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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펌] 네이버 물리산책 - 상대론 이해, 현대판 낙하실험

minjpm 2009. 5. 22. 15:37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떨어뜨려 두 물체가 무게와 관계없이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실제로 갈릴레이가 이런 실험을 했다는 주장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갈릴레이의 제자이며 전기 작가였던 비니아니라는 사람이 쓴 갈릴레이의 전기에 그런 실험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피사의 사탑 실험은 전기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했다고 전해지는 물체의 낙하실험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고대 과학을 완성시킨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떨어뜨리면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물, 불, 흙, 공기의 4 원소 중에서 흙이나 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물체는 우주의 중심으로 다가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무거운 물체일수록 그런 성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 없는 확실한 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 때문에 오랫동안 이런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공기의 마찰 때문에 무게가 다른 물체들이 다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처럼 관측되는 것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그러나 6세기에 비잔틴 학자였던 존 필로포누스(John Philoponus, 490-570)는 “같은 높이에서 무게가 많이 다른 두 물체를 낙하시켜보면 물체가 낙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물체의 무게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두 물체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다.” 고 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물체의 낙하 실험을 처음 행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던 스테빈(Simon Stevin, 1548/9-1620)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1586년에 “질량이 10배나 차이가 나는 납으로 된 두 개의 구를 30피트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리면 가벼운 구가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거운 구가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10배 길지 않다. 두 개의 구는 거의 동시에 떨어져 바닥에 닫는 소리가 거의 하나로 들린다.”라는 기록을 남겼다.

 

얼마 후 갈릴레이도 포탄과 총알을 떨어뜨리면 거의 동시에 땅에 떨어진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갈릴레이는 이것들을 피사의 사탑에서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한 '새로운 두 과학에 대한 대화'라는 책에서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된다는 것을 설명하기도 했다. 갈릴레이는 금, 납, 구리, 돌 등 다양한 물질로 만든 물체를 경사면을 통해 굴려 내리면서 낙하실험을 했으며 진자를 이용해서도 낙하실험을 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그는 만약 매질의 저항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모든 물체가 같은 속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낙하실험을 정밀하게 발전시켰다. 뉴턴(Isaac Newton, 1643-1727)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뉴턴은 갈릴레이의 진자 실험을 발전시켜 실험 오차를 0.1%까지 줄였다.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에오트보(Loránd Eötvös, 1848-1919)는 비틀림 저울을 이용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뉴턴의 진자보다 정밀도를 100만 배나 높여 오차를 109분의 5이내로 줄였다.

 

비틀림 저울을 이용한 방법은 지구상에서 행한 실험 중에서 가장 정밀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의 실험으로는 정밀한 결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더 정밀한 실험을 위해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도 오래 전부터 계속 되었다.



 

 

정밀한 실험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지만 1971년 아폴로 15호의 우주인이었던 스코트(Dave Scott)는 달 표면 위에서 망치와 깃털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어깨 높이에서 망치와 깃털을 떨어뜨렸고, 두 물체는 동시에 달 표면에 떨어졌다. 그러자 스코트는 “갈릴레이는 옳았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것은 실험이라기보다는 과학 쇼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폴로 우주선이 낙체 실험에 관한 쇼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설치해 놓은 거울에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실험을 통해 지구와 달이 1013 분의 3의 오차 한계 내에서 동일한 가속도를 가지고 태양을 돌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재는 더 정밀한 낙체 실험이 계획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팀과 국제 연구팀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위성(Satellite Test of the Equivalence Principle, STEP)을 쏘아 올려 위성 안에서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물체들을 낙하시키는 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실험오차는 1018 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확실한 것이 다 밝혀진 것 같은 물체의 낙하실험을 이렇게 정밀하게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물체 사이에는 질량의 곱에 비례하는 중력이 작용한다. 이것을 바꾸어 이야기 하면 질량은 중력에 비례한다고 할 수도 있다. 중력에 비례하는 이 양을 중력질량이라고 한다. 그런데 물체에 힘을 가할 때 발생하는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 다시 말해 질량이 크면 가속시키는데 더 큰 힘이 필요하고 질량이 작으면 가속시키는데 작은 힘이 필요하다. 이런 질량을 관성질량이라고 한다.

 

무게가 다른 물체가 같은 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두 질량이 같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현재까지도 물체의 낙하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두 질량이 정말로 같은 지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정밀한 실험을 하여 두 질량이 같다는 것이 밝혀졌으면 이제 두 질량은 정확하게 같은 것으로 결론 내려도 되지 않을까?


 

그럴 수 없는 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원리는 중력장과 가속계가 동일하다는 등가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같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반상대성이론은 모든 물체는 질량에 관계없이 같은 가속도를 가지고 떨어진다는 갈릴레이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같은지를 실험하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 가정이 옳은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15년에 제안된 일반상대성이론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되었다. 모든 실험결과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에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양자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표준모형과 같은 다른 물리학 이론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이론 중의 하나는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정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입자이론을 수정해야 할 지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만약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기반을 잃게 될 것이고, 따라서 뉴턴역학이 그랬던 것처럼 수정을 당해야 하는 운명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판 피사의 사탑 실험은 현대물리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당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실험이 고대과학을 무너뜨리고 근대과학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면 현대판 피사의 사탑 실험은 20세기 최고의 물리 이론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21세기 이론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제공할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