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기 위해, 다 폰테가 대본을 쓰는 동안 그 대본을 따라가며 동시에 작곡을 하다시피 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은 매끄럽고 유연하고 힘이 넘칩니다. 모차르트는 파이지엘로의 로지나가 불렀던 1막의 E장조 카바티나를 모방해 [피가로의 결혼]에서 로지나의 2막 아리아 ‘사랑의 신이여, 위로해주소서 Porgi, amor’를 같은 조성과 같은 템포(라르게토)로 설정하고, 파이지엘로와 마찬가지로 클라리넷과 파곳으로 반주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가로의 결혼]이 1786년 빈에서 초연되었을 때, 몇 해 전 파이지엘로에게 그토록 열광했던 빈 청중의 반응은 냉담하거나 미적지근할 뿐이었지요. 그나마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케루비노가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수잔나와 부르는 듀엣이어서, 초연 때 케루비노는 어쩔 수 없이 연달아 두 번 창문에서 뛰어내려야 했답니다. 다행히도 이듬해 모차르트를 초청한 프라하의 청중은 [피가로의 결혼]의 절묘한 희극적 오케스트레이션에 감탄할 수 있는 음악적 안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이 음악을 놀랍게도 그들은 한눈에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간략한 줄거리와 추천 음반 & DVD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하녀 로지나는 서로 사랑해 결혼하려고 합니다. 수잔나는 자신을 좋아하는 백작이 ‘초야권(신부의 결혼 첫날밤을 소유하는 영주의 권리)’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피가로에게 귀띔하고, 분개한 피가로는 백작부인, 수잔나와 함께 계략을 꾸며 백작을 혼내주기로 합니다. 수잔나는 백작에게 밤에 정원에서 몰래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고, 그 밀회 장소에는 수잔나로 변장한 백작부인이 나타납니다. 백작의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듣고 반지까지 선물로 받은 백작부인은 하인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진실을 폭로하고, 골탕을 먹은 백작은 아내에게 무릎 꿇고 사죄합니다.
1. [음반] 로렌초 레가초, 베로니크 장, 파트리차 초피, 사이먼 킨리사이드 등, 콘체르토 쾰른 및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르네 야콥스 지휘, 2006년 녹음
2. [음반] 체자레 시에피, 리자 델라 카사, 힐데 귀덴, 알프레트 포엘 등,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합창단, 에리히 클라이버 지휘, 1955년 녹음
3. [DVD] 어윈 슈로트, 도로테아 뢰쉬만, 미아 페르손, 제랄드 핀리 등,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데이비드 맥비커 연출, 2006년 공연 실황
4. [DVD]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도로테아 뢰쉬만, 안나 네트렙코, 보 스코프후스 등, 빈 필하모니와 빈 국립오페라합창단,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클라우스 구트 연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2006년(한글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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