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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베르디 - [라트라비아타] '안녕 지난날이여'

minjpm 2010. 8. 10. 09:45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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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페라의 초연은 베니스의 훼니체 극장(페니체, La Fenice)에서 거행되었으나 그때까지 인기 절정의 기세로 오페라 작곡가의 지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던 그가 여기서 그 위치를 잃고 말았다. 그 까닭은 이 작품의 틀이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정가극[正歌劇], 주로 역사나 신회의 비극을 소재로 함)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화제 거리를 다룬 점, 그리고 신성해야할 무대 위에 창녀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또 이야기 줄거리에서는 비올레타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이 폐병으로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그때 이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가 그 병을 앓는다고는 믿을 수 없이 뚱뚱했다는 사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베르디는 이 초연 실패에 기가 죽기는커녕, “이 오페라는 이제 머지않아 세계를 휩쓸게 될 거야”하고 자신 만만하게 장담했다고 한다.

 

 

 

비올레타는 인간의 존엄성을 걸고 싸우는 용감한 여성

남성의 거친 세계를 그린 [일 트로바토레] 다음에 작곡한 [라 트라비아타]는 대조되는 여성적인 오페라라고 한다. 분명 화려한 무도회며 온화한 생활을 그리고 있고 주인공 비올레타의 여자다운 정신을 감성이 유려(流麗)한 멜로디로 엮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만 정신을 팔면 이야기의 본질을 놓지게 된다. 얼핏 보기에 여성적으로 보이는 비올레타도 실은 다른 베르디 오페라 주인공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걸고 사회와 싸우는 용감한 여성이다. 창녀 비올레타는 순진한 젊은이 알후레도(알프레도, Alfredo)와 만나 비로소 참된 사랑을 알았다.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있던 여성이 이번에는 자기 재산을 팔아서라도 알후레도와의 사랑을 이루려 한다. 사회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 위험한 짓을 아버지 제르몽은 막으려고 한다. 여기서 여성이 과감히 싸운다면 이야기는 쉽다. 그러나 비올레타는 자기의 소망이 남을 불행하게 한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가 바라는 것을 체념하는 또 하나의 고독한 싸움을 택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창녀에 불과한 비올레타도 들여다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걸고 사회와 싸우는 용감한 여성이다.
<출처: ⓒKlaus Lefebvre / Deutsche Grammophon>

 

 

no 아티스트/연주  
1 안녕,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 / 비벌리 실즈(소프라노) 등 듣기

8월 19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워너뮤직코리아

 

 

Verdi, [La Traviata]
'Addio, del passato'
Addio, del passato bei sogni ridenti,
le rose del volto gìa sono pallenti,
l'amore d'Alfredo per fino mi manca,
confronto, sostegno dell'anima stanca;
ah, della traviata sorridi al desìo;
a lei deh, perdona; tu accogliia, o Dio,
or tutto finì.

Le gioie, i dolori tra poco avran fine,
la tomba ai mortali di tutto è confine!
Non lagrima o fiore averà la mia fossa!
Non croce col nome che copra quest'ossa!
Ah, della traviata sorridi al desio;
a lei, deh, perdona; tu accoglila, o Dio.
or tutto fini!
베르디‘ [라트라비아타]
‘안녕, 지난날이여’
안녕, 지난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장미 빛 얼굴도 아주 창백해지고,
알후레도의 사랑조차 지금 내게는 없다.
지쳐 빠진 영혼을 뒷받침하고 격려해 줄 터인데;
아, 윤락녀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자를 용서하고,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
이제 모든 것은 끝입니다.

기쁨도 괴로움도 곧 마지막을 알리고,
무덤은 인간에게 모든 것의 경계(境界)이건만!
내 무덤구덩이는 눈물도 꽃도 갖지 못했다!
내 죽음을 덮을 이름이 새겨진 묘비도 없을 테지요!
아, 윤락녀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자를 용서하고,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
이제 모든 것은 끝입니다!

 

 

빠리(파리, Paris)의 사육제(謝肉祭) 날, 폐병으로 자리에 누운 비올레타는 제르몽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되읽으며, 진상(眞相)을 안 알후레도가 급히 오고 있다는 내용에 “늦었다!”고 비통한 소리를 내뱉고 “모든 것은 끝났다!” 고 외치며 자기의 죽음이 임박(臨迫)했음을 깨닫는 절망적인 노래를 부른다. 낮은 목소리로 가슴 벅찬 눈물어린 편지를 읽는 장면은 프리마돈나의 역량을 과시하는 부분이다. 아리아는 A단조로 천천히 슬픔을 누르고 눌러도 터져 나오듯이 부른다. 슬픔은 간결하고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하는 숙명적인 것이다. 희망도 없이 죽어야 하는 상황은 세나(scena=아리아 같은 영탄조도 레치타티보 식의 서술조도 아닌 극적이며 박력 있는 독창) 중에서 충분히 표시되었으며 “안녕, 지난날이여”는 그 요소이다. 후반부는 전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며, ‘길을 잘못 든 여인’(traviata)의 무덤 앞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함이 놓여 있으리라는 것이다.

 

 

 

들을 만한 CD와 DVD

[CD] 쥴리니(줄리니, Carlo Maria Giulini) 지휘, 스킬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5) 칼라스(S) EMI


역시 ‘안녕, 지난날이여’는 칼라스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 편지를 읽는 장면의 여실함에는 가슴이 뻐근해 진다. 기교와 기술적 표현의 융합이 완벽하며 휘오리투라(fioritura=작고 가벼운 장식적인 노래) 기법이 정신성의 반영(反映)으로 표현된 점 등은 숨이 막힐 정도이다. 벨칸토 오페라를 보다 여실하게 살리려 한 베르디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DVD]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1) 테레사 스트라타스(S) 제휘렐리 감독 Elektra


제휘렐리가 감독한 영화라는 특색이 있다. 제1막의 막이 오른 뒤부터 번화한 파티가 열리는 살롱 장면까지를, 죽어가는 병상(病床)에 누운 비올레타의 회상 장면으로 다루고 그 전후의 현실을 첨가하여 구성한 연출이 영화수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곡의 배열이나 구성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줄거리를 원작대로 살려서 사회비판성을 강화한 점도 특이하다.

 

비올레타가 속해 있던 19세기 빠리 특유의 화류계(花柳界)가 겉보기에만 화려함을 폭로하는 카메라의 눈의 철저한 관찰도 놓질 수 없는 부분이다. 주연은 역할에 꼭 들어맞는 모습으로 연기를 전개하는 스트라타스(Teresa Stratas), 노래도 연기도 최고의 경지에 있던 도밍고, 그리고 겉보기에 고집쟁이 시골 신사 같은 맥네일(Cornell MacNeil) 등이 열연하고 있다.

 

 

 

[라 트라비아타]에 얽힌 에피소드

여백이 있어 명 테너 디 스테화노(디 스테파노, Di Stefano)가 알후레도를 노래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제2막에서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로 옛날에 살던 사교계로 돌아간 비올레타에게 배반했다고 생각한 알후레도가 그 쪽으로 뒤쫓아 간다. 거기서 카드놀이로 돈을 잔뜩 딴 그는 비올레타에게 지금까지 잘해준 호의에 대한 앙갚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딴 돈을 그녀 면전에 뿌려주는 심하게 모욕적인 장면에 이르렀다.


Callas/Giulini (CD)(위), Levine (DVD)(아래)

 

이때 알후레도 역인 디 스테화노는 윗도리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없다. 이번에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짓누르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역시 없다. 계속 의상 담당이 곧잘 넣을 만한 곳을 다 뒤졌으나 어디에도 돈은 없었다. 이쯤 되면 하는 수 없이 그 순간을 모면하는 길은 비올레타에게 몰래 도망간 분풀이로 귀뺨을 한 대 갈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뜻 밖에 봉변을 당한 비올레타 역의 아가씨는 그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동림 / 전 교수,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의 저자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이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자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다. 저서로는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장자], [벽암록] 등이 있다.

음원 제공 워너뮤직 코리아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ria/3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