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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케스트라의 종류와 역사

minjpm 2009. 9. 18. 08:43

본문에 삽입되어 있는 샘플 음원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원문 링크로 가셔서 들어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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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현악기와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들을 모두 갖춘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만, 세상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이렇게 규모가 크고 많은 악기들로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오케스트라 중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것도 있고 악기구성이 조금 다른 것들도 있지요. 예를 들어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기본적인 현악기들에다 몇 가지 목관악기만 추가 편성된 ‘실내 오케스트라’도 있고,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현악 오케스트라’와 관악기들로 구성된 ‘관악 오케스트라’ 등등, 연주하는 작품의 편성에 따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도 달라집니다.

 

 

 

목관악기 수와 오케스트라의 규모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때때로 오케스트라의 사이즈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하게 해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2관 편성’이니 ‘3관 편성’이니 하는 말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이 말은 오케스트라의 목관악기군의 각 섹션별로 몇 대 씩 배치되어있는가에 따라 사용하는데요, 이를테면 플루트와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4부 구조로 이루어진 목관악기 군의 각 파트에 악기가 두 대씩 편성되었을 경우 ‘2관 편성’이라 하고 세 대씩 편성되었을 경우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라 합니다.


목관악기의 수가 오케스트라의 규모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지만, 매우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목관악기의 수는 다른 악기들의 수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예를 들어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인 경우 금관악기 중 호른의 수는 그 배수인 4대가 편성되는 경우가 많고 현악기군의 수는 제1바이올린이 12명, 제2바이올린 10명, 비올라는 8명, 첼로는 8명, 더블베이스는 4명 정도 편성했을 때 전체적으로 소리의 밸런스가 맞는 반면, 3관 편성일 때는 호른도 6대에 각 현악 섹션 별로 2~4명 정도 추가가 되어야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지요. 따라서 ‘2관 편성’이나 ‘3관 편성’이라는 말은 오케스트라 전체 구성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대강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관악기와 타악기의 종류와 수는 작곡가가 지정하기 때문에, 관현악곡의 연주에 필요한 정확한 인원을 산출해내려면 반드시 악보를 보아야 알 수가 있답니다.

 

 

 

오케스트라는 점점 더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내도록 변화해갔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의 편성은 왜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것일까요? 제일 큰 원인은 물론 작곡가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곡에 따라 악기의 종류와 수를 달리 편성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면 공공 연주회나 악기 개량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오케스트라의 크기나 소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17세기만 해도 오케스트라의 사이즈는 별로 크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8~15명 정도의 연주자들이 모여 왕궁이나 교회에서 연주하는 것이 고작이었죠. 당시의 음악회는 크기가 크지 않은 장소에서 소수의 왕족이나 귀족, 교회 행사 등에 맞추어 이루어지다보니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그렇게 클 필요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오케스트라 음향의 가능성을 알아본 몇몇 뛰어난 음악가들이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곡가로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는 오페라 [오르페오]의 초연 무대에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습니다. 1607년 [오르페오]의 초연 당시 출연한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34명이었고 사용된 악기의 종류도 14가지나 됐습니다. 오늘날 70명에서 100명에 이르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볼 때 34명은 그다지 많은 수가 아닌 것 같지만,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인원이었고 악기를 드라마틱하게 사용하는 기법도 놀라운 것이었지요.

 

 

 

17세기에는 몬테베르디의 오케스트라 외에도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프랑스 궁정에서 ‘태양왕’ 루이 14세를 모시던 궁정음악가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의 오케스트라입니다. ‘왕의 24대의 바이올린’이란 이름의 이 오케스트라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현악 위주의 오케스트라로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바이올린 가족의 악기들을 중심으로 하는 악단이지요. 륄리의 ‘왕의 24대의 바이올린’으로 동질적인 음색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통일감 있고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는지를 입증해보였습니다. 륄리의 오케스트라는 오늘날의 오케스트라 현악기군이 현악5부 편성(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으로 대 편성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기초가 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도 현악 오케스트라를 좋아했습니다. 비발디의 그 유명한 [사계]를 비롯한 수많은 바이올린 협주곡들은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연주되는데요, 오로지 현악기로만 연주되는데도 대편성 관현악단 못지않은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이지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3악장을 들어보면 꽁꽁 얼어버린 빙판길을 걷다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현악 오케스트라로 아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곡명  
비발디 [사계] 겨울 3악장 (Cantelli, 1950, TESTAMENT) 듣기

 

 

작곡가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도 현악 오케스트라를 좋아했지만 야외 음악회를 할 때는 관악기를 많이 편성해서 엄청난 음향의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국왕 조지 2세의 의뢰로 아헨 강화기념을 위해 작곡된 [왕궁의 불꽃놀이]가 대표적인 작품이지요.

 

그러나 헨델이 활동하던 18세기 전반기에 이런 대형 오케스트라는 결코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전형적인 오케스트라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관현악 모음곡]을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군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기본적으로 현악기군을 바탕으로 하기는 하지만 오보에와 바순, 트럼펫, 팀파니 등이 추가되어, 현악기과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를 모두 갖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초기 형태를 보여줍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도입부] (Lehmann, 1952, Archiv) 듣기
2 바흐 [관현악 조곡] 3번3악장 (Knappertsbusch, 1944, TAHRA) 듣기

 

 

다만 오늘날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규모가 좀 작다는 것과, 쳄발로 같은 건반악기가 꼭 들어간다는 겁니다. 쳄발로(Cembalo) 혹은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 부르는 건반악기는 18세기 전반기까지 자주 사용됐던 건반악기인데 챙챙거리는 소리가 아주 인상적이지요. 당시의 오케스트라에서 쳄발로 주자는 지휘자의 역할도 겸했다고 하는군요.


 

 

  

오케스트라가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18세기 중반부터다


바흐가 활동했던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오케스트라는 오늘날과 같은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어느 정도의 체계를 갖추고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기악곡이 유행하고 공공 연주회가 자주 열리기 시작한 18세기 중반 이후 부터라고 할 수 있지요. 18세기 후반에 작곡된 교향곡의 편성을 보면 오늘날처럼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섹션에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더해진 현악기군이 오케스트라의 기본 골격으로 자리 잡고 여기에 두 대의 호른과 두 대의 오보에 또는 두 대의 플루트, 바순 등이 더해지면서 오케스트라는 크게 현악기군과 관악기군으로 구별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곡에 따라서는 팀파니나 기타 타악기들이 들어가기도 했지요.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이 남긴 100여 곡의 교향곡들을 시대 순으로 살펴보면 당시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모해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760~70년대에 하이든이 자신의 고용주인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을 위해 교향곡을 연주할 때만해도 오케스트라 연주인원은 24명을 넘지 않을 정도로 소규모였습니다. 하지만 하이든이 1790년대에 런던의 대규모 청중을 위한 12곡의 런던 교향곡을 시리즈를 선보일 당시에는 60명이나 되는 연주자들이 참여했으니 에스테르하지 시절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당시 하이든의 교향곡이 연주된 런던의 하노버 스퀘어 룸의 하루 평균 청중의 수가 900여명에 달했고 청중이 많이 올 때는 1500명까지 몰려서 청중의 규모에 걸맞게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더욱 화려하고 웅장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편성을 확대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런던의 청중들이 매우 좋아했던 하이든의 교향곡 100번 [군대] 중 2악장을 들어보면 군인들의 진격과 전쟁의 포화소리가 대편성 오케스트라 소리로 아주 실감나게 묘사됩니다.

 

곡명  
하이든 [교향곡 100번] 2악장 (Scherchen, 1950, DG) 듣기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역시 1781년에 열린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 좀 더 웅장한 사운드를 위해 바이올린 주자만 40명에 비올라 주자 10명, 첼로 8명, 더블베이스 10명을 포함해 총 80명의 연주자들을 교향곡 연주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오케스트라를 기준으로 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이지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계보를 잇는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완벽한 2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편성을 선보입니다. 현악기군은 물론이고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은 각각 두 대씩 배치하고 금관악기로는 호른과 트럼펫을, 타악기로는 팀파니를 편성했지요. 베토벤이 완성한 9개의 교향곡들이 아직까지 음악회의 인기 레퍼토리로 자주 연주되는 까닭은, 아마도 꽉 찬 편성으로 된 베토벤의 관현악이 오케스트라의 힘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시작으로 대표적인 관현악 명곡들을 살펴보며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음향을 탐구해볼까 합니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