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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minjpm 2009. 11. 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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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인 동시에 음악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환상 교향곡]은 표제적 성격이 짙은 곡으로 그의 독창적인 작풍을 나타내고 있는 곡이다. 특히 ‘고정 악상’(idée fixe)이라는 ‘고정된 관념을 나타내는 선율’이라는 착상을 통해 표제음악 분야를 개척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이 교향곡에서 전대미문의 다채로운 관현악법으로 낭만주의의 음악어법을 혁신시켰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의 송가’로부터 표제적인 성격을 받아 들여 교향곡에 내러티브(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작곡가로 서양 음악사에 기록됐다.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인 스미드슨을 상징하는 일정한 가락을 만들어 각 악장마다 알맞게 배치하고, 리듬과 악기를 변화시켜 사용한 베를리오즈의 작곡 기법은 후에 리스트나 바그너와 같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베토벤의 시대와 같은 2관 편성이나, 표현의 필요성에 따라 기형적이거나 변칙적인 방법을 대담하게 사용하고 있다.

 

 

 

 

운명적 만남의 여인이 베를리오즈의 가슴을 꿰뚫다


여기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다 음악으로 진로를 바꾼 한 남자가 있다. 작곡가의 등용문인 ‘로마 대상(Prix de Rome)’을 목표로 작곡에 전념하고 있다. ‘로마 대상’은 파리 음악원을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을 로마의 빌라 메디치에 3년간 국비유학 보내는 제도로, 이탈리아의 풍물을 보며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혜택이 주어지는 상이다. 그러나 1827년, 운명적 만남이 남자의 가슴을 꿰뚫는다.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프랑스 파리 공연에 동참한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해리엣 스미드슨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녀가 연기한 오필리어와 줄리엣 역에 완전히 빠져버린 남자는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인기 여배우가 무명의 작곡가를 거들떠보기나 할 것인가. 1828년, 남자는 연주회를 열어 스미드슨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그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말이다. 그렇다. 눈물을 삼킨 이 사나이가 바로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다.

 

 

 

실연, 죽음과 맞닿은 환각의 추억


실연을 겪어본 남자라면 공감하겠지만 그 미칠 듯한 비애와 버림받은 듯한 소외감 속에서 베를리오즈가 쓴 곡이 바로 [환상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어떤 예술가의 생활 에피소드]라고 하는 2부작 중의 제1부에 해당하는 곡으로 ‘5부로 된 환상 대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머지 2부에 해당하는 곡은 서정적 독백극 [렐리오, 생에의 복귀 Op. 14b](1832년 작)이다. [환상 교향곡]은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악장별로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악장 - 꿈, 정열
한 저명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 상상 속에서 ‘정열의 파도’라는 마음의 병에 걸린 한 젊은 음악가가 마음 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여성을 만나고 곧 무서운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미지가 하나의 악상과 결합되어 그의 마음 속에 파고 들어온다. 음악가는 그 악상이 가진 정열적이지만 기품있고 내성적인 특성이 여자의 성격과 같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선율과 여인의 모습이 이중의 ‘고정 악상’으로서 등장하며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닌다. 1악장은 우울한 몽상 상태에서 환각적인 정열에 이르기까지 분노와 질투, 마음의 평안과 눈물, 종교적인 위안이 뒤섞여 있다.

 

no 아티스트/연주  
1 1분감상 - 1악장 시작 부분 / 샤를 뮌슈[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1954, RCA) 듣기

 

 

2악장 - 무도회
음악가는 자신이 인생의 가장 복잡한 시절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축제의 소용돌이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전원의 평안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에서도 들에서도 어디를 가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의 앞에 나타나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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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분감상 - 2악장 도입부 / 샤를 뮌슈[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1954, RCA) 듣기

 

 

3악장 - 들 풍경
시골의 어느 날 저녁, 멀리서 두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가 들린다. 이 목가적 이중주, 미풍으로 조용히 살랑이는 나무들의 속삭임, 최근에 발견한 희망의 싹, 이러한 모든 것이 합쳐서 그의 마음을 이상하게 평온하게 하고 마음 속의 생각을 밝게 물들인다. 그는 스스로의 고독을 다시 생각하며 이제는 고독을 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모른다고 배신한다면 어쩌지……’ 이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기분, 어두운 예감으로 어지럽혀지는 이러한 행복의 사념이 아다지오 악장의 주제가 되어 나타난다. 마지막에 목동 중 한 사람이 다시 피리를 부는데 상대는 여기에 대답하지 않는다. 멀리서 천둥소리 …… 고독 …… 그리고 정적.

 

no 아티스트/연주  
1 1분감상 - 3악장 도입부 / 샤를 뮌슈[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1954, RCA) 듣기

 

 

4악장 - 단두대로의 행진
사랑이 거절되었음을 확인한 작곡가는 마약으로 음독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치사량에는 이르지 못하고 무서운 환상을 수반한 깊은 잠 속으로 떨어진다. 그는 애인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 받아 단두대로 연행되고, 자신의 처형 장면을 목격하는 꿈을 꾼다. 때로는 음울하고 거칠며, 때로는 당당하고 밝은 행진곡 리듬에 맞추어 처형자들이 행진하고,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엄청난 소란을 타고 계속된다. 행진 끝에 ‘고정 악상’을 나타내는 4개의 소절이 사랑의 마지막 추억처럼 다시 나타나는데 오케스트라의 결정적인 일격으로 단번에 지워져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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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분감상 - 4악장 행진 부분 / 샤를 뮌슈[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1954, RCA) 듣기

 

 

5악장 - 마녀들의 밤의 향연과 꿈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서 유령, 마술사, 마녀, 그밖에 갖가지 요괴들이 모였다. 작곡가는 그 무리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자신을 본다. 야릇한 소리, 신음, 오싹하는 웃음,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다른 고함소리가 서로 호응하는 듯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선율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것은 고귀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것은 이제 야비한 선율에 불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변해 버렸다. 그녀가 이 밤의 향연에 찾아온다. 그녀가 도착하자 환희에 들뜬 요괴들……. 그녀는 악마적이고 기괴한 밤의 향연에 동참한다. 장례를 알리는 종소리는 그레고리안 성가 중 ‘분노의 날’(Dies Irae)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것이다. 마녀들의 향연, 돌고 도는 윤무는 ‘분노의 날’과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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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분감상 - 5악장 부분 / 샤를 뮌슈[지휘] /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1954, RCA) 듣기

 

 

 

로마 대상 수상과 해리엇 스미드슨과의 결혼

베를리오즈는 드디어 로마 대상을 수상했고 우여곡절 끝에 1833년 해리엣 스미드슨과 결혼한다. 베를리오즈의 부모는 이 결혼을 결사 반대했는데 스미드슨이 10년 연상이기 때문이었다. 결혼식 날엔 프란츠 리스트가 입회인으로 참석했다. 위에 언급한 [환상 교향곡]의 속편 [렐리오, 생활로의 복귀]는 1832년 스미드슨과 재회한 해에 작곡되었다. 그토록 죽음과 맞닿은 실연의 아픔을 딛고 결합했건만, 베를리오즈와 스미드슨 사이의 작은 틈은 점차 벌어진다. 결혼 10년 만에 별거에 들어가고, 베를리오즈는 애인인 여가수 마리아 레치오와 지내게 된다.

 

1854년, 4년 전부터 전신마비 상태였던 스미드슨은 숨을 거둔다. 아내의 임종을 지켰던 베를리오즈는 마리아와 재혼한다. 그 마리아도 결혼 8년만에 세상을 떠난다. 스미드슨 사후 10년, 베를리오즈는 그녀의 묘를 두 번째 부인 마리아의 묘에 이장했다. 두 아내가 잠든 묘지에서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죽음을 강하게 예감한다. [환상 교향곡]을 낳은 남자의 사랑은 그렇게 최후를 맞았다.


 

 

 

류태형 / 전 [객석] 편집장, 음악 컬럼니스트
전 객석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음악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신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 퀴즈] 코너로 매일 아침 청취자들과 만나고 있다.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1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