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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모짜르트 - 돈조반니

minjpm 2010. 8. 25. 11:22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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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바람둥이에게 적대적입니다. 우선은 한 여자 또는 한 남자가 다수의 이성을 사로잡는다는 ‘특권’에 대해 배가 아프기 때문이고, 바람둥이를 용인할 경우 일부일처제가 흔들리면서 유산상속에 혼선이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혁명적인 변화를 원하기보다는 기존 사회의 틀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사회규범을 침해하는 개인이 나타나면 힘을 모아 응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주인공 ‘돈 조반니 Don Giovanni’는 바로 그 ‘벌 받는 개인’의 좋은 예가 됩니다.

 

세 시간이 넘는 긴 공연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과 경탄을 늦출 수 없는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 예술의 절정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을 2년 앞둔 1787년에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에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재기 넘치는 아리아들이 가득하거든요. 서곡부터 아주 특이합니다. 비극적이고 장중한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곧 유쾌하고 활기가 넘치는 멜로디로 넘어갑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카탈로그의 노래 Madamina, il catalogo e questo - 요세 반담[베이스 바리톤] 듣기
2 거기서 그대 손을 잡고 La ci darem la mano - 루제로 라이몬디[베이스], 테레사 베르간사[메조 소프라노] 듣기
3 내 연인을 위로해 주세요 Il mio tesoro intanto – 케네스 리겔[테너] 듣기
4 저 악당은 나를 배신했지만 Mi tradi quell'alma ingrata – 키리 테 카나와[소프라노] 듣기

8월 24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2,065명을 유혹한 세비야의 바람둥이


그럼 이 돈 조반니는 대체 누구일까요? ‘돈 Don’은 귀족에게 붙이는 칭호, ‘조반니 Giovanni’는 이탈리아에서 흔한 남자 이름인데, 영어로는 존, 프랑스어로는 쥐앙, 독일어로는 요한 또는 요하네스, 스페인어로는 후안입니다. 바람둥이의 대명사 ‘돈 후안’이 바로 이 남자죠. 영지(領地)를 소유한 봉건귀족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매력있는 외모를 무기로 무수한 여자들을 유혹하고,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재빨리 도망가는 남자. 정치 이데올로기나 사회적 성공, 재산 축적, 명예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순간의 쾌락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가 이 오페라의 주인공입니다. [피가로의 결혼]의 천재적인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는 에스파냐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1620년경에 쓴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석상(石像) 손님]을 토대로 [돈 조반니]의 대본을 썼습니다.


1막에서 돈 조반니는 기사장(騎士長)의 딸인 돈나 안나에게 반해 그녀의 약혼자로 위장하고 밤중에 몰래 안나의 방에 침입합니다. 그를 약혼자 돈 오타비오로 착각했던 안나는 곧 낯선 남자임을 알아차려 완강하게 저항하고, 뜻을 이루지 못하고 쫓겨나오던 돈 조반니는 운 나쁘게 기사장과 맞닥뜨리자 결투 끝에 그를 죽이고 도망칩니다.

 

돈 조반니에게 버림받은 돈나 엘비라(왼쪽)와 돈 조반니.

 

 

두 번째 여주인공 돈나 엘비라는 돈 조반니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다가 하루 아침에 버림받은 여자입니다. 결혼식까지 올리고 돈 조반니가 홀연히 사라져버리자 엘비라는 “그 인간이 내 품 안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심장을 꺼내 갈갈이 찢어놓겠다”고 이를 갈며 돈 조반니를 찾으러 다니지만, 사실은 다시 만나 사랑을 되찾고 싶은 미련으로 간절합니다.


하인 레포렐로는 ‘카탈로그의 노래’로 엘비라를 약올리며 자기 주인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이제까지 돈 조반니가 농락한 여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수첩을 병풍처럼 펼쳐 보이며, “이탈리아 여자가 640명, 독일에선 231명, 프랑스 여자가 100명, 터키 여자는 91명, 홈그라운드인 스페인에서는 천 명 하고도 셋.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 겨울에는 살집 좋은 여자, 여름에는 마른 여자를 고르고, 키 큰 여자보곤 기품 있다고 칭찬, 작은 여자한테는 사랑스럽다고 아첨한답니다. 명단 늘이는 재미에 나이든 여자도 마다 않지만, 주인님이 진짜 좋아하는 건 역시 경험 없는 젊은 처녀죠...” 라고 노래합니다. 레포렐로는 모든 것을 소유한 귀족 주인에 대해 계급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주인과 같은 삶을 열망하는 이중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한편 하인에게 엘비라를 떠넘기고 도망친 돈 조반니는 지나가다가 마을 결혼 잔치에서 새 신부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시골처녀지만 대담하고 애교가 넘치는 체를리나입니다. 신랑 마제토를 따돌리고 돈 조반니는 그녀를 유혹해 정사를 치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 합니다. 돈 조반니의 유혹에 체를리나는 망설이는 척하며 아리송한 대답으로 줄다리기를 시도합니다. 남자의 진심을 떠보는 영악한 처녀죠. 그러나 역시 희대의 바람둥이는 경험 없는 처녀보다 한 수 위입니다. “내가 그대의 운명을 바꿔주지.” 돈 조반니의 이 한 마디에 체를리나는 즐겁게 무너집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 나타난 엘비라의 폭로로 돈 조반니의 실상을 알고 체를리나는 신랑 마제토에게 돌아갑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주인공의 음악

이제 체를리나는 남편을 붙잡기 위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아양을 떨며, 빙산이라도 녹일 듯한 아리아 ‘날 때려줘요, 마제토’를 노래합니다. 신혼 첫날 딴 남자랑 도망간 신부 때문에 깡통로봇 꼴이 된 마제토지만 어느새 맘이 풀려 체를리나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 없는 돈 조반니는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려고 레포렐로와 옷을 바꿔 입고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부르기도 하고, 자신이 결투로 죽인 기사장의 무덤 앞에서 장난으로 기사장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합니다.

 

돈 조반니에게 당한 안나, 오타비오, 엘비라, 체를리나, 마제토는 다 함께 보복을 하려고 기회를 노리지만, 기사장의 석상, 그러니까 ‘기사장 귀신’이 한발 앞서 복수를 하러 옵니다. 기분 좋은 저녁식사 자리에 말을 타고 들어온 석상은 돈 조반니에게 거짓과 사기로 점철된 바람둥이의 삶을 회개하라고 명하지만, 돈 조반니는 끝까지 회개를 거부하고 당당하게 버티다가 결국 지옥불로 떨어집니다.


돈 조반니는 음악적으로 볼 때도 대단히 특이한 주인공입니다. 중년의 호색한이 아닌 젊은 바람둥이(원작의 나이는 27세)지만 모차르트는 그를 테너가 아닌 바리톤 배역으로 설정했고, 주역인데도 제대로 된 아리아를 작곡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이 주인공을 느긋한 유혹자가 아닌 신경질적이고 조급증 가득한 ‘환자’로 표현했습니다. 돈 조반니가 부르는 ‘포도주의 노래’나 ‘세레나데’는 쫓기는 듯하거나 너무 빨리 끝나버리며, 끝까지 그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부여받지 못합니다. 대신, 돈 조반니는 자신이 상대하는 나머지 인물들의 음악적 스타일에 매번 자신을 맞추어 변신하는 카멜레온입니다.


‘기사장 귀신’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들어가는 돈 조반니의 처절한 최후.

 

독일 연출가 페터 콘비츄니가 현대적으로 연출한 [돈 조반니]에서는 금빛 실내복 가운을 입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돈 조반니와 항상 반듯한 정장이나 제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그 밖의 인물들을 대비시켰습니다. 사회규범과 질서를 거부하고 ‘쾌락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주인공과 어떻게든 그를 길들이려는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대립을 상징한 것이죠. 이 공연에서 돈 조반니는 지옥에 떨어지는 대신, 정신병원에 실려가 희극적인 방식으로 거세된 뒤 양복 정장 차림의 평범한 남자로 변신하는,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끔찍한 벌’을 받았습니다. 건전한 상식을 지닌 사회와 그 틀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개인.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관객의 몫입니다.


 

 
추천 음반과 영상물 (돈 조반니-레포렐로-돈나 엘비라-돈나 안나-돈 오타비오-체를리나 순)

[음반] 에버하르트 베히터, 주세페 타데이,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존 서덜랜드, 루이지 알바, 그라치엘라 슈티 등,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1961년 녹음, EMI


[음반] 요하네스 바이써, 로렌초 레가초, 알렉산드라 펜다찬스카, 올가 파시츄니크, 케네스 타버, 임선혜 등, 르네 야콥스 지휘,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및 RIAS 캄머합창단, 2007년 녹음, 아르모니아 문디


[DVD] 로드니 길프리, 라즐로 폴가, 체칠리아 바르톨리, 이자벨 레이, 로베르토 사카, 릴리아나 니키테아누 등,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위르겐 플림 연출, 2001년 실황, 아트하우스

      
[DVD] 토머스 햄프슨,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멜라니 디너, 크리스티네 쉐퍼, 피오트르 베찰라, 이자벨 바이락다리안 등, 다니엘 하딩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마틴 쿠셰이 연출,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Decca(한글자막)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