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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좀에 관하여

minjpm 2009. 9. 28. 08:34

무좀은 참 성가신 질병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속하진 않지만 그로 인한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다, 자기가 잘 안 씻어서 걸린 것 같아 일말의 죄책감까지 느껴야 한다. 남이 알면 동정은 커녕 “더럽다”고 외면할까 두려워 혼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간지러움을 참아야 하는 무서운 병, 그게 바로 무좀이다.


“오래전부터 무좀을 앓아왔는데 잘 낫지가 않네요. 가렵고 각질이 생기고 갈라지고 수포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생겼습니다. 발톱무좀까지 앓고 있는데, 이젠 그만 보내버리고 싶어요.” 나 역시 무좀을 몇 번 앓아 봤기에 이분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잠시도 괴로운데 오랫동안 무좀을 앓고 있다면 얼마나 보내버리고 싶을까?

 

 

무좀은 곰팡이가 피부에 감염된 병, '백선'의 일종이다

백선(Tinea)’이란 병이 있다. 피부사상균(dermatophytes)란 곰팡이에 의해 피부에 감염이 일어난 상태를 말한다. 이 피부사상균은 각질을 용해시킬 수 있는 효소(keratinase)를 가지고 있어 각질을 영양분으로 삼아 생활하는데, 세계적으로 42종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만도 11종에 달한다. 그 중 트리코피톤 루브럼(Trichophyton rubrum)이라는 종이 무좀의 대부분을 일으킨다는 것만 알아두자.

 

백선은 발생부위에 따라 분류하는데, 머리에 감염되면 머리백선, 사지나 몸에 생기면 몸백선, 발에 생기면 발백선, 손톱과 발톱에 생기면 손발톱백선이라 부른다. 그밖에 다른 부위에도 백선이 생길 수 있는데, 심지어 수염백선도 있다. 이 중 발백선은 전체의 33-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백선이다. 이 발백선을 영어로는 ‘육상선수의 발(athlete's foot)', 우리말로는 ’무좀‘이라 한다.


 

 

무좀은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무좀은 어른에서 많고, 어린이에선 드물다. 지저분한 병이라는 인식과 달리 과거에는 발생빈도가 낮았지만 위생상태가 좋아진 요즘 들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두와 양말을 신고 생활하면 발에 있는 물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그에 따라 곰팡이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다. 그래서 무좀은 한번 걸렸다 하면 양쪽 발을 동시에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 사람들의 15% 정도가 무좀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거기 속한다고 치면 지금도 6-7명당 한 명은 몰래 발가락을 책상다리에 비비고 있다는 거다. 무좀은 어떻게 걸릴까? 습기찬 곳을 사람들이 맨발로 걸어야 하는 곳에서 걸린다. 목욕탕이나 수영장, 라커룸 등이 무좀균이 좋아하는 장소다. 당연히 여름에 더 많으며, 환자한테서 떨어져 나온, 인설이라는 비듬 비슷한 물질을 통해 발에서 발로 전파된다. 그렇게 떨어진 무좀균의 포자는 12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니 맨발을 너무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것도 물론 개인차가 있어, 같은 샤워실을 썼다고 해도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무좀에는 3가지 종류의 증상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발가락 사이의 무좀


임상 양상에 따라 지간형, 소수포형, 각화형으로 구분한다. 가장 흔한 게 지간형으로 4번째 발가락과 5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그 다음에 잘 생기는 곳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이다. 왜 하필 여기일까? 엄지와 둘째 사이와 달리 이 부위는 발가락 사이의 틈이 없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기가 잘 발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은 간지러움이 심하고 피부가 희게 짓무르는 것. 피부가 습기에 불어 하얗게 되는 건데, 세균감염이 동반되면 통증과 함께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소수포형은 작은 수포가 발바닥의 중간 부위나 발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겨나고, 소수포가 형성될 때 가려움증이 심하다. 각화형은 발바닥 전체에 걸쳐 각질이 두꺼워지고 긁으면 고운 가루처럼 떨어지는데, 가려움증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치료에 잘 안들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수가 많다. 떨어진 각질 조각에는 무좀균이 득실대니 주위에 이런 분이 있다면 경계하는 게 좋다.

 

 

발이 가렵다고 다 무좀은 아니다, 약이 안 들으면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

발에 병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무좀은 아니다. 그러니 먼저 곰팡이에 대한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해야 하는데, 이게 바로 KOH 검사다. KOH 용액은 각질의 단백질, 지방 등을 녹여버리지만 곰팡이균의 세포막은 녹이지 못하므로 무좀이 의심되는 조직을 긁어서 슬라이드에 놓고 KOH 용액을 떨어뜨리면 현미경에서 곰팡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무좀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린 뒤 약국에 가서 무좀약을 사서 바른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접촉피부염, 칸디다증, 농포성 건선 등도 무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으니 약에 듣지 않는 경우엔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무좀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치료가 된다

항곰팡이 제재를 하루 두 번씩 병변과 그 주변부에 발라주는 것이 일차적 치료다. 이런 약들은 무좀균이 세포막을 못 만들게 함으로써 효과를 내는데, 1-2주 정도 발라주면 된다. 애석하게도 시중에 나와 있는 무좀약이 모두에게 잘 듣는 건 아니어서, 비교적 효능이 좋은 염산테르비나핀계 치료제의 경우에도 치료 성공률이 7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게다가 당장은 나았다 해도 나중에 재발하는 경우도 잦다. 오죽하면 피부과학 책에 “반복된 감염으로 인해 무좀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써 놓았겠는가? 국소적인 치료가 실패하거나 무좀이 만성화된 경우 먹는 약을 써야 한다. 요즘은 반복된 재감염이 가족 내에서 전파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가족 전부를 치료하는 걸 권장하는 추세다. 치료 후 발을 항상 깨끗하게 씻고, 씻은 후에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가족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의 양말이나 발수건을 항상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약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 식초와 소주를 혼합한 용액에 발을 담갔던 사람도 있는데, 그런 행동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무좀은 치료가 되는 병이며, 초기 치료를 제대로 하고 발을 잘 말리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으니, 식초에 의지하는 건 웬만하면 하지 말자.

 


발가락양말을 비웃지 말자

무좀 하면 발가락양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발가락양말이 “이미 걸린 무좀을 치료해 주지는 못하지만 발가락 사이의 습기를 제거해 줌으로써 무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연구한 사람은 아직 없는 듯하다.

 

“버선을 신으면 전파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일본 논문은 있지만, 치료나 예방에 발가락양말을 언급한 문헌은 찾지 못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한 듯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발가락양말을 신은 사람을 보고 웃지는 말자. 우리가 그 사람의 무좀에 대해 뭘 알겠는가?


 

 

무좀, 방치하지 말고 빨리 치료하자

무좀을 장기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발톱에까지 무좀이 생길 수가 있다. 이건 발톱색깔이 변하며 광택도 잃고, 심한 경우 발톱이 박리되거나 부스러져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발톱무좀에 걸리면 무좀약을 3개월에서 1년까지 먹어야 할 정도로 고생을 하니, 발톱을 소중히 보존하기 위해 애초부터 무좀 치료를 잘하자. 거듭 말하지만 무좀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며, 치료가 안 되는 병도 아니니까.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1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