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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노기술의 미학 - 나노 연잎

minjpm 2009. 12. 14. 12:03

새벽안개가 걷힐 무렵 연못 위에 떠있는 연잎을 보면 마음이 청아해진다. 연잎 위에 작은 물방울들이 투명하게 빛나며 동글동글 맺혀 있다. 실바람이라도 불면 이들이 조금씩 굴러다니며 이내 큰 물방울을 만든다. 연잎 위에 묻어있는 미세한 먼지를 닦아내며 물방울이 연못으로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연잎 표면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내고, 그 결과를 실생활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흔히 물과 친하게 잘 섞이는 성질을 친수성, 반대로 물과 친하지 않은 성질을 소수성이라고 부른다. 연잎 표면은 자연계 어떤 물질보다 소수성이 강하기 때문에 ‘초소수성’을 지닌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표면을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수준으로 관찰한 결과 그 초소수성의 비밀이 드러났다.

 

 

나노 수준 ‘이중 거칠기’가 연잎의 초소수성의 비결

보통 바닥면 위에 물방울이 놓여 있을 때 물방울의 측면과 바닥면이 접촉하는 각도가 60도보다 크면 소수성, 30도 이하이면 친수성을 띤다고 말한다. 그런데 연잎 바닥면이 물방울과 접촉하는 각도는 150도 이상이다. 그냥 소수성이 아닌 ‘초소수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잎 표면에 있는 무수한 미세 돌기 덕분이다. 먼저 바닥면의 미세 돌기는 물방울이 연잎 표면과 접촉하는 각도를 커지게 만든다. 또한 바닥면 위에 형성돼 있는 봉오리들에도 무수한 돌기가 있어 비슷한 효과를 일으킨다. 연잎 표면은 이와 같은 이중적인 소수성 덕분에 ‘초소수성’을 띠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연잎을 모방하다

나노 세계에서는 이처럼 표면이 거칠수록 소수성이 강해지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이른바 ‘연잎 효과’라고 부르는 특성이다. 우리가 접하는 일상에서 표면이 아무리 거칠어도 물에 잘 젖지 않는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실험실에서는 실리콘 같은 고체의 표면을 미세 가공하여 이중 돌기를 갖는 나노구조 표면을 만들 수 있다. 각 돌기의 길이와 폭은 대략 50nm 내외이다. 옆이나 위에서 보면 마치 꽃이 피어나는 모습 같다.

 


원리를 알았으면 다음은 모방 단계. 과학자들은 ‘연잎 효과’를 모방한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비를 맞거나 물을 뿌리면 먼지가 깨끗하게 떨어지는 페인트, 콜라나 커피가 쏟아져도 툭툭 털어내면 깨끗해지는 기능성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표면적 늘어나도록 다양한 주름 유도

나노 세계의 물질 표면에 대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제는 ‘주름’이다. 분자들을 뭉쳐 만든 폴리머(polymer)에 적절한 처리를 가하면 다양한 형태의 주름이 만들어진다.

 

 

주름이 많아졌다는 말은 동일한 공간 안에서 다른 물질과 화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를 저장하는 그릇을 만들 때 그 표면적의 주름을 대폭 늘리면 수소의 저장용량은 훨씬 커진다. 또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매개물질인 촉매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표면적이 늘어나 그 활성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만일 폴리머에서 주름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히면 인간 피부의 주름을 없애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센터 연구팀은 최근 특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주름이 만들어진 바닥층 위에 역시 주름이 접힌 돌기를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한 후 그 위에 생물의 세포를 올려놓았다. 표면적이 넓어진 환경에서 세포가 어떻게 자라는지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과학자들이 세포를 시험관에서 원하는 시간 동안 배양하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 연구를 통해 세포가 시험관에서 좀더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소속으로 공대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기술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월간 ‘과학동아’의 기자와 편집장, 동아일보 과학면 팀장, 인터넷 과학신문 ‘더 사이언스’ 편집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과 시각자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지 KIST 계산과학센터,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gettyimages/멀티비츠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image/1643