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세레나데

minjpm 2010. 8. 10. 09:34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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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 편성 관현악으로 연주하는 교향곡이겠지요. 베토벤의 교향곡을 장식하는 풍성한 현악의 울림과 찬란한 관악기들의 포효를 듣다 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해방감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 잠시 도심을 떠나 한가로운 자연 속에서 휴가를 즐기듯, 가끔은 음악 감상에도 휴가가 필요합니다. 웅장한 관현악의 벅찬 감동이 때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소 편성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달콤한 세레나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편안한 분위기에 반하게 될 거에요.

 

 

 

낭만적인 사랑의 노래, 세레나데

본래 ‘세레나데(Serenade)’란 말은 ‘늦은’이란 뜻을 지닌 ‘세루스(Seru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세레나데라는 말 속에는 ‘늦은 시각에 연주되는 음악’, 즉 ‘저녁의 음악’이란 뜻이 들어 있어요. ‘저녁의 음악’이라고 하면 역시 연인의 창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낭만적인 사랑 노래가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세레나데는 본래 연인의 창가에서 기타나 만돌린처럼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연주하는 발현악기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사랑 노래를 가리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주인공 돈 조반니가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기 위해 만돌린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세레나데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곡입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 돈 조반니는 끊임없이 새로운 여자를 찾아 헤맸던 호색한인데요, 역시 바람둥이답게 너무나 달콤하고 나긋나긋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가사를 보면 “오, 사랑하는 이여 창가로 와주오. 여기 와서 내 슬픔을 없애주오. 내 괴로운 마음 몰라주면 그대가 보는 앞에서 목숨을 끊으리…” 라는 식으로 노래가 진행되는데, 노래가 너무나 달콤해서 저도 모르게 유혹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세레나데는 본래 연인을 위해 손으로 현을 퉁겨 연주하는 발현악기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낭만적인 사랑 노래를 가리킨다.
<출처 : Staszek99 at en.wikipedia.org>

 

no 아티스트/연주  
1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 / 에치오 핀차, 파우스토 클레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오케스트라, 1947년 듣기

 

 

 

밝고 편안한 분위기의 세레나데, 귀족들의 파티 음악으로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는 밤에 연인의 창가에 부르는 전형적인 세레나데라고 할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이런 세레나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노래 없이 악기로만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참 많은데요, [돈 조반니]의 멋진 세레나데를 작곡한 모차르트는 악기로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많이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세레나데’라는 용어를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작곡된 관현악곡에 적용한 거의 최초의 작곡가라고 할 수 있어요.

 

모차르트가 작곡한 세레나데를 보면 관악기나 현악기만으로 연주하는 것들도 있지만, 팀파니가 들어간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레나데도 있는데요,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렇게 여러 종류의 세레나데가 작곡됐던 이유는, 당시 음악을 사랑했던 부유한 귀족들이 파티를 열 때 서정적인 세레나데 풍의 가볍고 듣기 좋은 음악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모차르트는 나중에 음악의 도시 빈에서 활동할 때 귀족들의 후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행사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많은 세레나데를 작곡하게 된 것이죠.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일어라서 발음이 좀 어렵지만 대개 곡명을 원어 그대로 쓰는 일이 많아요. 번역을 하면 ‘작은 밤의 음악’, 즉 ‘작은 세레나데’를 뜻합니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데, 연인을 유혹할 목적으로 작곡된 음악이 아니라 귀족들의 행사를 겨냥한 음악으로 작곡됐기 때문에 굉장히 밝고 명랑합니다. 아무래도 화려한 파티에는 밝고 듣기 좋은 음악이 잘 어울리겠죠.


가볍고 듣기 좋은 파티용 음악이 필요했던 부유한 귀족들을 위해 모차르트는
여러 종류의 세레나데 음악을 작곡했다.
<출처 : Gryffindor at en.wikipedia.org>

 

no 아티스트/연주  
1 모차르트 [Eine Kleine Nachtmusik] 1악장 / 브루노 발터, 컬럼비아 심포니오케스트라, 1954년 듣기

 

 

 

세레나데의 명맥을 이어간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

이처럼 세레나데라는 음악은 본래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였지만 점차 부유한 귀족들의 파티음악으로 그 성격이 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교향곡이라는 진지한 관현악이 유행하게 되면서 세레나데라는 점차 사라지게 되죠. 그래도 몇몇 작곡가들은 계속 세레나데를 계속 작곡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입니다.

 

차이코프스키드보르작은 모두 현악합주를 위한 유명한 세레나데를 남기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부드럽고 풍성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명곡입니다. 하지만, 두 곡의 성격은 조금 달라요.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가 압도적이고 시원한 현악의 울림을 강조했다면, 드보르작의 세레나데는 포근하면서도 감성적이지요. 드보르작은 세레나데의 1악장을 현악기 군의 중간 성부라고 할 수 있는 비올라와 제2바이올린의 잔잔한 연주로 시작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세레나데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습니다. 비올라의 반주에 맞추어 제2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주제는 제1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이어지고 첼로와 더블베이스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지요.

 

 

 

세레나데의 쇠퇴, 그러나 그 서정성은 녹턴으로 이어져

‘세레나데’라는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에 의해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교향곡에 밀려 점차 쇠퇴해갔습니다. 그 대신 세레나데의 서정적인 특징은 ‘녹턴’이라는 음악으로 이어지게 되죠. 녹턴은 우리말로 ‘야상곡’이라고 번역이 되는데요, 말 그대로 ‘밤의 음악’이죠. 흔히 녹턴하면 쇼팽의 녹턴이 떠오르는데요, 쇼팽의 녹턴은 아주 시적이고 서정적인 피아노 독주곡입니다.

 

녹턴도 역시 예전에는 행사용 세레나데와 거의 비슷한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17세기의 녹턴(Nocturne)은 이탈리아어인 ‘노투르노(Notturno)’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주로 관악 앙상블로 연주됐다고 하죠.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와서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피아노 독주용으로 서정적인 녹턴을 많이 작곡하게 되면서 녹턴은 가장 낭만적이고도 서정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세레나데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쇠퇴한 데 비해서 녹턴은 쇼팽이라는 뛰어난 작곡가 덕분에 19세기와 20세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음악이 된 걸 보면 훌륭한 작곡가의 존재가 음악 형식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쇼팽 이후에는 가브리엘 포레에릭 사티 같은 20세기 작곡가들이 아름다운 녹턴을 많이 작곡했는데, 그 중 녹턴에 나타난 밤의 음악의 느낌을 현악 앙상블로 표현해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녹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담아낸 명곡입니다.


쇤베르크는 녹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담아낸 '정화된 밤'을 만들었다.
<출처 : Mefusbren69 at en.wikipedia.org>

 

이 곡은 본래 현악6중주로 작곡됐지만, 후에 현악합주용으로 편곡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현대음악의 장을 연 쇤베르크의 음악은 아주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젊은 시절의 쇤베르크는 정말 아름답고 로맨틱한 음악을 많이 작곡했어요. 그중에서도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밤의 신비를 담아낸 일종의 녹턴이라고 할 수 있고, 리하르트 데멜의 시 ‘정화된 밤’의 내용을 따르고 있습니다.

 

‘정화된 잠’은 우선 달밤에 두 남녀가 싸늘한 숲 속을 거니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인데 여자가 남자한테 아주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되죠. 그녀는 자신의 연인에게 “나는 지금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는 당신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자가 회한에 사무쳐서 이런 고백을 하니까 남자는 뜻밖에도 “당신은 나를 위해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아이는 우리의 아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깊은 밤 속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여기서 여자의 격정적인 감정과 남자의 너그러운 마음, 그리고 평안을 찾은 두 연인의 마음이 현악 오케스트라의 다채롭고 신비스러운 소리로 표현됩니다.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한 대의 피아노가 아니라 여러 대의 현악기로 연주되는데다가 시의 내용도 상당히 강렬하기 때문에 쇼팽의 녹턴에 비해서 한결 더 표현이 풍부한 녹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중에서 두 연인이 갈등을 극복하고 깊은 밤길을 함께 거니는 마지막 부분은 녹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매우 잘 표현한 부분이지요.

 

no 아티스트/연주  
1 쇼팽 [녹턴 작품9 제 2번] / 알프레드 코르토, 1929년 듣기
2 쇤베르크 [정화된 밤] / 레오폴트 스토코브스키, 심포니오케스트라, 1960년 듣기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세레나데와 녹턴은 마치 여름휴가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전통적으로 세레나데는 밤 9시, 녹턴은 밤 11시에 연주되었다고 하는데,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여름밤, ‘밤의 음악’이 연주되던 그 시간에 세레나데와 녹턴을 들으며 혼자만의 편안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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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3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