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가 가난의 밑바닥을 몸부림치며 허덕이다 죽은 지 6년 뒤인 1797년에 빈에서 슈베르트는 태어났다. 그의 일생 역시 모짜르트와 다름없는 가난과의 싸움이었다.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하여 돈이 들지 않는 콘비크트 국립학교에 들어가 급비생이 되었다. 콘비크트는 궁정소년 합창단(빈 소년 합창단의 전신)의 단원을 양성하는 학교였다. 그 후 변성기를 맞이하여 더 이상 합창단원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된 슈베르트는 아버지가 교장직에 있는 빈 변두리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리 교사로 한동안 근무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친구 집을 떠돌며 작곡에만 몰두했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이 진하게 고여있는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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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감상 – [안녕히 주무세요] 일부 / 페터 안더스[테너] (1945, D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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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감상 – [얼어붙음] 일부 / 페터 안더스[테너] (1945, D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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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감상 – [보리수] 일부 / 페터 안더스[테너] (1945, D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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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감상 – [우편마차] 일부 / 페터 안더스[테너] (1945, DG)
14. 백발 (Der greise Kopf) 15. 까마귀 (Die Krähe) 16. 마지막 희망 (Letzte Hoffnung) 17. 마을에서 (Im Dorfe) 18. 폭풍의 아침 (Der stürmische Morgen) 19. 환상 (Täuschung) 20. 푯말 (Der wegweiser) 21. 숙소 (Das Wirthaus) 22. 용기 (Mut!) 23. 환영의 태양 (Die Nebensonnen) 24.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
서리 맞은 머리가 하얗게 백발 노인처럼 보여 오히려 잘 되었다고 좋아하지만 머지않아 서리가 녹아 버리고 검은 머리로 돌아오면 괴로움은 더 커진다. “서리가 내 머리에 흠뻑 내려 백발을 만들었다, 나는 노인이 되었다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허나 어느덧 다 녹아 버리고 본래의 검은 머리로 돌아왔다. 젊음이 나를 괴롭힌다, 아직 무덤까지는 얼마나 먼가! ……”
까마귀의 단조롭고 을씨년스러운 비상은 청년의 불길한 운명을 상징한다. “그 거리를 떠날 때부터 줄곧 한 마리 까마귀가 나를 따라온다. 언제나 떠나지 않고 내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까마귀여, 괴이한 까마귀여, 나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가? 머지않아 네 먹이로 내 송장을 뜯고 싶은가? 그래, 지친 나그네 길도 그리 오래 가지 않으리니, 까마귀여, 끝까지 따라와 내 마지막 날 무덤에서 너를 보게 해다오.”
바람 속에 떨고있는 마지막 나무 잎새. 음악적 묘사가 감동적이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단풍 든 잎이 남아 있다. 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희망을 걸고 잎사귀 하나를 지켜본다. 바람이 찾아와 그 잎과 노닐면 나는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떤다. 아, 그 잎이 땅 위에 낙엽지면 내 희망도 따라 떨어진다. 나 또한 대지에 몸을 던져 희망의 무덤에서 운다.”
한밤중에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는 마을 앞을 지나가는 청년의 고독한 모습이 ‘안녕히 주무세요’의 가락과 겹친다. “개가 짖고 사슬이 울린다. 사람들은 모두 잠자리에 든 채, 평소 지니지 못한 갖가지 것을 꿈꾼 뒤, 좋건 싫건 원기를 되찾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모두 사라진다. 이제 그들은 분수껏 즐기고 나머지 소망은 잠자리 속에서 찾기 바란다. 잠 이룰 줄 모르는 개여, 나를 짖어 내쫓으라! 이 잠의 시간에 나를 쉬지 못하게 해다오. 온갖 꿈을 다 꾸어 본 내가 잠든 사람들 틈에서 무슨 볼일이 있겠는가?”
폭풍이 휘몰아치는 아침의 흉흉한 풍경은 청년의 덧없는 반항을 나타낸다. “폭풍이 하늘의 휘장을 사납게 찢어발기는 모습을 보라! 힘없이 버둥대며 구름이 펄럭인다. 구름을 뚫고 빨간 불길이 번뜩인다. 이야말로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아침이라 부르리라! 내 마음은 하늘에 그린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 – 그것은 차갑고 거친 겨울의 모습일 뿐이다.”
‘도깨비 불’과 비슷하며 현실에 대한 절망은 마약처럼 환상을 불러낸다. “친숙한 한 줄기 빛이 내 앞에서 춤을 춘다. 그 빛을 여기저기 뒤쫓는다. 기꺼이 지켜보며 뒤따르다 문득 깨닫는다, 빛이 방황자를 현혹하고 있음을. 아, 나처럼 비참한 자는 그 즐거운 (빛의) 환상에 기꺼이 순응한다. 얼음과 밤과 공포 저편에 즐겁고 따뜻한 집을 보여준다. 거기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 – 거짓 환상만이 내 유일한 차지이다!”
보행 리듬이 죽음의 길을 향하는 어두운 발길을 연상시킨다. “어째서 나는 다른 나그네들이 택하는 길을 피해, 눈 덮인 바위 산의 은밀한 오솔길을 찾는가? …… 푯말이 거리의 방향을 가리키며 길가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끝없이 방황을 계속한다. 휴식처를 찾아 쉴 사이 없이. 문득 내 눈앞에 꼿꼿이 서 있는 푯말을 하나 본다. 거기 내가 가야할 길이 있다, 누구 하나 돌아온 사람이 없는 그 길이 …… .”
‘숙소’는 무덤을 가리킨다. 괴로운 현실에 비해 얼마나 아늑한 안식처인가! 그러나 그 안식처도 그를 순순히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길이 나를 무덤으로 이끌어 갔다. 여기 머물러야 겠다고 홀로 마음 속에 생각했다. 초록빛 조화는 지친 나그네를 차가운 여관으로 인도하는 간판인 셈이다. 허나 나는 지쳐 쓰러져 죽을 지경이건만, 이 여관에는 남은 방이 없단 말인가? 오 무정한 주인이여, 나를 거절하는가? 그럼 다시 길을 떠나야지, 나를 더욱 멀리 이끌고 가 다오, 충직한 내 지팡이여!”
청년은 살아갈 기력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나, 곡의 장조와 단조의 교체가 마음의 불안을 드러내고 만다. “눈이 얼굴에 불어 닥치면, 나는 그것을 쓸어 내겠다. 가슴 속에서 마음이 무엇인가를 알리면, 밝고 유쾌하게 노래하리라. 마음이 말하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 나는 두 귀를 막고 있으련다. 마음이 뇌까리는 탄식을 아랑곳하지 않겠다, 탄식은 어리석은 자나 하는 짓이니까. 기꺼이 이 세상에 뛰어들어, 온갖 비바람에 맞서리라! 이 땅 위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다면, 우리 자신이 하느님이 되어야지.”
삶의 마지막 언덕을 넘어갈 때 비쳐드는 듯한 아련한 빛의 따뜻함과 죽음에 대한 친밀감이 자욱이 감돈다. “나는 하늘에 뜬 세 개의 태양을 보았다, 오랜 동안 지그시 지켜보았다. 그들도 그 자리에 꼼짝 않고 머문 채, 마치 내게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대로 있었다. 야, 너희는 나의 태양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비춰 주렴! 얼마 전까지 나도 세 개의 태양을 지니고 있었다, 가장 좋은 두 개는 이미 저물어 버렸다. 저 세 번째 태양마저 뒤따라 사라져 준다면! 차라리 어둠 속이 내게는 훨씬 편하련만 …… .”
늙은 악사가 연주하는 라이어는 깊은 삶의 우수와 체념을 울려주고 있다. 가눌 길 없는 절망의 막바지에서 늙은 악사와 청년의 허무감은 드디어 하나가 되어 지친 자들의 새로운 생에 대한 동경과 공감의 세계를 발견한다. “마을 저편 어귀에 라이어를 켜는 사람이 서 있다. 언 손가락으로 열심히 라이어를 돌리고 있다. 얼음 위를 맨발로 이곳저곳 비틀거리며 찾아다니고 있으나, 그의 작은 접시는 빈 채로 있다. 누구 하나 들으려 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저 노인 둘레에서는 개만 으르렁거릴 뿐이다. 허나 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에 맡긴 채, 라이어를 돌린다, 결코 멈추는 일 없이. 야릇한 노인이여,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제 노래에 맞추어 라이어를 돌려 주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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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감상 – [거리의 악사] 일부 / 페터 안더스[테너] (1945, DG)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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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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