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는 베토벤에 이후에 위대한 교향곡을 쓴 작곡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자. 다음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9번 그레이트] D(도이치 번호)944의 악장들이다.
1악장 안단테 ;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안단테는 이미 언급했듯 ‘느리게’, 그리고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는 ‘빠르지만 지나치게 빨라선 안 된다’는 뜻이다.
2악장 안단테 콘 모토(Andante con moto) ‘운명’ 2악장과 같은 뜻이다.
3악장 스케르초 : 알레그로 비바체(Scherzo : Allegro vivace) 스케르초(Scherzo)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이고 분방한’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알레그로 비바체(Allegro vivace)는 ‘빠르고 생기있게’ 연주하란 뜻이다.
4악장 피날레 : 알레그로 비바체(Finale : Allegro vivace) 피날레(Finale)는 음악에서 한 악장의 마지막에 붙는 ‘종곡’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작곡가는 역시 베토벤의 후계자로 불린 요하네스 브람스이다.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대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잇는,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브람스의 음악은 북독일 출신답게 우리나라 늦가을과 초겨울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다음은 브람스 [교향곡 1번] Op.68의 악장들이다.
1악장 운 포코 소스테누토 알레그로(Un poco sostenuto Allegro) 운 포코(Un poco)는 악보에서 ‘작게 연주하라’ 는 뜻이다. 소스테누토는 영어의 sustain(유지하다)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충분히 끌면서 음을 그대로 지니고 연주’ 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빠르고 경쾌한 알레그로로 이어진다.
2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Andante sostenuto)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2악장이다.
3악장 운 포코 알레그레토 에 그라치오소(Un poco Allegretto e grazioso) 긴 이탈리아어 조합이 나왔다. 그러나 거의 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다. 작게 연주하는 운 포코 다음의 알레그레토(Allegretto)는 ‘조금 빠르게’ 연주하란 말이다. 즉 알레그로보다는 조금 느린 정도다(그럼 안단티노는 뭘까? 조금 느리게다. 안단테보다 조금 빠르게 연주하란 말이다. 하나를 배우면 둘을 안다!). 에(e)는 그리고(영어의 and)이고 그라치오소(grazioso)는 ‘우아하고 장엄하게’ 연주하란 뜻이다. 곡의 악장을 떠나 그라치오소는 참 멋진 말이다.
4악장 아다지오-피우 안단테-알레그로 논 트로포, 마 콘 브리오(Adagio-Piu Andante-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
아다지오는 느리게 연주하는데, 그 느림의 정도는 안단테와 라르고(아주 느리게) 사이에 위치한다. 피우(piu)는 ‘더’ ‘더욱’의 뜻이다. 따라서 피우 안단테는 ‘안단테보다 좀 더 느리게’, 알레그로 논 트로포는 ‘지나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며, 마 콘 브리오는 ‘그러나 기운차고 활발하게’ 연주하란 뜻이다.
클래식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음악용어도 메뉴판처럼 익숙해진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용어다. 영어에는 익숙하더라도 이탈리아어는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클래식음악을 감상할수록 이탈리아어 용어들은 피자의 메뉴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베토벤과 슈베르트, 브람스,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고전 낭만 작곡가들의 기둥처럼 우뚝 서있는 교향곡들에서 우리는 뿌리 깊은 클래식 음악의 오래 통용된 화폐같은 이탈리아어를 발견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 특히 이탈리아 벨 칸토나 베리즈모 오페라 애호가들은 이탈리아 축구에 남달리 열광하기도 한다.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도 비에리의 첫 골에 환호를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이건 거짓말이지만 다른 나라와 일전을 펼칠 때는 이탈리아를 응원했다). 계절이 바뀌려 한다. 위에 언급한 그라치오소(Grazioso)같이 우아하고 장엄하고 품위 있게 가을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시간에는 클래식 음악 용어라는 바다에 잠깐 손을 담가 보았다. 짠 맛이 뇌리에 남는다. 클래식 음악용어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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