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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협주곡이란 무엇인가?

minjpm 2009. 11. 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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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현악곡 중에서도 ‘협주곡’은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여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음악입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비발디의 [사계]도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협연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에 속합니다. 협주곡에선 독주악기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곡명이 달라지는데요, 이를테면 비발디의 [사계]처럼 독주악기가 바이올린이면 ‘바이올린 협주곡’이고, 독주악기가 피아노면 ‘피아노 협주곡’ 첼로면 ‘첼로 협주곡’이 되는 식이지요. 협주곡은 원어로는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하는데, 그 어원이 되는 라틴어의 ‘콘체르타레’(conertare)라는 말 속에는 ‘경쟁하다’는 뜻과 ‘협력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경쟁과 협력. 하나의 단어에 서로 반대되는 뜻이 모두 포함된 것이 조금은 이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듯이 협주곡 속의 독주자와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경쟁은 음악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협력자와 같은 관계가 되는데, 경쟁과 협력은 어쩌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활동인지도 모릅니다. 협주곡에서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경쟁과 협력은 음악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음악을 더욱 생기 있게 해줍니다.

 

 

 

 

협주곡 중에서는 독주자가 여러 명인 경우도 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협주곡이란 말은 종교적인 성악곡에 사용되곤 했지만 18세기 초부터는 비발디의 [사계]처럼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기악곡을 협주곡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의 협주곡 중에는 독주자가 여러 명인 경우도 많은데 이런 협주곡을 ‘합주 협주곡’이라 부릅니다. 합주 협주곡에선 독주자가 여러 명이다 보니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아닌 독주그룹과 합주그룹이 서로 대비가 되지요. 이런 유형의 협주곡 가운데 유명한 곡으로 이탈리아의 작곡가 코렐리(1653~1713)의 [크리스마스 협주곡]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아르칸젤로 코렐리는 주로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12곡의 합주 협주곡을 비롯한 많은 명곡들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를 위해 작곡된 [크리스마스 협주곡]이 유명합니다. 전 악장 가운데서 마지막 5악장이 양치기의 음악인 ‘파스토랄’로 되어 있어 흥미로운데요, 코렐리는 예수 탄생 즈음 양치기들이 양을 치고 있었다는 성경의 내용을 재현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협주곡’ 마지막에 파스토랄이란 음악을 써넣었답니다. 그럼 코렐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을 잠시 들어볼까요? 들으시는 음악은 [크리스마스 협주곡] 4악장 도입부인데요, 독주그룹과 합주그룹이 주고받는 음악적 대화가 참 정겨운 느낌을 주는군요.

 

no 아티스트/연주  
1 [크리스마스 협주곡] 4악장 도입부 / 귀도 칸텔리 [지휘] (1950, Testament) 듣기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도 역시 코렐리의 음악과 비슷한 합주협 주곡을 작곡했는데요, 그 대표적인 작품이 총 6곡으로 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입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엔 독주 그룹에 관악기들도 종종 등장해서 음향이 더욱 다채롭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중 2명의 플루트 연주자와 1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독주자로 나오는 제4번 1악장은 화창하고 맑은 플루트의 음색과 현악이 어우러져서 즐거운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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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 1악장 도입부 / 파블로 카잘스 [지휘] (1950, SONY) 듣기

 

 

 

카덴차는 독주자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시간


세월이 흐르면서 협주곡에서 독주자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18세기 후반의 협주곡에선 독주자가 한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독주 부분도 점점 연주하기 까다롭고 화려해졌습니다. 또 협주곡에는 독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곤 하는데요, 이런 부분을 ‘카덴차’(cadenza)라 합니다. ‘카덴차’란 말은 본래 음악이 끝난다는 뜻의 ‘종지’(終止)를 가리키는 이태리어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모두 멈추고 독주자 혼자서 기량을 뽐내는 부분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독주자의 기량을 과시하는 부분이 협주곡의 한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나오기 때문에, 끝난다는 뜻의 ‘카덴차’란 말이 독주자 혼자 연주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변한 모양입니다.


카덴차는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이니 만큼 예전에는 독주자가 직접 작곡해서 연주하기도 했는데요,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분리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작곡가가 카덴차를 작곡해주기도 했습니다. 협주곡에 따라서는 카덴차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협주곡에서는 카덴차를 들을 수 있지요. 그럼 잠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의 1악장의 카덴차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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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1악장 카덴차 /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1958, EMI) 듣기

 

 

 

압도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1악장 - 독주자의 위풍당당한 등장

협주곡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독주자가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제법 긴 서주를 연주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협주곡의 스타인 독주자를 소개하는 시간과 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협주곡에선 오케스트라의 소개가 생략된 채 독주자가 곧바로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의 협주곡은 종종 압도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 5번]입니다. ‘황제’라는 부제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에 한 프랑스 장교가 “마치 황제처럼 위풍당당하다”라고 말해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들 하는데요, 아마도 협주곡의 1악장이 시작되자마자 오케스트라의 소개도 없이 곧바로 등장하는 독주 피아노의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 때문에 그런 느낌을 주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의 당당한 도입부를 한번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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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제] 1악장 도입부 / 발터 기제킹[피아노] (1951, Philips) 듣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많은 느린 템포의 2악장

지금 들으신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 1악장에서는 먼저 당당한 피아노의 서주가 끝나면 오케스트라가 다소 빠른 템포로 멋진 연주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음악이 전개됩니다. 이렇게 협주곡의 1악장은 대개 빠른 템포로 되어있는 것이 보통이지요. 하지만 1악장 다음에 연주되는 2악장은 템포가 느리고 서정적인 것이 특징인데요, 느린 2악장은 길이도 짧아서 마치 빠른 1악장과 3악장 사이의 간주곡처럼 사랑스러운 음악입니다. 협주곡의 2악장 중에는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의 2악장은 꼭 들어보시길 권하고 싶군요. 이 곡은 정말 로맨틱한 음악의 극치라 할 만큼 약간은 감상적이면서도 매우 시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 어쩐지 첫사랑의 애틋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쇼팽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쇼팽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이 협주곡을 작곡할 당시 첫사랑의 연인 콘스탄차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내 이상형을 만났다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못하고 벌써 6개월간 끙끙 앓고 있지. 나는 종종 그녀의 꿈을 꾸곤 하는데, 나의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 악장도 그녀를 상상하면서 작곡했다네.”

 

여기서 쇼팽이 언급한 아다지오(Adagio, 느리게) 악장이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입니다. 꿈속에서도 콘스탄차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며 작곡한 이 곡은 얼마나 감미로운 음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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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도입부 / 알프레드 코르토[피아노] (1935, EMI) 듣기

 

 

 

협주곡의 3악장의 대개 ‘론도 형식’을 취한다

꿈결같이 아름다운 2악장이 끝나면 빠르고 경쾌한 3악장이 협주곡의 결말을 멋지게 장식합니다. 대개 3악장은 ‘론도’(Rondo)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이것은 처음에 나왔던 주제로 자꾸만 되돌아가는 음악입니다. 론도 주제를 A라고 한다면 ‘ABACAD……’ 등으로 익숙한 론도 주제 사이에 새로운 음악이 끼어들어가는 식이지요. 익숙한 멜로디와 참신한 멜로디가 교대로 나오기 때문에 론도 형식의 음악은 듣는 이에게 다양성과 통일성을 느끼게 합니다. 유명한 협주곡 가운데 전형적인 론도 형식의 3악장으로 된 작품으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꼽을 수 있습니다. 3악장이 시작되자마자 독주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론도 주제는 발랄하면서도 경쾌해서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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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 도입부 /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1954, EMI) 듣기

 

 

베토벤 이후 19세기에 접어들면서 협주곡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4악장짜리 협주곡도 나타나고, 모든 악장이 휴식 없이 계속 연주되는 협주곡이 작곡되는가 하면, 독주자의 기교가 지나치게 강조된 협주곡이나 혹은 교향곡처럼 오케스트라가 큰 역할을 하는 협주곡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협주곡이든 협주곡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음악적 긴장감을 쌓아가는 흥미진진한 음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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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규 / 음악 평론가 ,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1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