국의 문화 특성이 반영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면 제조국의 문화란 어떤지 살펴보자. 특히 스피커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그 사운드 스타일을 크게 영국계와 미국계로 양분할 수 있다. 굳이 두 나라의 제품이 아니라 해도, 이 스피커는 영국계, 혹은 미국계에 가깝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영국계 스피커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매끄럽고 풍성하며 달콤한 음색의, 귀를 즐겁게 하는 사운드로 일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스피커들은 호방하고 화려하며 광활한 스타일을 머리에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다. 자체 구조적으로도 그렇고 그에 따른 소재를 채택하는 데 있어서도 근본적으로 노선을 달리하는 상반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이유는 양국의 문화특성에 크게 기인한다. 즉, 환경과 주로 듣는 음악장르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반영된 결과이다.

 

 

양대산맥, 브리티시 사운드와 아메리칸 사운드

영국의 경우 그리 넓지 않는 주거공간과 습한 날씨,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 민요 등의 환경 인프라에 기초해서 단아하고 윤기 있는 음색이 잘 어울린다. 뭔가 활기차고 쨍한 기운보다는 차분하고 감정을 몰입시키는 소박함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소편성 클래식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 배경에는 개연성 있는 히스토리가 있다. 영국계를 주도한 사운드는 국영방송국 BBC에 납품했던 스피커들로부터 발원한다. 즉, 로져스, 하베스, 스펜도 등의 3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유사 컨셉의 브랜드들과 이들의 방계회사들이 트리 구조를 형성하며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계보를 이어내려갔다. BBC의 주요 레퍼토리는 교양 프로그램들로서 고전음악들과 사람의 목소리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에 최적화된 스피커들은 자연 그런 재생특성을 띨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브리티시 사운드의 탄생배경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넓고 높은 목조 공간과 쾌청하고 활기찬 분위기, 거침없이 굵은 톤의 음색으로 대표되어 마치 야생마 한 마리를 들여놓은 듯한 역동적인 분위기로 상징된다. 워낙 넓고 용도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개별주택 공간에 맞게 설계하다 보니 기기 자체의 크기도 크고 넓은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소리를 설계하고 있다. 영국의 스피커들이 방송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개발되었다면, 미국의 경우에는 극장시스템을 그 기원으로 해서 계보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소편성 클래식에 좋다는 평을 듣는 영국제 스피커

 

전설의 통신사인 AT&T에서 발원해서 웨스턴 일렉트릭 – 알텍 - JBL 로 이어지는 아메리칸 사운드의 역사는 그대로 오디오의 역사와도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가정용 시스템은 물론, 극장용 시스템의 규범을 세워놓았으며 훗날 홈시어터용 멀티채널 시스템에 있어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소위 스펙터클한 스테이징과 정교한 포커싱 등 규모감과 생생한 공간표현을 모토로 하는 사운드와, 이에 덧붙여 미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장르적 특성 또한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면, 빅밴드 재즈 등의 대형 홀을 기반으로 하는 연주, 입체감 넘치는 영화음악 등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장르적 재생 특성은 기술발전과 상호작용을 하며 발전을 거듭해서, 풍부한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소위 하이엔드 문화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기타 지역의 사운드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영국과 미국만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외에도 큰 흐름을 유지해온 각국의 오디오 스타일들은 무수히 많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우, 일찍이 음반산업을 발전시켜온 메카답게 녹음과 관련된 장비들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마이크와 케이블, 아날로그 플레이어, 극장용 스피커, 그리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고전 진공관 등 영미식 제품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영역들을 보존해오고 있다. 여전히 최고의 녹음장비로 평가받는 노이만과 쉡스의 마이크들, 프리앰프의 규범을 제시한 마란츠, 그리고 극장용 스피커의 고전 클랑필름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이탈리아의 경우, 특유의 목재 및 가죽가공 기술로 공예품에 가까운 외관과 현악기의 공명원리를 도입시킨 사운드 스타일로 크게 맹위를 떨친 이래, 현악기 재생의 모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개성이 지나친 감이 있어서 보편성은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한 설계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정갈하고 정교한 사운드로 수많은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재즈 재생에 있어서는 본고장인 미국의 시스템에 필적하는 제품들이 많다. 스위스의 경우가 이와 유사한 경우가 되겠으나 사운드 컨셉도 약간 다르고 디자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고래의 정밀공학과 미니멀리즘을 동원해서 자극성 없고 투명한 사운드로 골드문트나 FM 어쿠스틱스 등 명품개념의 제품들을 거느리고 있다.

 

 


오디오도 자신의 표현수단

카메라나 컴퓨터를 처음 사는 사람이 무얼 사야 하느냐고 물어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무얼 찍으려고 하느냐, 무슨 작업을 많이 하느냐 등의 질문이다. 이런 확인 과정이 없으면, 거의 쓸 일이 없는 기능을 먼지 앉도록 남겨두면서 비싼 고급기를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디오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항상 자신이 무얼 들으려 오디오를 사는 지 진지하게 생각한 연후에, 정말 모든 음악을 다 들어야 하는 경우라면 돈을 모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자.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지?

 

 

  1. 착색

    오디오가 원래의 음색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 이를 통해 소리가 좀 더 듣기 좋게 되기도 한다.

 

 

 

오승영 / 오디오 평론가, 전 <스테레오뮤직> 편집장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폴리그램, EMI, 소니뮤직, 유니버설 뮤직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으며, <스테레오뮤직>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 연구소 객원연구원 및 강사이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udioguide/2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